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쪽방촌'이 돼가는 고시원…인명 피해 우려 상존
젊은 수험생·취준생 대신 고령 일용 노동자들 많아
보증금 없고 월세 싸 일 마치고 잠만 자는 주거지로
통로 좁고 낡은 시설…화재 시 설비 이용도 어려워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경찰, 소방 관계자가 화재 감식을 하고 있다. 2018.11.09. [email protected]
통상 고시원은 국가시험 등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대학생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 세대가 대체로 이용하는 주거 형태다.
하지만 최근의 고시원은 생계형 일용직 노동자들의 숙소로 이용 행태가 변모하고 있다. 고액의 보증금이 없고, 월세가 싸기 때문이다. 일을 마치고 들어와 몸을 뉘이고 잠만 자는 방인 셈이다.
이날 오전 5시께 화재가 발생한 고시원 역시 인근 사업장에 근무하는 고령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용도로 주로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현장에서 대피한 2층 거주자 정모(40)씨에 따르면 해당 고시원의 한 달 방값은 25만원에서 30만원선이며 보증금은 없다.
정씨는 "사는 사람들의 연령대는 50대가 대부분인 것 같다"며 "직장인도 있었는데 노인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고령 거주자들이 많으면 통로가 좁고 낡은 시설이 많은 고시원 특성 상 화재가 났을 때 인명 피해가 커질 우려가 상존한다. 갑자기 닥친 사고에 대응이나 반응이 느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화재 발생 시 연소 시설 및 설비의 작동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용하기 어렵다는 것도 위험 요소다.
화재가 발생한 고시원에는 주출입구 1개의 비상구, 완강기로 연결돼 방에서 빠져 나갈 수 있는 비상탈출구가 설치됐다.
그러나 새벽 시간 자다 깨서 화마에 맞닥뜨린 고령의 거주자들이 이를 바로 깨닫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권혁민 종로소방서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여기 계시던 분들이 (탈출구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망자는 오전 11시 기준 7명이다. 11명이 화상 등의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실제로 이들은 대체로 50대 후반의 연령대로 파악됐다. 최연소자는 41세, 최고령자는 72세다.
당국은 부상자들이 고령인 만큼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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