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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신나는 노래 금지?..."보건복지부 DJ 누구냐" 가요계 황당

등록 2021.07.14 11: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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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K팝 걱정 "블랙핑크 히트곡은 120 BPM 넘어"

BTS '다이너마이트'·버터'는 120 BPM 이하지만

신곡 '퍼미션 투 댄스'는 127 BP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첫날인 12일 서울 은평구 연신내 한 헬스장에서 회원들이 런닝머신 등 기구를 이용하고 있다. 헬스장에서는 샤워실을 이용할 수 없고 런닝머신은 시속 6km이하의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2021.07.12.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첫날인 12일 서울 은평구 연신내 한 헬스장에서 회원들이 런닝머신 등 기구를 이용하고 있다. 헬스장에서는 샤워실을 이용할 수 없고 런닝머신은 시속 6km이하의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2021.07.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요즘 헬스장에서도, 다들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음악 들어요. 이어폰 통해 빠른 음악 듣는 사람도 제재를 받나요?"

정부가 최근 실내 헬스클럽 내에서 음악 속도를 100~120BPM으로 제한한 것과 관련, 아이돌 음반사 관계자는 헛웃음부터 터뜨렸다.

"밝은 K팝 음악은 운동하는 사람들의 피로감을 덜어주는 거잖아요. 그런 노래들의 비트 속도가 바이러스 확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모르겠어요."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확산을 막겠다며 헬스클럽 러닝머신 및 운동 음악 속도를 제한, 대중음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정부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BPM 제한 같은 조치는 실효성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아이돌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음악이 운동하는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요소는 비트 외에 다양하다. 멜로디나 가사, 심지어 가수에 대한 호불호도 영향을 준다"고 전했다. 

온라인 상의 음악 팬들의 반응은 더하다. '머선129?'('무슨 일이야?’를 경상도 지방 방언으로 발음한 '머선 일이고?'에서 '일이고'를 비슷한 발음의 숫자 '129'로 표현한 신조어)라며 "보건복지부 DJ 누구냐"는 조롱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저마다 120BPM 이하 곡들을 리스트로 만들어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고 나섰다. 기준이 되는 곡은 정확히 120BPM인 캐나다 팝스타 칼리 레이 젭슨의 '콜 미 베이비(Call Me Maybe)'.

샤이니 팬들은 아미고(118BPM)와 셜록(107BPM), 에이티즈 팬들은 웨이브(100)와 앤서(98) 등을 추천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첫 날인 1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헬스장에 고객이 런닝머신을 타고 있다.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은 비말과 땀방울이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스피닝, 에어로빅 등 GX류 운동은 음악 속도를 100∼120bpm으로 유지해야 하고 러닝머신 속도는 시속 6㎞ 이하여야 한다. 2021.07.12.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첫 날인 1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헬스장에 고객이 런닝머신을 타고 있다.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은 비말과 땀방울이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스피닝, 에어로빅 등 GX류 운동은 음악 속도를 100∼120bpm으로 유지해야 하고 러닝머신 속도는 시속 6㎞ 이하여야 한다. 2021.07.12. [email protected]

분당 박자수(BPM) 제한, 땀·비말 막을 수 있나

BPM은 '비츠 퍼 미니트(Beats per minute)'의 약자다. 음악에서 속도를 나타내는 단위다. 일반적으로 BPM의 시간 단위는 1분이다. 즉 분당 몇 비트의 템포로 연주 되는지를 측정한다. 비트가 높을수록 분당 더 많은 비트가 들어가기 때문에 템포가 빨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내 체육시설에서 실제 느린 박자의 음악을 틀면, 운동할 때 땀과 비말이 덜 튈까.

이론적으로 전혀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다. 외신과 의학업계 조사를 살펴보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2헤르츠(㎐) 리듬을 좋아한다. 1초에 2번 떨리는 진동수다. 초당 2비트이니 즉, 분당 120비트에 해당한다. 120BPM이다. 가만 있던 사람들도 이 박자에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업계는 전한다.

30년 동안 음악의 운동효과에 대해 연구해온 영국의 브루넬 대학교 코스타스 카라게오그리스(Costas Karageorghis) 스포츠 교육학과 교수도 뉴욕타임스에 한국 보건당국이 120BPM을 선택한 것이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키 컷오프(key cutoff)'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론과 현장은 다르다. 카라게오그리스 교수 역시 "활기찬 음악의 속성에는 템포보다 훨씬 더 요인이 있다"며 비트가 전부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대한심장호흡물리치료학회지 제8권 제1호 '음악 템포에 따른 유산소 운동이 스트레스 요소에 미치는 효과'(정대인·장일용·이은상) 연구도 이 현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건강한 대학생 20대 남녀 21명을 대상으로 트레드밀(러닝머신) 운동 시 듣는 음악 템포의 차이가 혈압, 자율신경계, 심박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는데, 자율신경계 흥분도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으나 심박수와 혈압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조사에서 느린 템포의 음악은 60~80BPM으로 선정, 132bpm인 음악은 빠르고 경쾌해 댄스형 음악이 된다는 보고에 따라 빠른템포 음악은 120~140BPM으로 선정했다. 느린 노래로는 검정치마의 '에브리싱'과 아이유의 '무릎' 등이, 빠른 템포의 음악으로는 마마무 화사의 '멍청이'와 있지(ITZY)의 '달라달라' 등이 꼽혔다.

외신들은 이번 한국의 헬스장 BPM 제한과 관련 잇따라 비판적 보도를 내놓았다. 특히 음악 관련 기자들은 K팝의 BPM를 분석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2021.07.12.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2021.07.12.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영국 BBC 음악전문기자 마크 새비지는 "방탄소년단(BTS)는 안전지대, 블랙핑크는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방탄소년단의 대표곡 '다이너마이트'와 '버터'가 110~115BPM 범위에 속하지만, 블랙핑크 히트곡은 대부분 130BPM이상의 템포"라는 것이다.

다만 가디언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모든 곡이 코로나19 시국 헬스장 안전지대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발매한 신곡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는 127BPM이다. 이로 인해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는 이 곡의 제목을 인용, "헬스장에 댄스를 허하라"고 소셜 미디어에 반응하기도 했다.

'춤출 수 있다는 허락'이라는 '퍼미션 투 댄스'를 인용한 '노 퍼미션 투 댄스(No Permission to Dance)'를 제목 타이틀에 집어넣기도 한 가디언은 "스포티파이 체육관 재생 목록 '유 캔 두 잇'을 세계에서 100만명이 구독하지만, 오프닝 10개 트랙 중 120BPM 미만의 곡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헬스장 관계자들 또한 효과가 없고, 비현실적인 방침이라고 입을 모은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일렉트로닉 댄스음악 잡지 '믹스맥', 세계적인 EDM 웹사이트 '이디엠닷컴' 등 주로 빠른 비트의 음악 잡지들도 이번 한국 방역 조치에 이례적인 관심을 보였다. 

일부 음악 팬들은 영화 '120BPM'(2018)을 인용하며 현 상황을 풍자하고 나섰다. 프랑스 파리의 에이즈 활동가들을 다룬 영화다. 제목은 1980~90년대 유럽에서 유행한 하우스 음악의 사운드 리듬을 가리킨다. 영화에서 음악은 주인공들의 감각을 자극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영화 '120BPM' 팬이라는 음악계 관계자는 "음악이 감각이나 움직임을 자극할 때 물론 비트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걸 듣는 분위기, 듣는 이의 심리 상태도 못지 않다"면서 "느린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격렬한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빠른 음악을 들으면서 천천히 걷는 사람도 있다. 특정 속도의 음악을 규제하는 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행정 조치의 꼼수 아니냐"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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