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침공 뒤 천연가스 수입 안 줄인 오스트리아
2차대전 뒤 소련군 철수 협정 때 맺은 협상으로
친러 성향 강한 중립국...NATO에도 가입 안 해
내년 말 우크라 파이프라인 종료되면 불가능
[서울=뉴시스]오스트리아가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천연가스를 저장하는 시설. (출처 RAG사 홈페이지) 2023.8.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유럽연합(EU)의 회원국 대부분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해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중단했으나 오스트리아만은 전쟁 전과 같은 수준으로 수입을 지속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31일 보도했다.
전쟁 전 전체 천연가스 수입의 55%가 러시아산이던 독일의 경우 지금은 전혀 수입하지 않고 있다. 폴란드, 불가리아, 체코가 거의 수입을 중단했고 이탈리아도 점진적으로 줄이면서 연말이면 완전히 중단할 예정이다.
전쟁 전 최대 80%던 수입량 3월에도 74%
오스트리아 에너지 회사 OMV 경영자는 러시아가 수출하는 한 오스트리아가 사들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을 벗어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1968년 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소련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하기 시작한 오스트리아는 수십 년 동안 러시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에 의존해왔다.
EU가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해 석유와 석탄처럼 수입을 제재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오스트리아 등 반대자들 때문이다. 또 상당수 유럽국들이 파이프라인이 아닌 배편으로 액화천연가스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내륙국이어서 액화천연가스 수입 불가능
그러나 경제적 문제 못지않게 오스트리아 정부가 정치적 고려를 하는 점이 러시아에서 천연가스 수입을 지속하는 이유다.
2차대전 뒤 소련군에 점령됐던 우크라이나는 소련군 철수 협상과정에서 1955년 헌법에 중립국 조항을 넣었다. 이에 따라 오스트리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히 비난하고 우크라이나 난민을 대거 받아들였으나 러시아 가즈프롬사의 천연가스 공급분을 전량 수입하면서 유로화로 결제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루블화 결제 방침에 예외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스트리아가 러시아의 이익을 지원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계 고위 지도자 다수 러 기업 이사 등 친러 세력
그밖에도 오스트리아 최고위급 정치 지도자들 다수가 러시아 기업과 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볼프강 쉐셀 전 총리가 러시아 최대 민간 기업인 루코일의 이사였다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사임했다.
러시아 극우민족주의당과 연계가 있는 오스트리아 극우 자유당은 지지도가 오르고 있으며 지난 3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오스트리아 의회에서 연설을 보이코트했다.
오스트리아는 2018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세바스티안 쿠르즈 당시 오스트리아 총리가 서명한 계약에 따라 가즈프롬으로부터 2040년까지 매년 600만 입방m의 천연가스를 수입하도록 돼 있다. 오스트리아 에너지사 OMV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70억 유로(약 9조9000억 원) 상당을 수입했다. 이 회사는 오스트리아 정부가 지분의 30%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가 25%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전쟁에도 불구하고 운영되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으로 이어지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내년 말이면 계약기간이 종료된다. 이 파이프라인을 통한 공급이 유럽이 수입하는 천연가스의 5%를 차지한다. 이곳이 끊어지면 러시아-튀르키예 사이의 튀르키예스트림 파이프라인만 남게 된다.
미 컬럼비아대 국제에너지 정책 전문가 안네-소피 코르보 박사는 “시계가 재깍재깍한다. 오스트리아에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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