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현 신부 "9월愛 순례길 함께 걸어요…내면의 지혜 얻는 좋은 기회"[문화人터뷰]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천주교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부위원장 원종현 신부가 지난 7일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별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는 한국 천주교 순교자들의 신앙과 순교 정신을 이어받고, 오늘을 사는 신앙인들에게 신앙의 모범을 제시하며, 이와 관련된 각종 순교자 현양 사업을 추진하는 부서이다. 2023.09.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길 위에서 길을 묻다'라는 말처럼 천주교 순교자들이 왜 목숨을 바치며 신앙의 길을 걷고자 했는지, 그 길이 현재 우리에겐 어떤 가치인지를 묻기 위해 걷는 거죠."
최근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별관에서 만난 원종현 신부는 9월 순교자성월을 맞아 진행되는 '9월愛 동행'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했다. 원 신부는 순교자현양위원회의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천주교 서울 순례길'은 교황청이 2018년 9월 아시아 최초로 승인한 국제 순례지입니다. 이 시기 진행되는 '9월愛 동행'에서 천주교 신자들은 선조들의 순교정신을 본받으려고 순례길을 함께 걷는데 신자 뿐 아니라 누구나 걸을 수 있지요."
순교자성월은 신앙을 증거하려고 죽임을 당한 한국 순교자들을 특별히 공경하고 그 행적을 기리는 달이다. 순교자성월 시작을 알리는 '순교자성월을 여는 미사'는 지난 1일 ;'천주교 서울 순례길' 3개 코스 시작 지점에서 거행됐다. '순교자성월을 닫는 미사'는 오는 24일 오후 3시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인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홀에서 열린다.
총 44.1㎞에 달하는 '천주교 서울 순례길'에는 순교성지, 순례지, 교회사적지 24곳으로 구성됐다.
'1코스 말씀의 길'은 명동성당부터 김범우의 집터, 한국 천주교회 창립 터, 좌포도청 터, 종로성당, 광희문성지, 가톨릭대 성신교정, 석정보름우물을 거쳐 가회동성당까지 8.7㎞에 달하는 순례길이다. 소요 시간은 3시간 40분 정도다.
'2코스 생명의 길'은 서울 도심 한가운데를 지나는 5.9㎞의 코스로, 가회동성당부터 시작해 광화문 124위 시복 터, 형조 터, 의금부 터, 전옥서 터, 우포도청 터, 경기감영 터를 거쳐 한국 최대 순교성지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를 지나 중림동 약현성당까지 이르는 길이다. 소요 시간은 2시간 30분이다.
'3코스 일치의 길'은 29.5㎞에 달하는 가장 긴 구간으로 소요 시간도 8시간 걸린다. 중림동 약현성당부터 당고개 순교성지, 새남터 순교성지, 절두산 순교성지, 노고산 성지, 용산 예수성심신학교, 왜고개 성지를 지나 삼성산 성지에서 마무리된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천주교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부위원장 원종현 신부가 지난 7일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별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는 한국 천주교 순교자들의 신앙과 순교 정신을 이어받고, 오늘을 사는 신앙인들에게 신앙의 모범을 제시하며, 이와 관련된 각종 순교자 현양 사업을 추진하는 부서이다. 2023.09.09. [email protected]
순례길에 나선 원 신부는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라 주변에 걷기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 부모님 생각, 친구 생각, 다양한 생각이 걷는 데 도움이 되다가, 나중에는 잡생각은 다 떨어지고, 저 스스로를 비웠던 경험을 순례하면서 자주 합니다."
원 신부는 코스 완주가 힘들다면 꼭 가야 할 곳으로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 성지와 광희문 순교성지를 추천했다.
조선시대 왕래가 잦았던 서소문 밖 네거리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어 범죄를 예방하려는 목적에서 조선 초기부터 한양의 공식 처형지로 지정됐다. 이곳에서 천주교인들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기 시작한 것은 1801년 4월8일부터다. 대체로 서울에 거주하거나 서울에 연고를 둔 신자들이 주로 처형됐다.
서소문 밖에서 천주교와 연관돼 사형된 이들 가운데 사료를 통해 확인된 수는 98명이다. 이 가운데 44명이 성인품에, 27명이 복자품에 올랐다. 단일 장소에서 가장 많은 성인과 복자가 탄생한 한국 최대 순교성지다.
광희문성지는 조선시대 서소문과 함께 한양 도성 안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시신을 도성 밖으로 내보내는 문으로 사용돼 시구문(屍軀門)으로도 불렸다. 광희문 밖은 수많은 성인·복자들과 무명 순교자들이 묻히고 버려졌던 곳이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천주교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부위원장 원종현 신부가 지난 7일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별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는 한국 천주교 순교자들의 신앙과 순교 정신을 이어받고, 오늘을 사는 신앙인들에게 신앙의 모범을 제시하며, 이와 관련된 각종 순교자 현양 사업을 추진하는 부서이다. 2023.09.09. [email protected]
원 신부는 순례 중 깨닫게 되는 종교적 가치도 강조했다. "복음적 가치는 하느님의 자비, 사랑, 용서인데 이를 실천하는 구체적 방법으로 한달간 수행의 길을 걸으면서 체득해 나갑니다. 힘들게 지금의 종교적 믿음을 지키려고 했던 순교자들의 길을 걸으면서 경험합니다."
이 실천은 이웃에 대한 나눔으로 이어진다. 순례의 주요 행사는 '순례길 걷고, 기부하기'로 순례자여권 도장 찍기 행사다. 오프라인으로 8000원, 온라인으로 1만원 이상 기부하면 순례자여권세트를 받을 수 있다.
원 신부는 "신앙생활을 위한 선조들의 희생을 현대에 구현하는 방법은 나눔"이라며 “순례자여권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주변에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약 3000개 한정 판매되는 순례자여권세트는 2019년, 2021년, 2022년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있다. 순교자현양위원회는 지난 4년간 순례자여권세트 판매로 모은 기부금 약 8800만원을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아동·청소년, 백신나눔 운동, 이주민 모자가정을 지원했다.
'천주교 서울 순례길' 인기에 원 신부는 'K-순례관광' 가능성을 내다봤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과 달리 서울 순례길은 도심 속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아시아 국가 순례객 증가가 그 증거다. 코로나 확산 전인 2019년까지 한국 성지를 찾는 외국인 상당수가 유럽 관광객이었다. 이후 아시아 국가 순례객이 늘고 있다.
순교자현양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절두산 성지를 찾은 이사아국가 순례객이 567명이었다. 이날도 순교자현양위원회 사무실이 싱가포르에서 온 순례객들을 맞느라 분주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천주교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부위원장 원종현 신부가 지난 7일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별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는 한국 천주교 순교자들의 신앙과 순교 정신을 이어받고, 오늘을 사는 신앙인들에게 신앙의 모범을 제시하며, 이와 관련된 각종 순교자 현양 사업을 추진하는 부서이다. 2023.09.09. [email protected]
원 신부는 "아시아 국가 순례객 상당수가 베트남인, 태국인, 말레이시아인, 인도네시아인"이라며 "2019년 후 관광으로 찾았던 한국을 지금은 순례관광으로 온다는 점이 이전과 다른 점"이라며 '천주교 서울 순례길'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진 것도 분명 영향이 있겠지만 한국 순교 성지 또는 순례 장소가 알려지면서 아시아 국가들에서 순례객도 오는 거죠. 이는 한국 천주교회가 아시아 교회 내에서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할 정도로 성장한 결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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