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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도시 전력망 손상 우크라…엄동설한 속 신음하는 국민들

등록 2022.12.30 15: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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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미사일 공격 80%는 10월~12월에 집중

전력망 복구해도 반복된 공습으로 다시 암흑

[키이우=AP/뉴시스]지난 17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부분적인 정전이 계속되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이 소피아 광장에 새로 지어진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을 찍는 모습.2022.12.24.

[키이우=AP/뉴시스]지난 17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부분적인 정전이 계속되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이 소피아 광장에 새로 지어진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을 찍는 모습.2022.12.24.



[서울=뉴시스]조성하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에너지 기반 시설을 겨냥해 집중 공격을 가하는 탓에 수백 만 명이 강추위 속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P 통신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9월 이후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 시설에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급격히 늘렸다. 안드리 코스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 시설에 168차례의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고, 공격의 80%는 10월~12월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국영 가스회사인 나프토가즈도 이달 초에만 350개 이상의 기반 시설과 450㎞의 가스 파이프라인이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국영 전력망 운영업체인 NEC 우크레네르고의 최고책임자인 볼로디미르 쿠드리츠키는 "세계의 어떤 송전 시스템 운영자도 이렇게 대규모 파괴를 겪은 적이 없다"고 전했다.

훼손된 전력망을 복구하더라도 공습이 반복되면 우크라이나는 또다시 암흑에 휩싸인다. 이달 초 러시아의 포격으로 우크라이나 헤르손 시의 전력은 복원된 지 며칠 만에 다시 차단됐다.

전기가 없으면 통신 및 의료와 같은 기타 중요한 인프라가 작동하지 않지만, 매일 같이 정전이 반복되며 우크라이나인들은 어둠과 추위 속에 남겨졌다.

우크라이나에 사는 라리사는 11월 말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에너지 기반 시설을 파괴했을 때 요리를 하거나 따뜻한 물로 샤워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전기가 끊겨 어둡고 얼어붙은 아파트에서 고등어 통조림이나 죽을 먹었다고 설명하며, 휴대용 발전기를 구입하려고 해도 가격이 약 190달러에서 1600달러 이상으로 10배 가까이 급등해 살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라리사는 "이 모든 것에 지쳤고 예전 삶을 되찾고 싶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카페 등 상점을 운영하는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가 거의 매일 정전되는 동안, 카페를 운영하는 마리야 모드졸레브스카(34)는 발전기와 자동차 배터리에 의존해 카페를 계속 가동한다. 그의 카페에선 디젤 발전기가 에스프레소 머신에 전기를 공급한다.

모드졸레브스카는 "첫 드론 공격과 정전 이후 수입이 30% 이상 떨어졌다"며 "카페에 전원과 인터넷을 설치한 이후로 (수익이) 다시 돌아왔지만 앞으로 얼마나 오래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드네프르 강에 있는 도시 헤르손의 일부 주민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도시는 침공 첫날 러시아의 손에 넘어가 거의 9개월 동안 점령됐다. 러시아 군은 11월에 후퇴하며 전력선과 기타 주요 기반 시설을 파괴했고, 헤르손의 수천 명의 주민들을 어둠 속에 남겨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1년 중 가장 춥고 어두운 시기에 의도적으로 우크라이나의 기반 시설을 파괴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겨울을 무기화해 사람들을 추위와 배고픔으로 죽게 만들고 있다"고 규탄했다.

미국 노트르담 대학의 국제법 교수인 메리 엘렌 오코넬도 "민간인을 공포에 떨게 하고, 사기를 꺾고, 지도자에게 항복을 요구하게 하는 것은 군사적 필요성의 한 형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군사 목표물을 공격하더라도 그 의도가 민간인을 위협하는 것이라면 전쟁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을 늦추지 않고 있다. 29일 러시아는 몇 주 만에 가장 큰 공격으로 발전소와 기타 중요 인프라를 손상시켰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군 총사령관은 러시아가 에너지 시설을 향해 69발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우크라이나군이 이 중 54발을 격추했다고 전했다.

군사 시설이 아닌 민간 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 인프라 공격으로 키이우는 주민 40%가 단전 상태가 되었으며 남서부 제3의 도시 오데사는 90% 주민이 정전 속에 놓여 난방은 물론 식수 공급이 끊겼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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