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증오는 암덩어리···트럼프 양비론에 동조 못해"
【워싱턴=AP/뉴시스】전 세계 시총 1위 기업인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도 16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의 백인 우월주의 시위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 워싱턴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지난 6월 19일 쿡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7.08.17.
쿡은 “증오는 암덩어리(hate is a cancer)”라면서 샬러츠빌에서 불거지고 있는 인종차별 증오를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쿡은 “당신의 정치적 견해와 무관하게 우리 모두는 한 지점에서 함께 일어서야 한다. 바로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쿡은 애플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권 수호를 위해 일어선 사람들과 백인 우월주의자, 나치주의자들을 모두 도덕적으로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 이런 두 부류를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미국의 이상과는 배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쿡은 이어 “샬러츠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우리나라에서 설 자리가 없다. 증오는 암 덩어리다. (이런 증오를) 저지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둔다면 모든 것을 파괴하고 말 것이다. 그 상처는 여러 대를 두고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쿡은 또 “우리나라에서 그러한 증오와 편견을 목도하는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허용해서도 안 된다. 그런 일에 대해서는 아주 단호해야 한다. 이는 좌냐 우냐, 혹은 보수적이냐 진보적이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바로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성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쿡이 이날 강한 어조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선 것은 그가 샬러츠빌 사태와 관련해 백인 우월주의자와 그들에 맞선 인권운동 단체들 모두에 문제가 있다는 양비론적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샬러츠빌 사태 발생 직후인 12일 "여러 편들이 보여준 지독한 증오와 편견, 폭력을 최대한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며 백인우월주의자들과 인권운동단체들을 한꺼번에 비난했었다. 트럼프는 이어 15일 "대안우파를 공격한 대안좌파는 어떤가. 그들에겐 죄가 없는가. 있다고 생각한다. 끔찍하고 끔찍한 날"이라면서 다시 한 번 양비론을 펼쳤다.
애플은 이날 온라인 결제 서비스인 ‘애플 페이’를 이용해 나치 티셔츠와 범퍼 스티커, 로고 및 슬로건 등을 구매하는 백인 우월주의 사이트들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에 앞서 비자와 마스터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카드 등도 백인 우월주의 단체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결제 서비스를 중단했다.
쿡은 애플이 비영리 인권법률단체인 ‘남부빈곤법센터(the Southern Poverty Law Center)’와 유대인 차별 철폐운동 단체인 ‘반 명예훼손연맹(the Anti-Defamation League)’ 등 두 기관에 각각 100만 달러씩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샬러츠빌의 백인 우월주의 시위가 불거지기 시작한 이후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일제히 이들 인종차별주의 단체들을 차단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레딧’,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 등은 백인 우월주의와 관련된 모든 계정을 폐쇄했다. 세계 최대 검색 사이트인 구글과 도메인 등록업체인 고대디(GoDaddy) 등은 네오나치 단체인 ‘데일리 스토머(Daily Stormer)’ 사이트를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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