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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男 자살, 동연령 女보다 5배 많아…"개인화 사회 부적응"

등록 2024.09.10 06:00:00수정 2024.09.10 09: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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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분기 80대 男 자살률, 동연령대 女 5배

"한국 고령 남성 자살률, 세계에서도 유독 높아"

개인화된 사회 분위기·뒷받침할 복지제도 미비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한 어르신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4.09.10.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한 어르신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4.09.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베이비부머(1946~1965년생)가 속속 고령층으로 진입하면서 고령사회가 급격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빈번하게 일어나는 황혼 자살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80대 이상 고령 남성 자살자 수가 같은 연령대 여성과 비교해 5배 가량 많았다. 가부장 문화에 익숙했던 노년 남성이 개인화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인 10일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공개한 2022년 연령별 남성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은 60대까지는 40명 안팎이지만 70대는 60명이 넘고, 80대를 넘어서면 무려 120명에 육박한다. 이 같은 '황혼 자살'은 남성이 여성(약 30명)보다 3배 가량 많았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분기 80대 이상 남성 자살률은 25.59명인 반면 같은 연령대 여성 자살률은 5.09명에 그치면서 5배 넘는 차이를 보였다. 추세가 이어져 2분기에도 80대 이상 남성 자살률(29.20명)은 동연령대 여성 자살률(5.75명)과 비교해 5배 넘게 차이 났다.

고령층 자살률은 대부분 나라에서 남성이 여성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국 고령 남성의 자살률은 세계에서도 유독 높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한 어르신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4.09.10.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한 어르신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24.09.10. [email protected]


전문가들은 남성 고령자들이 개인화된 사회 분위기에 적응을 못하는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할 복지제도가 부족한 점이 정신적 우울감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한선 서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고령의 남성들이 가족의 원로로서 역할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 시대에는 고령의 남성들이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고독사의 상당수는 비자발적인 자살이지만 사실상 통계에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면서 "직접적인 자살을 시도하지 않더라도 건강관리를 하지 않고 혼자 지내다가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가족과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사회적 고립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병사(病死) 등으로 임종하는 고독사도 '비자발적인 자살'로 보면 자살률은 더 높아질 수 있는 셈이다.

양두석 가천대 안전교육연수원 자살예방센터장도 "(남성 고령자들은) 부인과 사별하거나 병이 든 뒤 가족에게 피해 끼치지 않으려고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통계에 따르면 성별 자살률은 남성(35.3명)이 여성(15.1명)보다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원인으로 ▲높은 알코올 관련 정신질환 비율 ▲저조한 의료기관 이용률 ▲사망률 높은 자살방법 선택 및 높은 실행률 등을 꼽았다.

우울증 빈도는 여성들이 더 높지만, 우울증이 자살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남성이 많다. 남성성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가 남성의 자살률을 높이는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남성이라는 이유로 부여된 사회적 성역할과 이를 수행하지 못할 때 오는 박탈감, 짓눌린 감정이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내모는 셈이다.

한편 올해 1~6월 국내 자살 사망자 수는 7584명에 달해 하루에 약 41.6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2022년 자살 사망자 수(6436명), 지난해(7047명)와 비교해 봤을 때 자살 사망자 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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