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법이 밝힌 근로정신대 피해 손배소 청구 소멸시효는
"지난 10월말 대법 판결…권리행사 장애사유 해소"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광주고법 제2민사부가 5일 피고 미쓰비시중공업이 근로정신대 피해자 김재림(88) 할머니와 오길애 할머니의 동생 오철석(83)씨 등 4명을 상대로 한 항소를 기각했다. 1심 법원은 미쓰비스가 원고들에게 1억~1억5000만 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날 재판을 마친 김 할머니와 오씨 등이 광주고법 정문으로 향하고 있다. 2018.12.05.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구용희 기자 = "미쓰비시중공업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일제 강점기 광주·전남 근로정신대 피해자들과 전범 기업 미쓰비시중공업 간 2차 손해배상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미쓰비시중공업 측의 손해배상청구권 시효 소멸 주장을 일축했다.
5일 광주고법 제2민사부(부장판사 최인규)는 피고 미쓰비시중공업이 근로정신대 피해자 김재림(88) 할머니와 양모(90) 할머니, 오모(사망) 할머니의 남동생 오모(83) 씨, 심모(88) 할머니 등 4명을 상대로 한 항소심에서 미쓰비시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인 소멸시효와 관련해 다양한 부연 설명을 내놓았다.
"객관적 장애 사유 해소 시점을 언제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논란이 있다"며 운을 뗀 재판부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무렵까지도 원고들(피해자들)에게 사실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객관적 장애 사유로는 1965년까지의 국교단절, 국교 정상화 이후 2005년 1월까지 청구권협정 문서 비공개, 과거와 현재 기업의 동일성에 의문을 품게 하는 등 일본 측 조치, 한·일청구권협정 대상에 위자료 청구권이 포함되는지 등에 대한 논란이 거론된다.
민법 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인해 소멸한다'는, 2항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도 전항과 같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쓰비시 측은 그 동안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가 이미 소멸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을 뿐만 아니라 청구권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우선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청구권협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에 대한 미쓰비시 측의 주장을 배척했다.
소멸시효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2005년 8월26일 청구권협정에 대한 민관공동위원회 발표, 2012년 5월24일 대법원 판결(2009다22549·2009다68620)의 선고만으로는 원고들의 장애 사유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법령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지난 10월30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 등의 일본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확정하고, 청구권협정에 관한 해석을 명확하게 밝힘으로써 비로소 장애사유가 해소됐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 권리가 객관적 장애 사유에 의해 행사될 수 없었던 만큼 이를 명확히 밝힌 지난 10월30일 대법원의 판단 기준에 따라 권리행사 기간 내 소송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설령 2012년 5월24일 대법원 판결의 선고로 장애 사유가 해소됐다 하더라도 원고들은 권리행사에 필요한 상당한 기간인 3년 내 이 사건 소를 제기한 만큼 미쓰비시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원고들은 2014년 2월27일 미쓰비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2부는 앞선 소송과 유사한 형태인 강제징용 소송 항소심에서 피해자들의 권리행사 기간 문제에 대해 "객관적 권리행사 장애사유 해소시점은 2012년 5월24일이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012년 5월24일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됐다고 보기 어려워 청구권협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결국 김재림 할머니 등 2차 소송 원고들은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정당한 기간 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내려진 셈이다.
일제 강점기 피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 문제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 있어 중요한 대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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