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확정' 뉴스에…환자들 "계속 싸우겠네" 불안↑[현장]
'비수도권 의대 82% 배분' 증원안 발표
병원 로비에서 뉴스 보던 환자들 '웅성'
"증원 찬성하지만 파업 지속될까 걱정"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로비가 환자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4.02.21. [email protected]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오후 내년도 의과대학 정원 배분을 공식 발표하자 병원에서 이를 지켜보던 환자들이 술렁였다.
뉴시스 취재진이 만난 환자와 가족들은 증원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의료계와 정부의 '강 대 강' 대치가 계속될 것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못했다.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세브란스병원 로비. 삼삼오오 모여 텔레비전을 보던 사람들이 화면에 '[속보]의대증원 2000명 배분 확정'이란 자막이 뜨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한 여성이 "대학별로 학생을 몇 명씩 배분한다는 것 같다"며 설명하자 노년 남성이 "저렇게 하면 해결이 되겠냐고"라며 TV를 향해 손가락질했다.
의료진 두 명은 "너무 무대포 아니야? 독재시대도 아니고" "적당히 스텝 바이 스텝으로 가야지"라며 속삭이다 "교수님들도 이제 (진료) 안 하신다잖아"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디스크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변무장(66)씨는 "의사들이 2000명 증원은 많다고 하는데 '산출이 잘못됐으니 1000명만 하자'라든지 대안을 가지고 얘기해야지"라며 "대안도 없이 증원에 반대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03.20. [email protected]
경기도 파주시에서 온 이모(63)씨는 "지방대 위주로 증원하는 건 긍정적으로 본다. 지방 의대를 증원하면 거기도 좋은 의사들이 배치될 것 아니냐"면서도 "정부도 품을 건 품고, 의사들도 포기할 건 하고 서로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 피해를 보는 건 국민과 환자들"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암센터에서 만난 60대 A씨도 "지방 위주로 증원한다는 건 찬성한다. 그런데 발표하기 전에 의료계랑 논의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어야 한다"며 "한 달 동안 환자들한테 이렇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료계와 논의를 세심하게 했다고 하는데 의료계 입장에선 아닐 수도 있지 않냐"며 "각 분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상태에서 총선 앞두고 보여주기식으로 발표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모(79)씨는 "어제 운동하다 머리를 다쳐 구급차를 탔는데 세 시간 동안 응급실 뺑뺑이를 돌았다. 이게 다 의사 수가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니냐"며 "그래서 증원을 하는 건 잘했다고 보지만 정부가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서울 시내의 한 의과 대학병원 모니터에 지연대기 문구가 나오고 있다. 2024.03.19. [email protected]
손모(58)씨는 "인원을 늘리는 건 찬성"이라면서도 "지방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수도권에 와 버리면 의미가 없으니 남을 수 있는 인센티브 같은 걸 줘야 한다. 증원도 단계적으로 해야지 너무 크게 해버리니까 우왕좌왕 하지 않냐"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B씨도 "일부 증원하는 건 괜찮은데 2000명은 갑작스럽다. 수술이 너무 뒤로 잡히니까 당장의 현실이 불안하다"며 "정부는 지금이 파국이 아니라고 하는데 환자 입장은 파국이다. 숫자를 못 박고 서로 타협하지 않으면 피해가 클 것"이라고 걱정했다.
간수치 검사차 병원을 찾았다는 임모씨는 "의사 편도 못 들고 정부 편도 못 들겠다. 하지만 의사들이 숫자를 줄이자고 하면 대통령도 한발 물러서야 하는데 안 하지 않냐"며 "의사들이 반발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날 비수도권 27개 대학에 전체 증원분의 82%인 1639명을 증원하는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경기·인천지역에 나머지 18%를 배분했고, 서울 지역 의대는 현 정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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