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영풍 금감원 전방위 조사…위법 정황 감지한듯
부채·배당·투자손실 등 엇갈린 주장 들여다볼 듯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과 영풍 간 '쩐의전쟁' 과정을 샅샅이 들여다 본다. 불공정거래 조사에 회계까지 들여다 보면서 MBK파트너스와 영풍 간의 콜옵션 계약,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적절성 등 분쟁 결과에 민감한 변수들까지 다룰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고려아연과 영풍에 대해 회계심사에 착수한다고 통보했다.
금감원은 정기보고서과 공개매수신고서 등 이미 공시된 자료를 확인하고 추가 자료를 요구, 소명하는 방식으로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회계 처리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감사인의 감사 내용까지 들여다 보는 감리 단계로 전환되며 이 경우 제재까지 이뤄질 수도 잇다.
우선 고려아연과 영풍은 경영권 분쟁 중 부채비율 급등, 투자 주식 손상 등과 관련해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 부분을 정기보고서 등을 통해 따져볼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은 MBK와 영풍이 제시한 공개매수, 배당 등을 실행하면 3년 뒤 부채비율이 400%로 급증할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반면 MBK파트너스는 오히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향후 투자 계획 등을 보면 6년 뒤 부채비율이 240%를 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대표이사 취임 이후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지난 2022~2023년 국내외 기업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또는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지분 가치를 희석시켜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회사를 재무적으로 위험 상태에 빠뜨리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그니오홀딩스 지분 투자,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에 연루된 사모펀드에의 투자 등이 손실을 발생시켰다며 투자 경위와 투자금의 소재, 손실 규모에 대해 밝히라고 지적하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주장에 고려아연은 "2021~2024년까지 당사가 투자한 기업은 당기순이익을 냈다"면서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투자사 우량기업의 당기순이익을 제외하는 등 교묘하게 비틀었다"고 반박했다.
이 같이 두 회사가 고려아연의 현금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이유는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재원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서다.
고려아연의 경우 자사주 취득 재원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 현 이사진이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막대한 차입금으로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을 저지하기 위한 가처분 소송을 내기도 했지만, 법원은 일단 자사주 매입에 문제가 없다며 기각했다.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영풍 측은 다시 한번 2차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황이다. 요지는 회사가 사업, 투자 등 목적으로 적립한 임의적립금을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는 등 회사에 재무적 부담을 주면서까지 자사주를 매입해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고려아연은 임의적립금을 공개매수에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반박했다.
공개매수에 과도한 차입금이 동원되는 부분도 비판받는 지점이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투입을 위해 조달한 자금은 2조7000여억원, 연간 1800억원에 달하는 이자 부담이 있다.
심지어 대규모 차입금 규모를 최초 공개매수신고서에서 축소해 알렸다는 지적이 일면서 고려아연은 차입금 금액을 정정공시하기도 했다.
지난주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당국이 회계 측면까지 들여다보겠다고 나서면서 금감원 조사 리스크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결과의 핵심 변수가 될 예정이다.
MBK와 영풍의 경우 '깜깜이 콜옵션 계약'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불공정거래 조사와 함께 그간 필요한 공시가 빠짐없이, 충분히 이뤄졌는지도 함께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MBK와 영풍이 투자자들에게 이 부분을 제대로 공시하고 알렸는지 살필 가능성이 있다.
MBK와 영풍은 MBK가 영풍으로부터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는 내용의 콜옵션 계약을 체결했지만 구체적인 조건과 가격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MBK가 싼값에 고려아연 지분을 인수해갈 수 있다면 이는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사안에 해당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 양측의 협력 관계에 문제를 제기하며, 영풍정밀을 통해 영풍의 장형진 고문과 사외이사 3인 등에 배임혐의로 고소장까지 제출한 상태다.
소송을 통해 MBK와 영풍 간 경영협력계약 이행금지 가처분 소송까지 인용되면 공개매수가 원천 무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영풍과 MBK 연합은 공개매수를 통해 지난 14일 지분 45%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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