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제무대 본격 나서나…WSJ "김일성·김정일도 못한 일"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고 28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중국 방문에 부인인 리설주와 함께 동행했으며,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환영식, 연회에 함께했다. 2018.03.28.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북한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두터운 장막을 걷어내고 국제 외교무대에 본격적인 데뷔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은 이제까지 중국이나 러시아 등 공산권 국가들과의 교류에 그쳤으나 김 위원장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예약하는 등 국제외교 무대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국제무대의 외톨이인 김 위원장이 세계 외교무대로 “조심스런 발걸음(Tentative Step)”을 내디뎠다고 보도했다. WSJ는 김 위원장이 그의 할아버지인 고 김일성 주석이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시도하지 못했던 북미정상회담까지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전날 김 위원장이 지난 2011년 집권 이후 첫 해외 나들이인 중국 방문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면서 이를 시작으로 한국과 미국, 러시아, 일본 등 그의 또 다른 해외 순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및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과의 회동으로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아사히 신문은 29일 북일 정상회담이 오는 6월쯤 열릴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북한전문가인 진 H. 리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원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자신이 국제적 정치인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올 들어 공세적인 외교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고 문재인 대통령 평양 초청을 제안한 데 이어 2월에는 전격적으로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서울로 보냈다. 이어 대북 특사단을 만나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했고,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락을 받아내기도 했다. 또한 전격적인 베이징 방문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가지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김 위원장의 중국방문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이 자국 국민들과 인도주의를 위해 옳은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우리의 만남을 기대한다”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대북 경제 제재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유지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부친인 고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경우와 같이 집권 후 6년 만에 첫 해외 나들이를 가졌다. 김 위원장은 2011년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함께 집권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불과 27살이었다. 중국이나 러시아 등 우방국 지도자들과의 유대도 없었다. 세상은 과연 그가 북한의 권력을 장악할 수 있을지 의문의 시선을 보냈다.
WSJ는 이번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신의 위상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인문한국) 교수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중국 간 이해관계의 접점이 이뤄지고 있다. 북한은 후원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중국은 영향력의 반경에서 북한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국빈급 대우를 해주었다. 정상회담과 만찬은 5시간40분가량 이어졌다. 환영만찬은 인민대회당에서 가장 호화로운 진써다팅(金色大廳)에서 열렸다. 북한 매체들은 회담에 대해 “허심탄회하고 건설적이며 진지했다”고, 만찬 분위기에 대해서는 “동지적이며 형제적이며 화기애애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고 28일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중국 방문에 부인인 리설주와 함께 동행했으며,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환영식, 연회에 함께했다. 2018.03.28.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박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북한을 방문했던 남한 특사단과의 만찬이나 시 주석과의 만찬 자리에 자신의 부인인 리설주를 동반하는 모습은 그가 풍자화 속의 인물이 아니라 3차원 공간에 사는 꽉찬 지도자로 보이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로버트 켈리 부산대학 교수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은 앞으로 다가오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진지하게 우려하지 않았다면 이번 북중정상회담을 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워싱턴 정가에서는 만일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결실을 내지 못할 경우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매파인 마이크 폼페이오와 존 볼턴을 각각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했다. 특히 볼턴은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론을 주장했던 인물이다.
북미정상회담은 날짜는 물론 장소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한반도가 아닌 중립지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WSJ는 열차여행을 선호하는 김 위원장의 성격이나 경호상의 이유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이 스칸디나비아나 스위스 등 비행기로 움직여야 하는 나라에서 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했다.
미국 과학자협회(the 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의 애덤 마운트 선임연구원은 “북중정상회담은 다가오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의 손에 힘을 불어 넣어주었다. 김은 자신이 항복문서를 쓰는 것 이외에 다른 옵션이 있음을 알리는 신호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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