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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대 '코인 다단계 사기'에 당한 피해 가족의 억울한 사연

등록 2024.08.30 07:45:26수정 2024.08.30 08:5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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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지인의 권유로 회원 모집…선수금 유도

피해자 "원금 2.6배 보장…일부만 출금 가능"

전문가 "전형적인 '금융 피라미드' 다단계 사기"

법원, 징역 7년·벌금 10억원 중형…"수학적 허황"

[서울=뉴시스] 지난 5월 일가족이 '폰지 사기(다단계 사기)'를 당했다는 이모(30)씨는 어머니가 아직 다단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했다. 사진은 이씨 측 진술서. (사진=독자 제공) 2024.08.3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지난 5월 일가족이 '폰지 사기(다단계 사기)'를 당했다는 이모(30)씨는 어머니가 아직 다단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했다. 사진은 이씨 측 진술서. (사진=독자 제공) 2024.08.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가정이 파탄 났어요. 원망의 마음도 있고요. 엄마가 저희도 모르게 아버지 연금을 포함해 3억3000만원을 넣었는데…돈을 찾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지난 5월 일가족이 '폰지 사기(다단계 사기)'를 당했다는 이모(30)씨는 어머니가 아직 다단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엄마는 평생 투자도 모르고 은행에 적금만 하던 사람이었어요. 친구들이 다단계니 뭐니 이런 데 빠져도 '나는 은행에 넣는다' 이런 자부심 있던 사람이 한순간에 이렇게 되니까 납득이 안 되더라구요."

이씨는 욕설을 섞어가며 그런 어머니를 뜯어 말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씨는 "엄마가 버는 돈은 누군가의 돈이라 가해자이자 범법자가 되는 것이라고 설득했는데도 외면당했다"며 "오히려 내가 이렇게 큰 돈을 벌 수 있느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어 "주변에서 아무리 다단계 사기라고 해도 믿지 않는다"며 "본인이 사기당했다는 걸 믿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았고 보고 들은 게 있어 사기를 당한 사실을 부정당하는 느낌일 것이다"고 털어놨다.

30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씨는 피해 규모 1조2000억원대에 달하는 휴스템코리아발(發) 다단계 사기 피해자 10만여명 중 하나다. 이 같은 사기 행각을 벌인 이상은 휴스템코리아 회장은 전날(29일)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7년에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았다.

이들의 사기 행각은 전국적으로 벌어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한 30대 A씨는 지난달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폐암 4기에 걸린 어머니가 휴스템코리아 다단계 사기에 빠져있다고 고백했다. A씨는 "어머니가 주변 음식점 사장으로부터 권유를 받고 노후자금 등 6000만원을 선수금으로 납입했다"며 "전 재산에 가까워 망연자실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단계 사기 소굴로 빠져드는 계기는 대부분 지인의 권유 때문이었다. 조직의 회원 및 간부로 가입한 지인이 새로운 회원을 포섭한 후 투자를 유도하는 강연을 듣게 하는 식이다.

해당 강연은 '블록 체인' '공유 경제' 등에 관한 것으로, 사실상 가상 자산(코인)에 어두울 수밖에 없는 고령의 피해자들이 피해를 보기 십상인 구조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강연은 수도권을 포함해 광주 등 전역에서 매주 열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 역시 어머니가 다단계 사기에 빠져든 건 지인의 '달콤한 말' 때문이었다고 했다. 이씨는 "주변 지인 두 명이 가상자산인 '시더스페이'를 쓸 수 있는 가맹점에 어머니를 데려갔다"며 "원금 일부를 투자하면 가맹점에서 결제도 할 수 있을 뿐더러 투자금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말로 유혹했다"고 주장했다.
1조원대 '코인 다단계 사기'에 당한 피해 가족의 억울한 사연


선수금 투자 시 원금 2.6배 보장했으나 일부만 출금 가능

선수금을 투자하면 원금의 2.6배로 '뻥튀기'해준다는 홍보 수법은 이들을 더욱 굴레로 빠뜨렸다. 피해자 권익위원회 고문인 강모(68)씨는 "1캐시가 130원에 해당한다"며 "투자 원금을 넣으면 가상 자산으로 바꿔주는데 이 같은 과정을 거쳐 투자금의 2.6배가 된다고 홍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1300만원을 투자한 경우 1만 캐시를 지급받게 되는데 매일 자정께 0.2%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식이다. 다만 이 가운데 80%만 '해피캐시'로 돌려받을 수 있고 매주 화요일에만 일부를 출금할 수 있다. 나머지 20%는 캐시의 형태로 해당 회사와 계약한 '시더스몰(가맹점)' 내에서 쇼핑을 하거나 코인을 구매할 수 있어 출금할 수 없었다.

'회원 레벨'에 따라 차등적으로 출금할 수 있는 '피라미드' 시스템도 다단계 사기의 토대가 됐다.

강씨에 따르면 선수금으로 13만원을 납입해야 하는 '레벨 1' 회원은 6만5000원만 출금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레벨 9 회원의 경우 4억원의 선수금을 납입해 520만원을 현금으로 뺄 수 있다.

다만 레벨이 높아질수록 6~8%대에 달하는 '홍보 지원비' 명목으로 하위 회원이 출금한 금액 일부를 편취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더 많은 돈을 납입해야 레벨이 높아지고, 피라미드 아랫단에 위치한 하위 회원들의 돈을 가로챌 수 있는 구조인 셈으로, 더 많은 돈을 투자하게끔 유도된 셈이다.
[서울=뉴시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수법을 두고 전형적인 '폰지 사기'라고 해석한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전형적인 다단계 사기"라며 "코인을 섞는 트렌드를 활용했다"고 평가했다. 곽 변호사는 "금융 피라미드에서 방문판매법 위반의 핵심은 투자금이 얼마나 사업에 진정성 있게 쓰였는지, 법인의 실체가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다"라고 했다. 2024.08.30.

[서울=뉴시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수법을 두고 전형적인 '폰지 사기'라고 해석한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전형적인 다단계 사기"라며 "코인을 섞는 트렌드를 활용했다"고 평가했다. 곽 변호사는 "금융 피라미드에서 방문판매법 위반의 핵심은 투자금이 얼마나 사업에 진정성 있게 쓰였는지, 법인의 실체가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다"라고 했다. 2024.08.30.


전문가 "전형적인 다단계 사기…회계상 부실 기업"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수법을 두고 전형적인 '다단계 사기'라고 해석한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전형적인 다단계 사기"라며 "코인을 섞는 트렌드를 활용했다"고 평가했다. 곽 변호사는 "금융 피라미드에서 방문판매법 위반의 핵심은 투자금이 얼마나 사업에 진정성 있게 쓰였는지, 법인의 실체가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다"라고 했다.

사경인 데이토리 공인회계사는 휴스템코리아와 계열사의 감사보고서를 본 뒤 "부실한 기업"이라며 "자세히 분석할 필요도 없이 자본 잠식을 당해 기업이 계속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사 회계사는 "휴스템코리아는 5억원을 출자하고 1555억원을 빌려준 기록이 있다"며 "장기 투자금 282억원 중 243억원은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하다고 판단돼 대손처리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돈이 지나가는 통로로 쓰인 회사"라고 지적했다.

법원도 이 회장에게 중형을 선고하며 법인을 '다단계 사기 회사'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박준석)는 "피고인은 하위 회원의 실적에 따라 보너스를 지급했으므로 다단계가 아니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선수금 대비 최소 2.6배 내지는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운 보상을 약정했는데, 수학적으로 허황된 보상 플랜을 제시한 게 명백하다"고 했다.

박 부장판사는 "자체 수익만으로는 보상 플랜을 유지할 수 없고 다른 회원이 납입한 선수금을 바탕으로 신규 회원에게 전가하는 전형적인 '선수금 돌려막기' 금전거래"라며 "2023년 2월 기준 1조2000억원의 피해금이 있고 다단계 사건에서는 유례 없는 수준에 해당해 엄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피해 회복이 절실하지만 다단계 사기를 뿌리 뽑는 건 요원하다. 탈퇴를 하려 해도 자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서다.

앞서 피해자들은 지난 5월 서울회생법원에 법인을 상대로 파산을 신청해 투자금을 회수하려 했지만, 이 회장 측이 전체 채권자의 동의가 없어 어렵다고 반박한 바 있다. 곽 변호사도 "규제를 강하게 하는 등 드라이브를 걸어도 기업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당장 해결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전날 중형을 선고받은 이 회장은 4년에 걸쳐 다단계 금융 사기를 통해 가입자 약 10만명으로부터 1조원대에 달하는 금액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휴스템코리아는 다단계 유사조직을 통해 농수축산물 거래를 가장하고 투자금을 2.6배 부풀린 가상 자산으로 배당해 현금이나 가맹점 결제 등에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금수대)는 사기 및 유사 수신 혐의로 이 회장을 조사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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