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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제정신 아니다"…고국 떠나는 러시아 시민들

등록 2022.03.10 15:49:39수정 2022.03.10 17: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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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제재-푸틴 선전선동·탄압 공포에 탈출 행렬

언론인·활동가·문화계 등 전문직·부유층이 대다수

핀란드·이스라엘·아르메니아 등에 수천명 건너가

유럽 정착해도 '돈 줄 죈' 제재로 어려움 겪을 듯

자국선 '전쟁' 말하는 것도 금지…"경악스러워"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 오가르요보 관저에서 화상을 통해 국가 안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3.04.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 오가르요보 관저에서 화상을 통해 국가 안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3.04.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제재와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프로파간다(선전선동) 및 반전시위 탄압으로 고국을 떠나는 러시아인들이 늘고 있다. 계엄령 선포, 국경 폐쇄 소문까지 더해지면서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이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도망치는 것은 우크라이나인들 만이 아니다. 러시아인들도 고국을 떠나고 있다"며 "가혹한 제재와 증가하는 고립, 푸틴 대통령의 점점 더 억압적인 통치에 대한 공포가 러시아인들을 자국 밖으로 내몰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200만 명에 비하면 미미한 숫자이지만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탈출 행렬의 시작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다수는 언론인과 활동가, 문화계 인사를 비롯해 전문직 종사자이거나 부유한 이들이라고 전했다.

최근 몇 주 간 국경을 넘은 이들의 정확한 규모는 확인할 수 없지만 적게는 수천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핀란드 국경수비대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에서 핀란드로 입국한 규모는 4만4000명 수준으로, 전년도 같은 달 2만7000명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핀란드행 버스와 기차표는 매진된 상태다. 핀란드 국영 철도 운영사 VR은 헬싱키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구간 열차를 증편할 계획이라고 한다.

러시아 인근 조지아에도 최근 며칠 동안에만 2만~2만5000명이 넘어갔다.

이스라엘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 시민에게 발급한 이민 비자가 1400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서방의 제재로 하늘길이 계속 막히고 있어 '탈출로'도 빠르게 줄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유럽연합(EU) 등은 우크라이나 침공 대가로 러시아 항공의 영공 진입을 금지했다. 러시아 항공사들도 국제선 운항을 중단했다. 러시아 국영 항공사 아예로플로트는 인접한 우방국 벨라루스를 제외한 모든 해외 노선 운항을 멈춰세웠다.

무사히 국경을 넘었다고 하더라도 제재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방이 제재의 일환으로 자금줄을 조이는 일련의 조치를 취했고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 역시 러시아 영업을 중단하면서 러시아 시민 개인들도 피해가 불가피해서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1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경찰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연행하고 있다. 2022.03.04.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 1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경찰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연행하고 있다. 2022.03.04.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이 곧 계엄령을 선포해 검열을 확대하고 국경을 폐쇄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일 계엄령을 선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지만, 신뢰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실제 러시아 의회는 군에 대해 '가짜' 정보를 유포하는 경우 최고 징역 15년 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푸틴 정권의 선전선동에 지치고 전쟁을 일으킨 것에 수치심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한 러시아 시민은 "우리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금지돼 있다"고 토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침공을 "특별군사작전"이라고 선전한다. 우크라이나 정부를 '신나치'에 비유하면서 전쟁을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해외에 있는 러시아인 다샤 키릴로바는 귀국할 예정이지만 상황이 악화하면 고국을 떠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만약 우리 나라가 북한과 같은 상황이 된다면 우리는 당연히 떠날 것"이라며 "푸틴은 제정신이 아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헬싱키 공항에서 항공편을 기다리던 한 러시아 여성은 "평생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던 경악스러움"라며 "세상을 향해 어떻게 눈을 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키이우=AP/뉴시스]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역에서 피난민들이 리비우 행 열차를 타려고 몰려들자 한 군인이 이들을 힘겹게 통제하고 있다. 2022.03.05.

[키이우=AP/뉴시스]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역에서 피난민들이 리비우 행 열차를 타려고 몰려들자 한 군인이 이들을 힘겹게 통제하고 있다. 2022.03.05.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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