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거부권' 가능성…입장 바뀐 의협·간협 '공수 교대'
간협, 거부권 행사시 단체행동 예고
의사 등 다른 직역과 공수 바뀔 듯
중재안 입장차 여전…갈등 길어질듯
[서울=뉴시스]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오는 16일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간호사들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바 있어 의사 등 다른 직역들과 '공수'가 바뀌게 됐다. (그래픽= 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15일 국회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오는 16일 대통령에게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국민의힘과 정부의 건의를 수용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윤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 등 간호법 제정에 반발해온 다른 보건의료단체들과 이에 맞서온 간협과의 입장이 바뀌게 된다.
앞서 의협 등은 윤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오는 17일 연대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기류가 감지되면서 거부권 행사 언급이 없었던 의사면허취소법 대응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의사면허취소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협 등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13개 단체들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와 의협 비대위는 15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우발적인 실수에 의한 교통사고만으로도 의료인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의료인들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상대적으로 가장 덜 위험한 분야를 선택하고 매순간 방어적인 행동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면서 "법안의 위헌성과 부당성을 고려해 (의사면허취소법이)대통령 재의요구권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간호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인 오는 19일을 앞두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단체행동을 시사했다.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에 대비해 단체행동 수위를 논의 중이다.
간협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단체행동에 대한 의견 조사 결과 98.6%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면서 "간호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사상 초유의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간협은 의견조사에 앞서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단체행동 수위가 어느 정도 선에서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간협은 노동조합이 아니기 때문에 연가를 내고 단체행동을 할 수 있다. 다만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의 경우 보통 근무표가 한달 전에 짜여지기 때문에 한꺼번에 연가를 내고 투쟁에 나서는 것이 쉽지 않아 간호사 면허 반납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로선 간호법 중재안 극적 타결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간호법상 논란이 되고 있는 '지역사회' 문구나 '간호조무사 학력제한' 문구 등을 삭제한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의협 등 보건의료단체들과 간협 간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의협 등 의료연대는 "간호법 중재안을 수용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의협은 '지역사회'라는 문구가 들어간 현재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개정을 거쳐 간호사가 장기적으로 간호돌봄센터 등의 단독 개원을 시도할 수 있는 실마리를 없앨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간무협은 간호법상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이 '특성화고 간호 관련 학과 졸업자', '학원의 간호조무사 교습과정 이수자'로 규정돼 있어 간호조무사의 학력을 제한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응시자격을 '특성화고 간호 관련학과 졸업 이상'으로 바꾸어 전문대를 졸업한 후 학원을 굳이 다니지 않아도 간호조무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간협은 별도의 독립 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재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간협은 현재 간호법으로는 간호사의 독립적인 진료가 불가능하고 단독 진료는 현행 의료법에도 저촉된다고 맞서고 있다. 의료법 33조에 따르면 간호사는 의사나 치과의사, 한의사와 달리 의료기관 개설 권한이 없다.
중재안이 극적으로 타결된다고 해도 직역 간 합의를 바탕으로 마련된 새로운 개정안을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키는 과정을 밟아야 해 직역 간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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