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얼마나 떨어져야 거래절벽 탈출할까?
매도·매수자 '동상이몽'…집값 두고 양측 줄다리기 당분간 '계속'
서울 아파트값 지난해 8.03%↑…실수요자, 하락 아직 체감 못해
'보유세·금리인상·이자부담' 못 견디고 매물 내놓을 가능성 높아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수도권과 지방의 '집값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1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공인중개사 앞에 전세 및 월세 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30일 발표한 ‘9월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수도권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월평균 기준 0.17%로 전분기(0.12%)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2018.10.01. [email protected]
정씨는 "시장 분위기와 상관없이 일단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매수자를 기다리다 정 안되면 그때 가격을 내릴 생각"이라며 "보유세 부담이 커져 부담스럽지만 지난해 거래된 시세도 있고, 아직까지 정해놓은 가격 이하에는 팔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2. "서울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추세인데, 좀 더 지켜봐야죠."
무주택자 황정운(38)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의 아파트(전용면적 59㎡)에 5억4000만원을 주고 전세로 입주했다.
황씨는 집을 살까 고민했지만, '투기'와 '집값'은 반드시 잡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말을 믿고 내 마련의 꿈을 잠시 미뤘다.
황씨는 "시간이 갈수록 서울의 아파트값 하락세가 커지고 있고, 무주택자에 대한 혜택도 있는 만큼 당분가 기다리면서 신중하게 결정할 생각"이라며 "집값 하락을 기다리는 실수요자들은 집값이 바닥을 치면 움직일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아파트값 하락폭이 5년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하락세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얼어붙은 주택시장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매도·매수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선 '거래 절벽'을 넘어 '부동산 냉각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지난해 대출규제와 양도세 중과에 이어 올해 보유세 강화까지 예정돼 있어 냉각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오른 건에 비하면 하락폭은 여전히 실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주택시장에서는 서울 아파트값이 본격적인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심리적 요인이 굳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수요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하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의 가격 차이가 워낙 커서 양측의 줄다리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6.22% 상승했다. 이는 전년 3.64% 오른 것에 비교해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지난 2008년 상승률 9.56% 이후 10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특히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8.03% 올랐다. 2006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실제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도 급감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신고일 기준)이 5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년 동안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9만2596건으로, 지난2014년 9만241건 이후 4년 만에 가장 적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314건으로 2013년 7월 2118건 이후 5년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가장 많이 거래된 3월(1만3816건)에 비해 6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거래량은 예외 없이 감소했다. ▲송파구(161건) ▲강남구(107건) ▲강동구(97건) ▲서초구(79건) 등 강남 4구의 거래량이 지난해 최저거래량을 보인 11월보다 30~40%씩 떨어졌다. 또 ▲노원구(257건) ▲도봉구(135건) ▲구로구(129건) ▲강서구(124건) ▲성북구(122건) ▲은평구(106건) 등도 전월보다 20% 이상 줄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집주인들이 가격을 낮춰야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2~3년간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주택시장에는 피로도가 쌓였고, 올해는 금리인상을 비롯해 보유세까지 상승하면서 하방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며 "실수요자들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까지 집값이 떨어져야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집주인 입장에서 오른 가격대로 팔고 싶겠지만, 정부의 규제정책과 공급정책이 맞물리면서 하락세가 본격화되고 있는 시장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실수요자가 부담이 없을 정도까지 집값이 내려야 거래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오는 4월 예정된 부동산 관련 세금 기준인 '공시가격' 확정이 집값 향방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공시가격이 확정되면 하반기에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시세의 40~70% 수준에 머문 공시가격을 80%까지 끌어올리는 ‘공시가격 현실화’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같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서울과 조정대상지역 등 집값 폭등 지역의 주택 공시가격은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거래량이 적어 가격 산정이 어려웠던 고가 단독주택과 강북에 비해 실거래가 반영률이 낮은 강남지역의 세(稅) 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전세와 은행대출 등을 끼고 이른바 '갭투자'에 나선 집주인에게 금리 인상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전셋값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까지 늘면 결국 집을 매물로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올해부터는 9.13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들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매도·매수자 모두 관망하는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현재 집값이 일부 떨어졌지만, 매수자 입장에서 여전히 비싸기 때문에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실수요자 역시 '시간이 지나면 더 떨어진다'는 생각으로 당분간 집값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거래가 끊길 것 같다"고 말했다.
안 부장은 "올해 상반기보다 실제 종부세가 부과되는 하반기에 집값 조정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 하락세로 가는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 하락폭이 커지면서 세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시장에 물건을 내놓을 가능성도 높고, 주택시장에 매물이 많아져 매수자 입장에서 수용할 수 있을 수준까지 집값이 떨어지면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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