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백악관 상습 늑장 결재에 '진땀'…정상회담 7시간 뒤 공동성명 발표
【워싱턴=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7.07.01. [email protected]
【워싱턴D.C=뉴시스】김태규 기자 = 청와대가 백악관 특유의 늑장 결재시스템 때문에 애면글면 해야만 했다. 한미 정상회담 종료 후 7시간이 지나서야 간신히 공동성명을 발표할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단독 정상회담과 확대 정상회담을 잇따라 가졌다. 그러나 두 정상의 합의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은 회담 종료 7시간 뒤까지 발표되지 않았다.
통상의 외교 관행상 회담 종료 직후 성명을 발표하는 것에 비춰봤을 때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매우 이례적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취재진들에게는 공식 발표 이전에 성명문이 먼저 배포되곤 했었는데 이번 회담에서는 그 조차도 기대할 수 없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상회담 전날 물밑접촉 과정 분위기를 전하면서 성명서의 사전배포가 어려울 수 있다고 기자단에 알렸다.
이를 두고 한미 실무진들이 물밑협상을 통해 합의문 단어 하나까지도 치열하게 밀고 당기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단어의 미묘한 뉘앙스와 조사까지 검토과정을 반복하면서 공동성명문 자체가 늦게 완성됐고, 발표역시 늦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았다.
다른 한편으론 트럼프 정부 특유의 늑장 결재 시스템이 공동성명서 발표의 지연배경에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회담종료 직후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청와대 내부에는 이같은 시각에 무게가 쏠렸다.
외교부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정상회담은 20여 차례 개최됐고, 그 중에서 결과문서로 채택된 공동성명은 앞서 6건이 있었다. 인도·일본·사우디아라비아·아르헨티나·베트남·캐나다 등이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베트남의 경우 오전에 정상회담이 종료됐지만 공동성명은 당일 밤늦게야 발표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공동성명은 3일 뒤에나 발표되는 일도 있었다. 인도와 일본만 이례적으로 정상회담 후 1시간 내에 발표됐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때는 양측 실무진들이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회담 당일인 이날 오전 간신히 합의문 도출에 성공했지만 백악관은 차일피일 발표를 뒤로 미뤘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오후 4시께 주말 휴가를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자칫 공동성명 발표 자체가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맴돌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재해야 성명서를 발표할 수 있다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이 공동성명 발표안에 서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재를 늦게 한 배경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프리버스 실장이 느지막이 결재를 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날 오후 7시께에서야 당초 오전에 합의된 공동성명 원안 그대로 발표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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