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과 귀 장악한 33살 여성이 백악관 최측근"-NYT
듣기 좋은 말만 들으려는 트럼프 입맛에 가장 맞는 사람
"트럼프가 내 목숨 구했다"는 방송 출연 발언으로 발탁
공식 채널과 별개로 정보 보고하고 소셜 미디어 글 작성
"당신은 나의 전부" 등 측근 경악하게 한 편지도 여러번
[뉴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인 내털리 하프가 지난 4월16일 뉴욕 성희롱은폐 시도 재판 이틀째 공판이 마친 뒤 법원을 나서는 모습. 하프는 백악관에서 트럼프의 입과 귀를 장악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2024.11.26.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1기 대통령이던 시절 도입한 법률로 목숨을 구했다며 3년의 대통령 유세 내내 트럼프에 헌신해온 33살의 여성이 트럼프에게 모든 소식을 전하는 핵심 보좌관 역할을 맡게 됐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주인공인 내털리 하프는 트럼프에게 “당신이 나의 전부”라는 편지를 쓴 적이 있다. 트럼프가 스코틀랜드에서 골프를 칠 때 트럼프가 탄 골프 카트 뒤를 쫓아다니며 트럼프에 긍정적인 뉴스와 소셜 미디어 포스트를 전달한 적도 있다.
트럼프 최측근 인사 가운데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하프가 백악관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역할을 맡게 됐다. 대통령 집무실 문 앞에 자리를 두고 각종 소식을 트럼프에게 전달하고 소셜 미디어에 글 쓰는 것을 돕게 된다.
하프는 공식 직함은 없으나 주변에서 “인간 프린터”라고 불렀다. 휴대용 프린터와 배터리를 들고 항상 트럼프를 따라다니며 트럼프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각종 소식을 인쇄해 전달했다.
하프는 엄청나게 쏟아지는 각종 문자, 기사, 소식들을 트럼프에 보고하는 핵심 역할을 했다. 측근들은 하프가 지나치게 음모론적인 소식들을 적극 전달한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측근들이 트럼프의 언행을 자제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트럼프가 못마땅해 하는 발언을 자주 할 때였다.
하프가 주로 참고하는 뉴스원 중 하나가 게이트웨이 펀디트(Gateway Pundit)로 각종 음모론을 극우세력에 공급하는 웹사이트다.
하프는 다양한 집단과 소통하길 바라고 각종 검증되지 않은 소식들을 선호하고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들을 주변에 두려는 성향이 강한 트럼프 입맛에 가장 맞는 보좌관 역할을 해왔다.
한 트럼프 최측근 인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어떤 사안에 대해 49명에게 물어도 듣고 싶은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50번째 사람을 찾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것으로 전했다. 하프가 바로 그 50번째 사람이라는 것이다.
측근들은 하프가 트럼프 입맛에 맞는 소식들만 보고하는 것으로 전했다. 트럼프가 주변에 말하는 내용을 타자로 쳐서 소셜 미디어에 바로 올리고 트럼프 언론 담당들 모르게 인터뷰를 주선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페이예트빌=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입과 귀를 장악한 33살의 여성 나탈리 하프(맨 뒤)가 지난달 4일 트럼프 유세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앞에 있는 사람이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지명된 수지 와일트럼프 선거운동본부 위원장이다. 하프가 백악관에서 비공식이지만 막강한 트럼프 정보 채널 역할을 하게 된다. 2024.11.26.
‘신임 받는 핵심 인물’
트럼프 대변인 스티븐 정도 하프에 대해 ‘신뢰받는 핵심 인물’이자 ‘적극적으로 헌신해’ 트럼프의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하프에 대해 전문적이고 헌신적이라고 평했고 론니 잭슨 하원의원은 “명랑하고 사교적”이어서 트럼프의 기분을 좋게 한다고 했다.
그러나 하프가 트럼프 측근 고위 인사들의 통제를 벗어나 정제되지 않은 소식을 전하는 것에 대해 측근들 사이에 우려가 적지 않다.
트럼프의 모든 유세 현장에 모습을 보였던 하프는 대선 승리 뒤의 모든 행사에도 따라다닌다. 트럼프가 불러 주는 트루스 소셜 포스트를 받아 적는 모습이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여름 트럼프가 억만장자 기부자 미리엄 애덜슨에게 화를 내는 문자를 보내라고 부추긴 것도 하프였다. 이 일로 공화당 최대 기부자를 잃을 뻔 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자신을 기소하려는 앨빈 브랙 맨해튼 검사장에게 야구 방망이를 겨누는 모습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담긴 기사를 보고한 것도 하프였다. 트럼프는 이 기사를 즉각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가 변호사들의 만류로 삭제했다.
성희롱 혐의로 고소한 진 캐롤에 대해 40여건의 비난 포스트를 받아 적어 소셜 미디어에 올린 것도 하프였다. 당시 마러라고 저택에 함께 있던 하프가 글을 올리는 것을 만류할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하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5년 만에 처음 트럼프를 만났을 때 전한 사적 메시지까지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기쁨을 드리고 싶어요’
이를 본 트럼프가 2020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도록 초대했고 2022년 극우 케이블 방송인 원 아메리카 뉴스 네트워크(One America News Network) 앵커를 그만 두고 트럼프 캠프에 합류했다. 하프는 캠프에서 선거 부정 때문에 2020년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트럼프 주장에 적극 찬동함으로써 더 많은 신임을 받았다.
트럼프가 지난해 조지아 주 풀턴 카우티 교도소에 일시 수감돼 화가 나 있을 때 트럼프 곁에서 보좌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하프는 지난해 트럼프에게 닭살 돋게 하는 내용의 편지들을 여러 번 썼다.
“당신은 나의 전부”라는 편지가 그중 하나다. 자신에게 트럼프는 “이번 생의 인도자이자 보호자”라면서 “당신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기쁨을 안겨드리고 싶다. ‘업무’가 아닌 일로 하루를 보내고 싶다”고 쓴 편지도 있다.
하프는 백악관에서 미 역사상 전례가 없는 역할을 하게 된다. 공식적으로는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 출신인 윌 샤프 상황실장이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모든 문서를 관리하게 된다. 그러나 하프는 그의 통제를 받지 않고 트럼프에게 온갖 소식을 전하고 소셜 미디어에서 트럼프 생각을 발신하는 채널이 될 예정이이라고 측근들이 전했다.
트럼프 1기 때 없었던 일이다. 당시는 비서실 직원들이 행정부 고위 인사를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내용 등을 트럼프가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것을 억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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