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한기정 청문회서 자료제출 불성실 공방
민주당 "개인정보보호 말하며 요청자료 안 내"
이용우 "자료제출하지 않은 건 청문회 않겠단 뜻"
국민의힘, 내로남불 주장…"文정부 때도 같아"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백혜련(오른쪽) 국회 정무위 위원장과 국민의힘 윤한홍 정무위 여당 간사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의 자료 제출 미비로 정회되자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9.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2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렸다. 그러나 후보자에 대한 직무수행 역량과 자질, 도덕성 검증이 있기도 전에 후보자의 불성실한 자료제출을 놓고 여야가 거센 공방을 벌였다.
청문회는 이날 오전 10시 시작됐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후보자는 개인정보라는 사유로 검증에 필요한 자료들을 진짜 많이 제출을 안 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인사청문회법 112조에 따르면 위원회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자료제출요구를 할 수 있게 돼 있고 후보자는 답변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는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나 업무상 알게 된 타인의 비밀 그리고 친족이 형사사건에 관련된 경우에만 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후보자가 자료제출을 자기 마음대로 했다"며 "저희가 교육부에 자료제출 요청을 했다. 후보자의 법학전문대학원 협의회 사장 재임시 업무추진비 내역을 달라고 했는데 (자료를 보이며) 후보자가 일시, 제출처, 금액 지출용도 등 요구한 것을 무시하고 총 건수, 총액만 주라고 했다. 상왕도 아니고, 청문회 받으러 온 사람인가"라고 질책했다.
강병원 의원도 거들었다. 강 의원은 "성실하게 자료제출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시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 굉장한 유감을 표한다"며 "후보자는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기본자료를 개인정보를 핑계로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데, 자녀의 입시나 부동산 등은 윤석열 정부에서도 고위공직자 검증대상이다"라고 했다.
이어 "동작구 위장전입이 불법이라는 걸 이미 스스로 인정했다. 이 사안에 대해선 자료제출을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나. 청문회를 얼마나 우습게 알고 있으면 이렇게까지 안하무인 태도인가"라고 했다.
소병철 의원도 가세했다. 소 의원은 "한 후보자는 학자 아닌가. 그래서 논문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를 했다. 표절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려고. 그런데 후보자 답변은 '현재 논문 원본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서 요약자료 제출이 어렵다'였다"며 "미제출율이 35.3%인데, 법무부 인사검증단에는 제출 다하고 국회에 안 한거라면 국회가 법무부보다 더 하위 기관처럼 돼버리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용우 의원도 합류했다. 이 의원은 "한동훈 장관 속기록보면 후보자는 법무부 인사검증단에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했을 것"이라며 "법무부에는 개인정보 제공동의를 하고 국회에서 요구한 것에는 안 하는 건 국회의원의 권위를 무시하는 것 아닌가"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의원은 "개인정보보호 등의 이유로 자료제출하지 않는 건 인사청문회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백혜련 위원장도 민주당 의원들의 의견을 정리하며 "후보자가 국회 상임위 위원들의 권한과 직접 연결된 자료제출 요청인데 이것을 직접 줄을 그어서 총액을 지우고 후보자가 다시 썼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국회의 권한을 이렇게 능멸할 수 있는지 저도 용납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9.02. [email protected]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을 앞세웠다.
강민국 의원은 "청문회는 고위공직자가 부처 등을 잘 운영할 수 있는지,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능력과 자질검증은 거의 사라지고 어떻게든 흠집내고 문제있다는 걸 부각시키기 위한 청문회로 변질됐다"고 꼬집었다.
강 의원은 "후보자 가족의 사생활까지 공개되고, 심지어 어린 자녀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까지 검증대상이 되고 있다.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 말씀은 민주당 의원이 한 것이다. 청문회에 대한 근본적인 한계, 내재적 한계에 대해 고민해야 하지 않겠나 이런 생각을 한다"고 했다.
김희곤 의원도 지원사격했다. 김 의원은 "개인정보라는게 요즘 얼마나 무섭나. 아무리 청문회지만, 문재인 정부 때는 더 했으면 했지 덜하지는 않았다"며 "청문회가 진짜 청문회가 될 수 있도록 차분하게 진행하면서 후보자는 혹독하는게 검증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윤한홍 의원은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 때 여러분하고 우리하고 위치가 바뀐 것"이라며 "그때 후보자들이 자료를 냈느냐, 사생활 관련 정보는 안 냈지 않나. 그때 우리가 야당 시절에 똑같이 공방을 벌였다. 왜 이런 것이겠나.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는 걸 다 달라고 해서 그렇다"고 했다.
윤 의원은 "만약 굳이 이걸 갖고 논쟁을 계속 하고 싶다면 간사들 간 자료문제에 대해 논의하겠다. 법에 맞지 않는 개인사생활, 정보 등 성인인 사람들이 자기가 판단해서 자료를 못 주겠다는 것까지 달라고 하지 않고 진행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전했다.
민주당 간사 김종민 의원도 간사 간 협의에 동의하면서 청문회는 약 30분 간 정회했다가 속개했다.
여야는 한 후보자에게 이날 오후 2시까지 협의한 목록의 자료제출을 요구한 뒤 청문회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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