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유연석·정문성의 '슬기로운 웃음' 폭발…'젠틀맨스 가이드'
[서울=뉴시스]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 공연 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2021.11.19. [email protected]
"체질이 약한 분께 경고한다. 심장이 약한 분도 들어라. 복수와 살인, 피 범벅된 얘기 시작한다. 겁이 나냐, 집에 가라." 무대가 열리고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 속 관객을 위한 경고부터 시작된다. 배우들은 살인을 예고하며 엄포를 놓지만, 실상 본격적으로 그려지는 이야기에는 웃음이 더 가득하다.
극은 한 신사의 사랑과 살인에 관한 회고다. 주인공 '몬티 나바로'가 진실이자 최후의 고백이라며 써내려가는 일기장과 함께 이야기가 펼쳐진다. 1900년대 초반 영국 런던, 가난하고 낮은 신분으로 살아온 몬티 나바로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자신이 고귀한 명문가인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이 기쁜 소식을 연인 '시벨라'에게 말하지만, 그녀는 헛웃음만 보이며 믿지 않는다. 그의 앞에 줄줄이 있는 가문 사람들이 모두 죽지 않으면 백작이 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 몬티 나바로는 가문의 백작이 되기 위해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후계자들에게 접근해 하나씩 제거해 나간다.
[서울=뉴시스]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 공연 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2021.11.19. [email protected]
똑똑하지만 어딘가 어설픈 청년 몬티 나바로가 극의 중심을 이끌고, 혼자서 가문의 후계자 9명을 연기하는 다이스퀴스가 풍성한 맛을 더한다. 난봉꾼 한량부터 어린아이 같이 짓궂은 시골 대지주, 성직자, 겉치레 후원 중독자인 마담 등 각양각색 성격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변신해 재미를 책임진다.
그렇다고 마냥 코미디만 있진 않다. 웃음을 가장한 그 뒤엔 인간의 욕망과 위선으로 아이러니함을 보여준다. 욕망을 위해 살인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몬티 나바로는 물론 그 대상인 다이스퀴스 가문 사람들의 위선적이고 허망한 삶을 담아낸다.
[서울=뉴시스]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 공연 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2021.11.19. [email protected]
특히 두 사람의 캐스트에는 함께 출연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그림자가 묻어나 웃음을 유발한다. 극 중간에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왔던 코믹한 신이나 '가든(정원)'-'윈터(겨울)' 등 유연석의 드라마 캐릭터에 대한 대사를 발견할 수 있다. 영상을 활용해 배경이 되는 공간의 높낮이와 변화를 다채롭게 보여주는 것도 볼 만하다.
이 밖에도 다양한 캐스팅으로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몬티 나바로 역에는 유연석 외에 이석훈, 고은성, 이상이가, 다이스퀴스 역은 정문성 외에 오만석, 정성화, 이규형이 출연한다. 몬티의 연인이지만 세속적인 욕망을 좇아 귀족과 결혼하는 시벨라 홀워드 역은 이정화, 유리아가 연기하며 제거 대상이 아닌 몬티의 약혼녀가 된 '피비 다이스퀴스' 역은 김아선이 맡았다.
[서울=뉴시스]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 공연 사진. (사진=쇼노트 제공) 2021.11.1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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