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이겼다"vs"인정 못해"…탄핵 찬반집회 희비(종합)[尹 파면]

헌재 앞, 한남동 관저 일대 선고 직후 '희비'

찬탄 축제 분위기에 춤까지…반탄 오열·분노

헌재 앞 격분한 지지자 경찰버스 파손도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 4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5.04.04. [e-mail]

[서울=뉴시스]사건팀 = 헌법재판소가 4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에서 인용을 결정하면서 찬탄(탄핵 찬성)과 반탄(탄핵 반대) 진영 집회 분위기의 희비가 엇갈렸다.

오전 11시 정각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헌재 대심판정에서  선고 주문을 읽어내려가자 동 시각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린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와 헌재 일대는 적막함이 감돌았다.



양측 집회 참가자들은 무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하고 문 권한대행이 낭독하는 선고문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선고 요지의 취지가 탄핵 인용의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양 측 집회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헌재 앞에 모여있던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은 문 권한대행이 선고 내용을 읽어내려갈 때마다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부부젤라를 불면서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반면 인근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문 권한대행이 탄핵심판 청구가 적법하다고 언급하면서 지지자들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욕설을 퍼붓는 참가자에게 "조용히 해달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선고 내용이 길어지자 관저 앞에서도 "이유가 많네", "왜 저렇게 길어"라며 불안한 모습을 내비치거나 일부 참가자는 태극기, 성조기를 꼭 쥔 두 손을 가슴에 모으며 착잡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어 오전 11시22분께 문 권한대행이 "전원일치 의견으로 피청구인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다"며 탄핵 인용을 발표하면서 양측 집회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격앙되기 시작했다.

탄핵 선고 주문 직후 찬성 집회는 헌재 인근과 관저 앞 모두 '축제의 분위기'로 변했다. 참가자들은 일제히 기뻐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들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눈물을 흘렸고 "우리가 이겼다"고 외쳤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거나 함께 온 지인들끼리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기뻐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1만여명(경찰 비공식 추산)에 달하는 참가자들은 "우리가 이겼다"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외쳤다. 노래를 틀고 방방 뛰며 축제 분위기 속에서 환호하기도 했다.

집회에 참가한 60대 정윤희씨는 환하게 웃으며 "윤석열한테 나라를 뺏길 뻔 했는데 (파면돼서) 너무 좋다. 이제 여야가 정치적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국민이 평화롭게 살 수 있겠다"고 말했다.

자매끼리 함께 집회에 참석한 이미정씨와 이미자씨는 눈물을 훔치며 "아까도 울었는데 또 눈물이 난다"며 "기분이 너무 좋다. 정의가 바로 선 것 같은 기분이다. 국민이 이겼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반면 관저 앞 지지자들은 탄핵 인용을 인정할 수 없다며 믿을 수 없다는 듯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생중계가 이어지는 대형 스크린을 향해 "문형배 개XX야", "XX하네"라고 욕설을 쏟아내는 등 지지자들의 거친 고성이 오갔다.

선고 주문을 듣자마자 자리에 주저 앉거나 "주여!", "아버지!"를 외치며 목놓아 우는 이들도 있었다. 한 중년 여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하늘로 뻗고 가슴을 치며 소리 내 울었다.

구내영(61)씨는 "(탄핵 인용을) 인정할 수 없다. 조작된 것을 가지고 판결을 내렸다"며 "재판을 처음부터 다시 하기 위해 앞으로도 집회에 나오겠다"고 말했다.

헌재 앞에서는 파면 소식에 격분한 윤 대통령 지지자가 경찰 버스 유리를 파손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는 선고 직후인 11시48분께 곤봉으로 추정되는 도구를 들고 경찰 버스 유리창을 파손하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45분께부터 전 기동대원을 현장에 투입해 돌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한편 헌재는 이날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열고 국회의 탄핵소추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때로부터 122일 만, 지난해 12월14일 탄핵소추안이 접수된 때로부터 111일 만이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인용된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소리치고 있다. 2025.04.04.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