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기금 집행률 1%대 …기한 늘렸지만 신청기업 있을까
[인천공항=뉴시스] 박미소 기자 =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결정된 가운데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계류되어 있다.2020.11.17. [email protected]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기간산업안정기금운용심의회는 자금지원 기한연장과 일부 자금지원 조건을 현행화하는 내용을 담은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방안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기간산업안정기금과 협력업체 지원 프로그램의 지원기한이 당초 이달 말에서 올해 12월31일까지로 8개월 연장됐다.
기안기금은 코로나19로 경영위기에 빠진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총 40조원 규모로 닻을 올렸다. 하지만 지나치게 까다로운 요건 탓에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앞서 정부는 지원대상을 코로나19 사태로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항공·해운 등 2개 업종으로 했다가 자동차, 조선, 기계, 석유화학 등 9개 업종으로 확대했다. 여기에 총 차입금 5000억원, 근로자수 300인 이상 기업이라는 요건을 덧붙였다.
이로 인해 실제 자금 지원이 절실한 쌍용자동차와 일부 저비용항공사(LCC) 등이 모두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다. 특히 쌍용차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에 부실이 발생했고, 대주주와 사측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쌍용차의 경우 기안기금의 취지와 맞지 않다"며 "쌍용차 역시 신청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신청을 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
또 기안기금 지원을 받은 기업은 지원 개시일부터 6개월간 근로자수를 최소 90% 이상 유지해야 하고, 자금지원 기간 중 주주에 대한 이익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가산금리 부과, 지원자금 감축·회수 등의 조치가 들어간다.
기업들이 특히 부담을 느끼는 조항은 '이익 공유' 부분이다. 기안기금을 지원받는 대신 추후 정상궤도로 돌아오면 전환사채 등을 주식으로 전환해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정부는 기안기금 지원을 통해 보유하는 기업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기업들은 경영권 침해 가능성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높은 금리 부담도 기업들의 신청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연 '7%+α(알파)' 수준의 금리가 적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높은 '허들'로 인해 기안기금을 신청하는 기업들은 당초 예상과 다르게 저조한 실정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현재까지 기안기금을 지원받은 곳은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 등 단 2곳으로 각각 3000억원, 331억원이 집행됐다. 기간산업 협력업체에 지원한 2821억원까지 포함하면 총 6140억원으로 전체 40조원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번에도 결국 정부는 지원기한을 연장하면서도 지원요건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기금의 자금지원을 받는 기업의 고소득 임직원 연봉 동결 시점과 고용유지 기준 시점만 현실에 맞게 변경했을 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말까지 지원기간을 연장한 것은 남은 하반기 경제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아직까지 추가로 기안기금을 신청하거나, 신청 계획이 있는 기업들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공개서한을 통해 "기금 재원은 국민의 세금(국가보증채권)으로 조성한 만큼 신중히 기금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정부도 국민의 세금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지원대상을 확대하거나 코로나 이후의 산업구조개선 등에 대비하기 위해 기금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