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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견제 감시는 누가[은행 변해야 한다②]

등록 2025.03.30 10:00:00수정 2025.03.31 16: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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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 이사회, 결의안건 100% 찬성 '거수기' 역할 계속

수백억 금융사고에도 부당대출에도 '특이의견 없음' 침묵 일관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국내 4대 금융그룹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100% 수준을 이어나가고 있다. 조직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해야 하는 사외이사들이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 계속되는 금융사고에도 맹목적인 거수기로 전락한 지 오래라는 비판이 커지는 배경이다.

30일 각사가 공시한 '2024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해 총 12회의 이사회를 개최했다. 매월 열린 이사회에서 결의 안건들은 모두 찬성으로 가결됐다. 보고 심의 안건은 전부 '특이의견 없음'으로 통일됐다.



지난해 KB금융지주 계열 KB국민은행에서는 100억원이 넘는 업무상 배임 등 대형 금융사고가 이어진 바 있다. 월별로 보면 ▲3월 업무상 배임 104억원 ▲4월 배임 273억원, 배임 111억원 ▲9월 사기 26억원 ▲12월 배임 92억원, 배임 41억원, 외부인에 의한 사기 14억원 등 1분기부터 연말까지 대형 사고가 연중 내내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초 불거진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와 관련해서도 8조원 규모의 최다 판매사로 질타를 받았다. 그럼에도 이사들은 매달 열린 이사회에서 내부통제를 비롯한 주요 안건에 100% 찬성표를 던지며 1년 내내 침묵으로 일관한 셈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총 14회의 이사회를 개최했다. 정기이사회 분기별 1회씩 4회와 임시이사회 10회를 열었다.



신한지주 역시 14회의 이사회 동안 결의 안건들이 모두 찬성으로 가결됐다. 다만 보고 안건에서는 주요 계열사인 신한투자증권의 1300억원대 파생상품 손실과 관련해 의견이 나왔다.

곽수근 이사는 "이번 사고를 통해 위험성이 높고 통제가 미약했던 업무를 개선하고 회사의 문화와 제도를 전반적으로 검토해 조직 전체가 변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감사위원회를 통해 감사 진행 경과와 개선 과제의 추진 현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점검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윤재원 이사와 최영권 이사는 "실제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이번 사고와 유사한 사례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꼼꼼한 조사와 더불어 근본 원인을 찾아내고 개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용국 이사는 "신한은행을 비롯한 다른 자회사들도 점검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조속히 보완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총 11회의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사회에 상정된 의안은 결의 46건, 보고 65건 등 111건이다. 46건의 결의 의안 중 45건이 가결됐고, 1건이 수정 가결됐다.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개정 지배구조법 시행에 따라 책무구조도에서 정하는 책무를 수행해야 하는 이사의 자격요건 추가와 재임 연한 기준 변경 등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 사항에 대해 심의 후 수정가결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당시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해 이사의 재임 연령을 만 70세까지로 하되, 재임 중 만 70세가 도래하는 경우 최종 임기를 해당 임기 이후 최초로 소집되는 정기주주총회일까지로 변경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총 17회의 이사회를 소집했다. 정기이사회 4회, 임시이사회 13회가 열렸다.

결의 안건은 모두 찬성으로 통과됐다. 그룹은 지난해 730억원에 달하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건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임종룡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책임 추궁으로 금융당국이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위기를 겪었다.

그럼에도 이사회 보고 안건들은 부당대출에 대한 지적이나 의견 개진 없이 '특이사항 없음'으로 채워졌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부당대출이 실행되는 동안 우리은행 준법조직에 접수된 제보는 없어 시스템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금융 이사진의 이사회 평가 세부내역을 보면 "금융·경제·경영·회계(재무)·ESG 등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춘 최대주주, 특수관계인과 관련이 없는 이사회로 구성돼 독립성을 확보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리스크관리 정책과 내부통제 체계를 적정하게 구축하는지 감독하고 있다"면서 "기업의 윤리적 의무와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이를 의사결정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om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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