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유해용 "피의자되고 무죄추정 소중함 느껴"
10일 페이스북에 검찰·언론 비판글 남겨
"받아쓰기하는 언론 보도에 이미 범죄자"
"아닌 것은 아니라 해주는게 법원 역할"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하면서 사법농단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유해용 전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지난해 9월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8.09.20. [email protected]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 변호사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가수 리아킴의 노래 '위대한 약속' 가사를 언급하며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위대한 약속'은 리아킴의 아버지인 가수 김종환이 딸을 위해 작사·작곡한 노래로 '위급한 순간에 내 편이 있다는 건 내겐 마음의 위안이고, 평범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벼랑 끝에 서보면 알아요' 등의 가사가 담겼다.
유 변호사는 "노래 가사가 저의 마음을 울려서 일부를 여기에 적어본다"며 "참 부끄럽고 어리석게도 몸소 피의자, 피고인이 되고 나서야 헌법과 형법,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적법절차, 무죄추정, 증거재판, 피의사실공표처벌 등이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흘린 일방적인 정보를 그대로 받아쓰기하는 언론 보도에 의해 이미 범죄자로 기정사실화 됐다"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상태에서 재판이 이뤄진다면 무죄추정이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같은 헌법 원칙은 한낱 공허한 장식품에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록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려는 좋은 의도에서 시작됐다 하더라도 포토라인을 통과하도록 하는 공개소환은 언제든지 '겁주기', '낙인찍기' 등으로 악용될 위험이 있다"며 "재판을 통해 진실이 무엇인지 확실히 드러날 때까지는 어떤 편견과 예단도 없이 진실을 규명할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설명했다.
또 법원에 대한 부탁도 덧붙였다. 유 변호사는 "어떤 사건, 어떤 상황이든 진영 논리를 떠나 증거와 법리에 비춰볼 때 아닌 것은 아니라고 선언해주는 것이 법원의 역할이다"면서 "우리 헌법이 법관의 신분과 독립을 철저히 보장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 변호사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결코 침몰하지 않는다'는 말은 세상을 향한 바람이면서, 동시에 저를 향한 경고와 다짐이다"면서 글을 마쳤다.
유 변호사는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대법원 수석·선임 재판연구관 시절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 및 의견서 등을 사건 수임 및 변론에 활용하기 위해 무단으로 들고나온 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파기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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