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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평생내도 희귀병엔 무용지물…신약 급여화 절실"

등록 2024.09.11 13:01:00수정 2024.09.11 13: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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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신약 6년간 지출비중 OECD 26개국중 최저"

"한국만 비급여 많아…건보재정 지출구조 개선을"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의 신약 치료 접근성이 떨어져 신약 건강보험 적용 확대가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이미지= 국가암정보센터 제공) 2023.09.11.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의 신약 치료 접근성이 떨어져 신약 건강보험 적용 확대가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이미지= 국가암정보센터 제공) 2023.09.11.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의 신약 치료 접근성이 떨어져 신약 건강보험 적용 확대가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KAMJ)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과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 심포지엄을 1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공동 개최했다.

김길원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회장(연합뉴스 의학전문기자)은 개회사에서 “지난 2월 정부가 제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중증·희귀질환에 대한 신약 접근성 강화 방안을 내놨지만 여전히 많은 질환과 치료제가 건강보험 등재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며 “환자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심포지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최은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중증·희귀질환 치료 접근성 현주소’를 주제로 상대적으로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희귀질환 보장성 강화의 필요성을 공유했다. 희귀질환에 대한 정부의 의료비 지원은 점차 강화되고 있지만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연구위원은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요구도가 높지만 의료진과 환자 모두 조기에 필요한 정보와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환자 맞춤형 치료 계획과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희귀의약품 공급과 접근성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효과성을 확보할 근거 마련의 기반 조성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선 중증·희귀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들이 투병기를 공유하고 신약 치료의 절실함을 밝혔다. 진행성 폐섬유증을 앓고 있는 이동욱(가명)씨는 “평생 의료 보험료를 납부해 왔는데 절실한 도움이 필요할 때 급여화가 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 절망했다"면서 "진행성 폐섬유증은 생존 기간이 짧아 환자들에게 시간이 없다는 점을 부디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계속해서 폐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진행성 폐섬유증은 예후가 좋지 않은 질환으로 증상이 심한 날에는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숨을 쉬어야 할 정도이고, 이씨의 경우 투병 이후 체중이 15kg이나 빠졌다. 올해 초 폐 기능이 계속 떨어지자 그는 주치의로부터 진행성 폐섬유증 신약 치료를 권고 받아 복용을 시작했다. 다행히 효과가 좋아 폐 기능의 저하가 늦춰지긴 했지만 신약은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매달 150만~300만 원의 약값이 든다.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 김갑배씨는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질환의 특성상 수시로 찾아오는 가슴 통증과 어지럼증으로 고통을 받아야 했고, 지난해부터 심장이 더 두꺼워지면서 도저히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증상이 심각해졌다. 그러던 중 주치의의 권유로 신약 치료를 시작했고, 불과 일주일 만에 그토록 꿈꿔온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

김씨는 “신약을 통해 다시 평온한 일상을 살 수 있게 됐는데,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신약은 비급여여서 매달 2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서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부디 신약이 하루빨리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많은 이들이 건강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진한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부회장(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은 ‘언론이 바라본 신약 접근성’을 주제로 취재를 통해 접한 환자 사례와 산업계의 목소리를 통해 국내 신약 접근성을 살펴보고, 한국의 신약 출시 지연 등 일명 ‘코리아 패싱’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이 부회장은 “A8국가(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일본·캐나다)의 약제 도입 현황을 보면 한국에서만 급여가 되지 않는 약제들이 많다”며 “정부에서도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다양한 정책 및 제도를 마련해 왔지만 아직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건강보험재정 지출 구조 개선과 환자 치료 지원 확대 등 정부와 산업계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승래 동덕여자대 약학대학 교수는 ‘건강보험재정 연구 결과’를 통해 신약의 치료군별 약품비 지출 현황 분석을 공유했다. 유 교수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 도입 이후 등재된 신약의 최근 6년 간 지출 비중은 총 약품비 대비 13.5%로, 조사된 OECD 26개 국가 중 최저 수준이었다”며 “또 질병부담이 높은 질환군에 대한 국내의 신약 약품의 지출 비중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 신약 접근성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의 신약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규제가 아닌 보장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건강보험 재정 내 신약 지출 비용이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인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전무는 “특히 중증·희귀질환 신약 급여 등재의 유일한 창구나 마찬가지였던 경제성 평가 생략 제도의 축소는 환자 치료 접근성 측면에서 우려가 크다"면서 "급격한 약가 제도 변동보다는 건강보험 재정 내 신약에 대한 지출 비용이 적절한지부터 논의를 시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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