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남부 국경, '타이틀 42' 해지 몇시간 앞두고 대혼란
3년간 코로나 이유로 불법입국 현장서 즉시 추방
해지와 함께 수십 년간의 관행 '체포후 석방' 재개
멕시코 접경도시 후아레스에 모여있던 미국 불법입국 시도자들이 국경 철벽 뒤의 미 텍사스주 앨패소로 가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긴 줄을 서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3000㎞에 달하는 멕시코 접경의 미국 남부 국경을 불법 입국자로부터 확실하고 화끈하게 막아주었던 미 연방의료법 내 '타이틀(항) 42'가 11일 자정(한국시간 12일 하오1시)를 기해 국경에서 무효화된다.
1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타이틀 42는 국제적 위해의 전염병이 창궐해서 미국에 퍼질 위험이 있을 때 이를 막기 위해 국경을 무조건 닫아버리는 연방 정부 조치다,
멕시코 접경 국경을 개미 한 마리 못 들어오게 막아버리는 것이 필생의 소원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공화당 강경보수 세력은 국경 봉쇄가 민주당과 법원의 저지로 유명무실해 가던 중 2020년 3월 초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이라는 천재일우의 호기를 만났다.
트럼프의 반이민 책사 스티브 밀러는 1910년 대 만들어진 타이틀 42를 찾아내 이를 팬데믹 기간 동안 절대적으로 적용한다고 선언한다. 비자 발급과 공식 입국 지점을 통한 합법적 입국 및 이민을 제외하고는 미국 국경 통과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은 즉 그간 비자 발급 '없이도' 미국 국경을 넘을 수 있고 미국에 체류할 수 있다는 것을 역으로 알려준다. 이 같은 예외 때문에 미국 남부 국경은 중남미는 물론 중국, 아프간, 북한 등 세계 거의 모든 나라서 몰려온 '불법' 입국시도자 무리로 철강제의 국경 펜스가 무너질 지경이다.
예외는 미국 국경도 '망명(Asylum)을 시도하는 사람에게는 열려 있어야 한다'는 국제협약이 만들어주었다.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한 무수한 사람들은 망명해야 할 처지임을 증거할 자료를 품 속 깊숙히 간직하고 미국 국경을 불법으로 넘으며 90%가 얼 마 못가 국경수비대에 체포된다. 불법 입국자들은 체포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반기는 편이다.
밀입국 조직 가이드들은 어디로 가면 보다 빨리 미 국경수비대에 잡힐 수 있는지를 큰 사업 비밀로 하고 있다. 미 국경수비대는 국경을 불법 월경하다 잡힌 타국인들을 그 자리에서 국경 밖으로 추방해버릴 권한이 없다. 수비대는 이들을 수용소로 인계하는 권한뿐이며 수용소는 보름 안에 이들을 추방하거나 석방해야 한다.
이때도 함부로 추방할 수 없어 확실한 범죄 전과자 외에는 대부분 석방되는데 무엇보다 그 석방 지역이 불법으로 입국한 '미국 국내'라는 점이 불법 입국자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석방은 미국 이민재판소 출두 날짜가 결정되고 통고될 때까지 미국 안에서 머무를 수 있다는 한시적 체류 허용을 말한다.
이민재판소에서 망명이 필요한 처지를 입증할 수 있으면 망명자로 영구 미국 체류가 허용되는 것이며 그렇지 못하면 추방된다. 그러나 미국서 이민 판사와 대면하려면 평균 4년을 기다려야 한다. 즉 그간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또 6개월만 지나면 미국서 정식으로 일해서 돈을 벌 수 있다.
이것이 '붙잡은 뒤 풀어준다'는 미국 불법입국자 처리 매뉴얼에서 파생하는 구조적 문제다. 그런데 전염병 예방 국경봉쇄의 타이틀 42는 국경수비대에게 붙잡은 불법입국자를 망명 의사 같은 것을 물어가며 수용소에 이송하는 대신 그대로 국경밖으로 추방해버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환호할 수밖에 없는 법 조항인데 이 타이틀 42가 3년만인 11일 연방 대법원에 의해 적용 무효가 된다. 2022년 한 해 동안 미 국경수비대는 동일인을 이중 계산해서 220만 번의 불법입국자 체포와 즉시 추방을 실행했다.
타이틀 42가 해지되면 미국 불법입국자들은 즉시 추방 대신 수용소에 인계되고 이 중 70%는 재판 날짜까지 미국에 체류할 증을 얻을 수 있다.
불법이민을 막기는커녕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을 들어온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는 타이틀 42가 해지되더라도 "망명 신청자에게 미국 국경이 그대로 열려있는 것은 아니다"고 국경 펜스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입국시도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즉 중남미에서 올 경우 지리적 순서로 보아 미국보다 먼저 있는 멕시코에 망명을 신청하지 않고 미국에 월경하면 진짜 불법 입국으로 그대로 추방될 것이라는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이 말에 타이틀 42 해지 이후의 미국 입국을 포기할 불법입국 시도자들은 거의 없어 보인다. 미국은 불법 입국한 뒤 붙잡히더라도 미국 안에서 재판 날짜를 기다릴 수 있도록 하는 '멋진' 나라라는 인식을 씻어내기 어려운 것이다.
타이틀 42가 해지되면 하루 1만5000명 정도가 미 남부국경에서 불법입국 월경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년 총 550만 명에 달한다.
멕시코 후아레스 땅에서 맞은편 미 텍사스 앨패소로 넘어가기 위해 불법입국자들이 철벽 국경을 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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