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사서 가짜인장 노출…러시아스캔들 풍자
러시아 문장과 유사한 머리 둘 달린 독수리 그려져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 워싱턴에서 열린 '2019 터닝포인트 USA 학생행동회의' 행사에서 연설을 위해 단상에 오른 모습. 트럼프 대통령 뒤로 머리 둘 달린 독수리가 그려진 가짜 대통령인장이 보인다. 2019.07.25.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3일 워싱턴에서 열린 '2019 터닝포인트 USA 학생행동회의' 행사에서 연설을 위해 단상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 뒤로 재생된 영상에 가짜 대통령 인장이 노출됐었다고 25일 보도했다.
AP 제공 사진을 보면 당시 무대 뒤편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독수리가 그려진 미국 대통령 인장이 표출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인장과 달리 당시 화면에 뜬 인장에는 독수리의 머리가 두 개다. 가짜 인장인 것이다.
아울러 한 발엔 올리브 나뭇가지를, 다른 쪽 발엔 화살 13발을 들고 있는 진짜 인장과 달리 문제의 인장은 독수리의 왼쪽 발에 화살이 아닌 골프채 한 묶음이 들려 있다.
WP는 이 가짜 인장에 대해 "조작된 인장 속 새는 수세기에 걸쳐 사용된 러시아 문장과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제정 러시아 시절 머리가 둘 달린 독수리 문장을 사용했었다.
이때문에 이 가짜 인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측 유착 의혹을 일컫는 '러시아 스캔들'을 풍자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WP 분석이다. 인장 속 골프채는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취미를 조롱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 상으론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지만, WP에 따르면 'E PLURIBUS UNUM(여럿으로부터 하나로)'라고 쓰여 있어야 할 인장 속 독수리 머리 위의 글귀도 다르게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가짜 인장 속에 적힌 문구가 '45 es un titere'라고 보도했다. 이는 스페인어로 '45는 꼭두각시'라는 뜻으로, 이 역시 미국 45대 대통령인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꼭두각시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백악관은 이 사건과 관련, 가짜 인장이 무대 화면에 나타나기 전까진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행사를 주최한 터닝포인트 측도 사건 경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WP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수석윤리변호사를 지낸 리처드 페인터의 설명을 인용, "이 영상은 그럴듯한 농담으로 보이지만 이미지를 의식하는 대통령에겐 당황스러울 수 있다"고 꼬집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