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행당한 공공기관 알바생…"목소리 야한 탓" 덮기급급
아르바이트생 성폭행하려한 직원
대법서 실형 확정…손해배상 소송
법원 "민법상 사용자 책임 부담해"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민사17단독 김유진 판사는 아르바이트생 A씨가 직원 B씨와 공공기관을 상대로 낸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이 공동해 2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대학원생 A씨는 2016년 여름께 서울의 한 공공기관에 근무하던 중 같은 팀 상사 B씨로부터 주말에도 근무하라는 다그침을 받았다. 이에 A씨는 일요일에 사무실에 출근했고, B씨도 그날 오후 사무실에 나타났다.
돌변한 B씨는 사무실에 단둘이 있는 상황을 이용해 A씨를 성폭행하려 했으나 격렬한 저항에 막혀 미수에 그쳤다. 이 사건으로 B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형을 확정받았다.
당시 현장에서 벗어났던 A씨는 회사에 신고했으나 팀장은 이를 무마하기에 급급했다. 당시 팀장은 "B씨가 처벌받으면 나까지 불이익을 받으니 그냥 넘어가자"는 취지로 말했다.
또 당시 팀장은 A씨를 도우려는 다른 팀원까지 회유하고, 급기야 "원래부터 목소리가 야했다"며 오히려 책임을 A씨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호소하며 해당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달라고 요청했고, B씨와 공공기관을 상대로 이 사건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을 제시했다.
재판 과정에서 해당 공공기관은 "범죄행위가 휴일에 단둘이 있을 때 발생했고, B씨는 인사권한이 없다"며 "개인적인 일탈에 불과해 사무집행과 관련성이 없고, 사용자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반면 법률구조공단의 송영경 변호사는 "해당 사건이 공공기관 사무실에서 발생했고, A씨는 B씨의 소개로 별도의 심사 없이 채용된 이후 업무지시를 받았다"면서 사무집행 관련성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김 판사는 "B씨의 이 사건 불법행위가 사무집행 자체로 볼 수는 없으나, A씨가 실질적으로 B씨의 업무 지시를 받고 있었다"며 "비록 휴일이기는 하나 근무장소에서 공공기관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사무집행 관련성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 공공기관은 B씨의 사용자로서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민법상 사용자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해당 공공기관이 성희롱 예방교육 등을 실시하고, A씨의 신고가 있자 B씨를 직위해제 발령하고 사실확인 등을 거쳐 해임 처분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공공기관이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주장에 대해 "B씨의 성추행 정도에 비춰 보면 이같은 조치만으로 해당 공공기관이 B씨가 성추행을 하지 않도록 그 선임 및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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