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치매 예방약' 콜린, 결국 급여 축소…'처방 유지' 이어질까

등록 2025.03.28 07:01:00수정 2025.03.28 07:36:2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대법원, 제약사의 급여축소 취소소송 기각

급여 축소 전망…"처방 환경 변화 적을 것"

"하루약값 증가분 500원 안돼…부담 안커"

"의료비 절감보다 환자 삶의 질 고려돼야"

[서울=뉴시스] 제약업계가 제기한 뇌기능 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급여 축소 취소 소송을 최근 대법원이 기각하면서, 의료진의 처방 방향에 변화가 일지 주목된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제약업계가 제기한 뇌기능 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급여 축소 취소 소송을 최근 대법원이 기각하면서, 의료진의 처방 방향에 변화가 일지 주목된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제약업계가 제기한 뇌기능 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급여 축소 취소 소송을 최근 대법원이 기각하면서, 의료진의 처방 방향에 변화가 일지 주목된다.

의료현장에선 여전히 콜린 제제의 역할을 중요하게 보는 시각이 많고, 환자의 실질적 약값 부담이 크지 않아 처방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거란 의견이 나온다.



2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3일 종근당 외 25인이 제기한 선별급여 적용 고시 취소 청구 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정부의 콜린 제제 급여 축소 결정이 최종적으로 인정된 셈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지난 10여년간 치매 예방약으로 흔히 쓰이던 약물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2020년 치매 진단이 없는 환자에게 콜린 제제를 처방할 경우 약값의 환자 본인부담률을 30%에서 80%로 올리는 선별급여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제약사들은 대웅바이오 그룹과 종근당 그룹으로 나눠 콜린 제제 급여 축소의 부당함을 따지는 소송을 진행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대법원 선고에 따라 이르면 올해 3분기 내 환자의 본인부담률이 기존 30%에서 80%로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약값이 높지 않아 선별급여로 바뀌더라도 실질적인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크게 높아지지 않을 거란 분석도 있다. 예컨대,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의 경우 선별급여 적용 시, 하루 2회 복용 기준 한 달 약값은 기존 8568원에서 2만2848원으로 증가한다. 이를 하루 비용으로 환산하면 약 476원이다. 처방 축소가 제한적일 거란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한달 기준으로 1일 2회 복용하는 환자에게 가해지는 부담금이 1만5000원 정도 증가한다"며 "이는 통상 5만원을 호가하는 뇌기능·인지력 개선 관련 건강기능식품 비용보다 낮은 수준이라 선별급여 전환 후에도 처방을 이어가는 데 무리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제로 언급되는 니세르골린, 은행엽제제의 경우 콜린알포세레이트와 작용기전과 기능이 달라 적절한 대체제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병철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니세르골린은 뇌의 여러 질환 중 혈관이 막혀서 오는 치매(혈관성 경도인지장애)에 입증돼있는데, 이는 퇴행성 치매와 구분된다. 또 뇌혈관 장애로 인한 치매는 일반 치매의 10%밖에 안 된다"며 "다양한 뇌질환 환자들이 있으므로, 범용으로 쓸 수 있는 뇌손상 혹은 뇌기능 장애 약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반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으로 많이 출시되는 은행엽제제에 대해서도 그는 "혈액순환 개선제로서 역할을 한다. 콜린 제제를 대체할 수 있는 약물이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콜린 제제는 혈관성과 퇴행성 뇌질환에 처방 가능해 보다 넓은 범위의 환자들에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게 손 교수의 설명이다.

손 교수는 "뇌질환에는 치매·인지기능장애만 있는 게 아니라 다치거나 부딪쳐 생긴 뇌상, 뇌에 물이차거나 뇌신경기능장애 등 다양하다"며 "앞으로도 경도인지장애가 입증 안 되는 그 전 단계 환자들, 즉 뇌수술 후 자주 깜빡깜빡하거나 기억력 떨어진 환자 등에 광범위하게 콜린 제제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건당국에서 콜린 제제 효능을 인정받진 못했지만 가격이 훨씬 높은 건강기능식품 보다 입증된 약물"이라며 "선별급여로 바뀌더라도, 환자가 경제적 부담을 느끼지 않는 이상 기존처럼 계속 처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요구 높은 콜린 제제…의료 현장 목소리 귀 기울여야"

콜린 제제의 처방실적은 지난 2018년 27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6000억원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 2020년 급여축소 결정이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으로 중단된 상태에서도 처방현장에서는 활발히 처방된 것이다. 초고령화 사회 전환으로 치매나 기억력 관련 질환 치료제의 니즈가 높아진 게 한몫했다.

콜린 제제 처방 빈도가 높은 신경외과 유관 학회에서도 급여 축소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놓은 바 있다. 한 학회 관계자는 "환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균형 잡힌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뚜렷한 대체약제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보편적 의료 혜택을 저해하고 있다. 치매 예방과 치료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적 유효성 평가 관련해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콜린 제제는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도 꾸준히 처방되며, 신경학적 치료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환자도 의사도 현장에선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정부의 의료비용 절감보다 환자의 삶의 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