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속죄 기회 저버린 전두환…법정 안팎 공분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고(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을 받고 나온 전두환씨가 대기하고 있는 경호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19.03.11.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학살 주범 살인마, 전두환 사죄하라. 무릎 꿇고 사죄하라."
회고록을 통해 '1980년 5월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혐의로 광주 법정에 선 전두환(88) 전 대통령 측이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자 법정이 술렁였다. 속죄·참회할 기회를 저버린 전씨의 뻔뻔함에 법정 안팎은 분노로 가득찼다.
11일 전씨의 재판이 진행된 광주지법 법정동 201호 법정. 이날 오후 2시30분 엄숙한 분위기 속 재판부(형사8단독·부장판사 장동혁)가 입정했다.
전씨와 부인 이순자씨, 변호인 정주교 변호사도 오후 2시26분부터 29분 사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굳은 표정과 함께 피고인석에 자리한 전씨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흘러보였다. 전씨는 진술거부권 고지 때엔 굳은 표정으로 안경을 고쳐썼다.
검사의 공소사실 낭독 때에는 부인 이씨와 자리를 바꿔 앉았다. 모니터 화면 속 자신의 공소사실과 검사를 번갈아 보며 눈을 감기도 했다.
전씨의 변호인은 피고인 모두발언에서 '1980년 5·18당시 헬기사격이 존재했으며, 전 씨가 이를 알고도 회고록을 통해 고 조비오 신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는 검사의 공소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사자명예훼손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전씨는 고개를 숙인 채 졸기만 했다. 잠에서 잠깐 깰 때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듯 보였다. 재판이 진행된 1시간 15분 내내 꾸벅거리다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는 행위를 반복했다.
신뢰관계인으로 동석한 부인 이씨는 시종일관 곧은 자세로 변호사와 남편, 검사 측을 번갈아 살폈다.
오월 어머니 등 일부 방청객들은 전씨의 잦은 졸음과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모습을 보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방청객들은 "변호인이 계엄군의 임무를 왜곡했다"며 헛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재판 도중 "변호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항의하는 방청객도 나왔다.
이날 오후 3시45분께 "형사8단독 재판을 모두 마치겠다"는 장동혁 부장판사의 발언이 나온 직후 일부 방청객들의 거센 항의가 쏟아졌다.
"전두환 저리가라" "학살 주범 살인마, 전두환 사죄하라" "무릎 꿇고 사죄하고 가라"는 울분 섞인 발언이 잇따랐다.
시민 학살로 권력을 빼앗고 죗값을 치르지 않았던 전씨가 재판 내내 조는 등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자 분노를 참지 못한 듯 했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5·18 피해자들이 11일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탄 승용차 앞을 가로막고 항의하고 있다. 2019.03.11. [email protected]
또 국민 앞에 참회할 기회를 저버린 전씨의 뻔뻔한 모습에 39년간 맺힌 한이 다시 터져나온듯 보였다.
전씨는 재판 이후 오후 4시17분께 차를 타고 법원을 나가려고 했다. 시민들의 항의에 가로막혀 오후 4시33분 법원 진입로를 빠져 나와 서울로 향했다. 이 과정에 곳곳서 승강이가 일기도 했다.
경찰이 차량 진로를 확보하는 사이 폴리스라인 밖에 선 시민들은 '전두환 처벌하라. 당당하게 나와 사과하라'고 목놓아 외쳤다.
일부 5·18 희생자 유가족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죄를 지었으면 빌고 가야지', '이번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가면 내 동생 죽음 억울해서 어쩌냐'고 말하며 울부짖었다.
전씨는 재판 전후 사과 발언도 하지 않았다. 법정에 들어오기 직전 "광주시민에게 한 말씀 해달라.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왜 이래?"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광주시민에 사과할 마음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인상을 쓰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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