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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획③ 아름다운...그래서 더 슬픈 섬, 제주[더블P]

등록 2022.04.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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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9일 오후 제주시 김녕해수욕장에서 신랑 신부가 웨딩 사진을 찍고 있다. 구좌읍 다랑쉬굴에서 발견된 4.3 희생자 11구의 유해가 이곳 김녕리 앞바다에서 한 줌의 재가 되어 뿌려졌다. 2022.04.03. livertrent@newsis.com

[제주=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9일 오후 제주시 김녕해수욕장에서 신랑 신부가 웨딩 사진을 찍고 있다. 구좌읍 다랑쉬굴에서 발견된 4.3 희생자 11구의 유해가 이곳 김녕리 앞바다에서 한 줌의 재가 되어 뿌려졌다. 2022.04.03. [email protected]


<더블P는 Project Photo의 약자로 뉴시스 사진부 연재 기획 기사입니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SNS에 '김녕해수욕장'을 검색하면 게시물이 약 20만 개가 나온다. 제주도 여행에서 꼭 방문해야 하는 명소 중에 하나이며, 웨딩 스냅사진의 단골 포토 스팟이기도 하다. 제주 주재기자 선배가 최근 한 달 중 가장 날씨가 좋은 날이라고 얘기한 지난 29일 김녕해수욕장을 찾았다. 바람이 불어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에메랄드빛 바다와 그 앞에 솟은 바위가 만들어낸 절경이 감탄을 자아냈다. 이토록 아름다운 김녕리 앞바다는 역사적 슬픔을 간직하고 있다.

4.3 당시인 1948년 12월 18일, 당시 진압작전을 피해 굴에 숨어살던 하도리와 종달리 주민 11명. 이 중에는 아이 1명과 여성 3명이 포함돼 있었다. 이날 군·경·민 합동 토벌대는 수류탄 등을 굴속에 던지며 나올 것을 종용했으나, 나가도 죽을 것을 우려한 주민들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토벌대는 굴 입구에 불을 피워 연기를 불어넣어 굴 입구를 봉쇄했고, 굴속의 주민들은 연기에 질식돼 죽어갔다. 이들의 유해는 애초 도민장으로 치러질 계획이었으나, 당시 공안정국 하에 재빨리 이 사안을 숨기려 했던 탓에 한 줌의 재가 되어 김녕리 앞바다에 뿌려지고 만다.

[제주=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9일 오후 제주시 김녕해수욕장에서 시민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구좌읍 다랑쉬굴에서 발견된 4.3 희생자 11구의 유해가 이곳 김녕리 앞바다에서 한 줌의 재가 되어 뿌려졌다. 2022.04.03. livertrent@newsis.com

[제주=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9일 오후 제주시 김녕해수욕장에서 시민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구좌읍 다랑쉬굴에서 발견된 4.3 희생자 11구의 유해가 이곳 김녕리 앞바다에서 한 줌의 재가 되어 뿌려졌다. 2022.04.03.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 백동현 기자 = 1991년 12월 처음 발견되어 이듬해 4월 공개된 다랑쉬굴은 그동안 숨겨졌던 제주 4.3 사건의 전말을 세상에 알린 기폭제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은 지난 30일 오전 제주시 4.3 평화기념관에 전시된 다랑쉬굴 발견 당시 내부를 재현한 모습. 2022.04.03. livertrent@newsis.com

[제주=뉴시스] 백동현 기자 = 1991년 12월 처음 발견되어 이듬해 4월 공개된 다랑쉬굴은 그동안 숨겨졌던 제주 4.3 사건의 전말을 세상에 알린 기폭제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은 지난 30일 오전 제주시 4.3 평화기념관에 전시된 다랑쉬굴 발견 당시 내부를 재현한 모습. 2022.04.03. [email protected]

1991년 12월 처음 발견되어 이듬해 4월 공개된 다랑쉬굴은 그동안 숨겨졌던 제주 4.3 사건의 전말을 세상에 알린 시발점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주 4.3 유적지로 등록되었지만 다랑쉬굴을 찾아가는 길은 지도에 표시되지 않았다. 지도에는 없지만 작게 나있는 길을 따라 굽이굽이 들어가 보니 다랑쉬굴 안내하는 이정표가 나왔다. 역사적 의미가 있는 유적지라고 하기에는 사람 발길이 끊긴 듯한 곳이었다. 당시 다랑쉬굴은 유해들이 밖으로 꺼내진 뒤 나머지 유물들을 그대로 남긴 채 입구는 다시 콘크리트로 봉쇄되었다. 내부를 볼 수는 없었지만 발굴 당시를 재현한 모습을 4.3평화기념관에서 볼 수 있었다.

[제주=뉴시스] 백동현 기자 = 1991년 12월 처음 발견되어 이듬해 4월 공개된 다랑쉬굴은 그동안 숨겨졌던 제주 4.3 사건의 전말을 세상에 알린 기폭제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은 지난 29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다랑쉬굴 모습. 2022.04.03. livertrent@newsis.com

[제주=뉴시스] 백동현 기자 = 1991년 12월 처음 발견되어 이듬해 4월 공개된 다랑쉬굴은 그동안 숨겨졌던 제주 4.3 사건의 전말을 세상에 알린 기폭제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은 지난 29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다랑쉬굴 모습. 2022.04.03.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9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동백동산 산책로 옆에서 시민들이 도틀굴을 살펴보고 있다. 도틀굴은 4.3 사건 당시의 피신했던 흔적과 유품들이 발견된 유적 동굴이다. 2022.04.03. livertrent@newsis.com

[제주=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9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동백동산 산책로 옆에서 시민들이 도틀굴을 살펴보고 있다. 도틀굴은 4.3 사건 당시의 피신했던 흔적과 유품들이 발견된 유적 동굴이다. 2022.04.03.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9일 오전 제주시 4.3 평화기념관에 4.3 사건 당시 피해자들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2022.04.03. livertrent@newsis.com

[제주=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29일 오전 제주시 4.3 평화기념관에 4.3 사건 당시 피해자들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2022.04.03. [email protected]

다랑쉬굴뿐 아니라 제주에는 수도 없이 많은 굴이 있다. 동백동산에 위치한 도틀굴과 목시물굴 또한 제주 4.3 사건 당시 주민들이 진압작전을 피해 몸을 숨긴 굴이다.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살아남기 위해 애썼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이 왜 굴에 숨어들어갔어야 했나. 죄 없는 주민들은 이른바 '빨갱이 섬'으로 낙인찍힌 제주도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야말로 '학살'을 당했다.

군대는 마을 주민들을 소개시킬 때마다 빠짐없이 민가에 불을 질러 마을 전체를 태웠다. 소개 작전에 대한 보복으로 무장대가 해안지대의 마을을 습격해 불질러버리는 일도 생겨났다. 곤을동 잃어버린 마을은 이러한 집터만 남은 4.3 때  망실된 터전이다. 지금은 유적지가 되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고 있다.

[제주=뉴시스] 백동현 기자 = 곤을동은 제주시 화북1동 서쪽 바닷가에 있던 마을로 4.3 초토화 작전이 한창이던 1949년 1월 국방경비대 군인에 의해 불에 타 폐동이 됐다. 주민들은 군인들에 의해 학살당했다. 이후 인적이 끊기며 '잃어버린 마을'로 불린다. 사진은 지난 29일 오전 제주시 곤을동 잃어버린 마을 모습. 2022.04.03. livertrent@newsis.com

[제주=뉴시스] 백동현 기자 = 곤을동은 제주시 화북1동 서쪽 바닷가에 있던 마을로 4.3 초토화 작전이 한창이던 1949년 1월 국방경비대 군인에 의해 불에 타 폐동이 됐다. 주민들은 군인들에 의해 학살당했다. 이후 인적이 끊기며 '잃어버린 마을'로 불린다. 사진은 지난 29일 오전 제주시 곤을동 잃어버린 마을 모습. 2022.04.03. [email protected]

1948년에 여섯 차례의 학살이 이루어졌고, 1949년 1월 인근 주민 80여 명이 토벌대에 의해 정방폭포 위 담배공장에서 학살당했다. 살해된 주민들의 시체는 폭포 아래로 흘려 보냈다고 한다. 정방폭포는 천지연폭포와 함께 서귀포 대표 관광지가 되었다.

[제주=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31일 오후 서귀포시 정방폭포에서 관람객들이 폭포를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방폭포는 4.3 사건 당시 대표적인 학살터로 알려져 있다. 2022.04.03. livertrent@newsis.com

[제주=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31일 오후 서귀포시 정방폭포에서 관람객들이 폭포를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방폭포는 4.3 사건 당시 대표적인 학살터로 알려져 있다. 2022.04.03. [email protected]

2006년 5월부터 시작된 4.3희생자 유해발굴사업은 제주시 화북천 등 4곳, 제주국제공항 내 2곳,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 내 1곳 등을 대상으로 2011년 2월까지 실시되었다. 그 결과 유해 388구가 발견된 옛 정뜨르 비행장은 하루 평균 400여대 비행기가 오가는 제주국제공항으로 성장했다.

[제주=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31일 오후 제주공항 활주로에 비행기가 이동하고 있다. 현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동북 측 지점과 서북 측 지점인 옛 정뜨르 비행장 인근에서는 4.3사건 관련 완전유해 261구와 유해 약 123구가 각각 발견됐다. 2022.04.03. livertrent@newsis.com

[제주=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31일 오후 제주공항 활주로에 비행기가 이동하고 있다. 현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동북 측 지점과 서북 측 지점인 옛 정뜨르 비행장 인근에서는 4.3사건 관련 완전유해 261구와 유해 약 123구가 각각 발견됐다. 2022.04.03. [email protected]

"행복한 제주만을 알다가 슬픈 제주를 알다 갑니다." 제주 4.3평화기념관 전시실 출구 방명록에 누군가 적어놓은 글귀에 숙연해진다. '숙소' '펜션' '1박2일 제주도' '제주도 날씨' '제주도 맛집'. 포털사이트에 제주를 검색하면 나오는 연관 검색어에서 알 수 있듯, 제주는 천혜의 자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관광지로 여겨진다. 하지만 제주 산야의 아름다운 풍광 뒤에는 아직도 잠들지 못하는 수많은 4.3희생자들의 원혼이 깃들어있다.

[제주=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30일 오후 제주시 4.3 평화기념관 출구 방명록에 '행복한 제주만을 알다가 슬픈 제주를 알다 갑니다'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2022.04.03. livertrent@newsis.com

[제주=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30일 오후 제주시 4.3 평화기념관 출구 방명록에 '행복한 제주만을 알다가 슬픈 제주를 알다 갑니다'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2022.04.0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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