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학교폭력 학폭위 안 간다…학생부 기재→경고제 전환
정책숙려 결과 정책참여단은 찬성·설문조사는 반대 우세
학폭위 교육지원청에 이관…법률가 배치 등 전문성 강화
학폭위 들어가는 학부모위원 수도 3분의1이상으로 낮춰
단 성폭력의 경우 무조건 학폭위 개최해서 결정키로 해
원안대로 대응절차 개선하되 은폐·축소시 교직원 중징계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푸른나무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과 강북삼성병원 관계자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학교폭력예방 가두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학교폭력 피해 사례가 매년 늘어가는 가운데 시민들에게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상기시키고 적극적인 활동과 지지를 독려하기 위해 실시됐다. 주최 단체인 청예단은 '친구를 놀리고 고의적으로 소외, 괴롭히는 행동은 범죄', '자녀와 학교에서 일어난 일, 친구관계에 대해 매일 대화의 시간 갖기', '학교폭력 상황 발생시 부모님에게 이야기 하기' 등의 학교폭력 예방 수칙을 자녀들에게 교육해 학교폭력을 예방해야 한다고 시민들에게 알렸다. 2018.10.31. [email protected]
또 기존에는 모든 학교폭력 사안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록해 학부모와 교사간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는 단판에 따라 가벼운 학교폭력의 경우 처분사항을 이행하는 조건 하에 경고제로 전환한다.
교육부는 30일 경미한 학교폭력 처리방안에 대한 국민참여 정책숙려 결과를 공개하고, 이 같은 내용의 학교폭력 제도개선안을 발표했다.
◇"가벼운 학폭 학생부 미기재" 참여단 '찬성'…일반인·학생 '반대'
학교폭력은 가해학생 조치 정도에 따라 ▲1호 서면사과 ▲2호 접촉·협박·보복금지 ▲3호 교내봉사 ▲4호 사회봉사 ▲5호 특별교육 ▲6호 출석정지 ▲7호 학급교체 ▲8호 전학 ▲9호 퇴학까지 나뉜다. 교육부는 1~3호에 해당하면 교내선도로 해결 가능한 사안이라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1~9호 모두 교내 학폭위에서 심의·처분한 뒤 학생부에 기재하기 때문에 법적 소송이 끊이지 않았다. 교사 대상으로 송사 관련 보험상품이 등장할 정도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교원단체에서는 학교현장의 혼란이 가중된다며 일선 교육청으로 학폭위를 이관하고 경미한 사안에 대해선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관련 법도 28건이나 국회에 계류중이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해 '피해학생·학부모가 동의하면 학교 차원의 교육적 해결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제1안건)과 서면사과·접근금지·교내봉사 등 교내선도형 조치에 해당하는 경우 이행을 전제로 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는 방안(제2안건)을 제시하고, 이해관계자와 국민 여론을 정책숙려제로 수렴했다.
정책숙려는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로 구성된 참여단과 일반 국민 설문조사로 나눠 진행됐다. 참여단에는 중2~고2 학생을 비롯해 학부모, 교사 등 구성원 15명과 전문가 15명 등 30명이 참여해 토론했다. 설문조사는 만19세 이상 일반시민 1000명과 학생·학부모·교사 각 400명 등 총 2200명에게 교육부 안에 대한 찬반과 이유를 묻는 온라인 설문으로 이뤄졌다.
참여단의 경우 두 안건 모두 찬성이 60% 수준으로 우세했다. 그러나 설문조사는 찬반이 팽팽하거나 반대 의견이 더 높은 결과를 보였다.
제1안건인 학교자체해결제의 경우 참여단은 찬성 59%, 반대 31%, 유보 10% 의견을 보였다. 반면 학생과 학부모, 교사,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찬성 51%, 반대 48.6%로 참여단보다 반대 의견이 많았다. 찬성 이유는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 반대측은 학교폭력이 은폐되거나 축소되기 쉽다는 점을 우려했다.
제2안건인 학생부 기재 완화안의 경우 참여단 62%가 찬성했으며 반대 31%, 유보 7%로 나타났다. 반면 설문조사 결과 반대 의견이 59.8%로 더 많았고 찬성은 40%였다. 찬성 이유는 낙인효과를 방지해야 한다는 점, 반대 이유는 학교폭력 예방과 재발방지 효과가 약하다는 점이 제기됐다.
참여단 역시 찬성 의견이 우세하긴 했지만, 학교폭력을 쉽게 은폐하거나 축소하지 못하도록 보완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보호대책을 강화하고 가해자의 진정한 반성을 유도하는 한편, 학교폭력 재발방지 방안도 필요하다고 단서를 붙였다.
◇학교자체해결제·학생부 미기재 도입…은폐·축소 막을 안전장치 마련
교육부는 학교폭력 대응절차 원안을 보완한 형태로 숙려결과를 내놓았다. 개별 학교에서 운영하던 학폭위를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는 방안은 올해 준비해 2020년 1학기에 실행하는 게 목표다. 교육지원청에는 변호사 등 전문인력과 전담조직이 만들어지며,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학폭위원 구성도 바뀐다. 기존에는 학부모위원 비중이 과반수였지만 전문성이 낮고 독립된 판단을 하기엔 부담이 따른다는 지적이 많았다. 교육부는 향후 학폭위에 외부전문가 참여를 늘리고, 학부모위원은 '3분의 1 이상'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가벼운 학교폭력은 자체해결제를 적용하되, 학교폭력 사실을 은폐하거나 가벼운 것으로 축소 시도를 한 교직원은 가중징계하고, 학교폭력을 재발한 가해학생 역시 가중 처분할 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또한 별도로 은폐·축소를 방지하기 위한 5단계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1단계는 피해학생과 보호자가 학폭위를 개최하지 않는 데 동의해야 하고, 이를 문서로 확인해야 한다. 2단계는 전담기구에서 ▲2주 미만의 신체·정신상 피해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복구된 경우 ▲일회성 사안 ▲보복행위가 아닐 때 등 4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는지 객관적으로 확인돼야 한다.
특히 성폭력의 경우 무조건 학폭위를 개최하도록 할 예정이다. 3단계는 교내 선도와 교육으로 해결할 지 여부를 학교장이 단독으로 판단하지 않고 학칙상 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
4·5단계는 종결된 사안이라도 학폭위를 다시 열 수 있도록 했다. 4단계는 교육적 해결이 이뤄졌더라도 그 판단이 잘못된 정보에 따른 동의였거나 새로운 피해사실이 드러나는 경우 피해자 요청에 따라 학폭위를 열어야 한다. 마지막 5단계는 자체해결 완료한 사안은 학폭위와 교육청에 보고하고, 향후 은폐·축소 경위가 확인되면 다시 학폭위를 개최한다.
가해학생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고, 잦은 법적 분쟁을 완화하자는 취지에서 학생부 기재 경고제를 도입한다. 다만 예방과 재발방치 차원에서 3단계 보완장치를 제시했다.
1단계로 1~3호 조치사항을 충실히 이행할 경우 학생부 기재를 유보하며, 2단계로 2회 이상 1~3호 조치를 또 받게 되면 2건 모두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했다. 또한 학교폭력이 재발하면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가중할 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심판보다 교육적 해결 중심으로 법·제도 개선
교육부는 지난 18일 학교폭력 피해로 인해 발생하는 결석은 학폭위와 학교장의 보호조치 전에도 출석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교육부 훈령을 개정했다. 성폭력 피해 학생은 교육감 책임 하에 전입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침을 2월까지 개정할 계획이다.
또 피해학생이 우울증 등으로 등교가 어려울 경우 보호할 수 있는 기숙형 전담기관을 전국에 2곳 이상 추가 설립하고, 통학형 일시보호기관을 설립해 시범운영을 추진하기로 했다.
재심 때문에 가해학생의 전학·퇴학조치가 늦어질 경우, 피해학생이 원하면 학급도 바꿀 수 있도록 사안처리 가이드북 개정을 추진한다.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 관한법률을 개정해 학교장 중심의 교육적 관계회복 프로그램 운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부 박백범 차관은 "학교폭력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한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 참여단의 권고안을 토대로 만든 이번 개선안이 현장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앞으로도 학교폭력 관련 정책에 대한 피해자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듣고 보완책을 마련해 피해자 보호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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