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여왕연설로 의회개원하면서 '브렉시트 결행' 강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14일 의원 개원 연설을 위해 상원에 차려진 왕좌에 앉아있다 옆에는 부군 필립군 대신 왕세자 찰스왕자가 배석했다 AP
의회의 새 입법년도를 연다고 할 수 있는 여왕 연설은 집권당 정부가 1년 동안 의회에서 제정하고자 하는 주요 법안을 간략하게 나열하는 내용으로 이뤄진다. "내 정부는"이라는 주어로 시작되는 연설이지만 집권당 정부가 써준 것을 여왕은 그대로 낭독하는 역에 그친다.
5분 정도 걸린 연설의 첫 대목을 통해 연설 원 작성자인 보리스 존슨 총리는 10월31일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떠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통 복장의 상원의원들이 앉아 있고 초청 받은 평복의 하원의원들이 서서 듣는 가운데 여왕은 모두 26개 정도의 입법 안건을 한 줄 씩 읽은 뒤 곧바로 퇴장했다.
존슨 총리는 이 연설 행사를 '참신하게' 치르겠다면서 8월28일 여왕의 재가를 얻어 9월10일부터 연설 전날 10월13일까지 5주 동안 의회를 장기장회한다는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브렉시트 사법투쟁 전사인 한 여성 기업인의 위헌 제기에 대법원이 9월23일 만장일치로 위헌 및 불법 무효 판결을 내려 존슨에게 대패배를 안겼다.
의회는 다음날 24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 매년 하는 여왕의 의회 개원 연설은 대개 봄에 하는데 올해 테리사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을 이유로 뒤로 미뤘다. 7월24일 취임한 존슨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면서 자신의 정부 출범을 알리는 여왕 연설이 보다 특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기존 의회를 5주간 정지시킨 것이다. 보통은 1주 정도 쉬는 데 그쳤다.
야당 및 집권 보수당 내 반존슨파는 하원이 브렉시트를 논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술책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이런 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존슨 총리는 19일까지 의회에서 새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키거나 노딜 허용 법안을 승인 받지 못하면 31일의 브렉시트를 3개월 연기해줄 것을 유럽연합에 요청하도록 법으로 강제되어 있다. 그러나 그가 이를 준수할지는 불분명하다.
14일 상원 초대를 받아 여왕 연설을 청취했던 하원의 집권 보수당 존슨 총리와 제일야당 노동당 코빈 당수가 식을 마치고 다시 하원으로 돌아오고 있다. 오고갈 때 두 의원은 나란히 걸어야 한다 AP
이날 집권당이 작성해 공개한 여왕 연설, 입법 계획안을 놓고 하원은 오후에 승인 여부 투표를 한다. 100년에 한 두 번만 부결되어 조기 총선을 치루게 되었지만 5년 집권을 법으로 보장한 지금은 부결해도 큰 의미가 없게 되었다.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당수가 의회 예법대로 존슨 총리와 나란히 걸어 상원으로 오고가는 여야 통합의 "아주 희귀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여왕 연설을 "웃기는 연극'" "사기극"이라고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소리가 거침없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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