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3대극장서 적벽가 완창, 김정민 "세계적 프리마돈나 목표"[문화人터뷰]
명창 김정민. 박주연 기자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고등학생 때 혈서를 쓰며 다짐했어요. 나는 국악으로 세계적인 프리마돈나가 되겠다고."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 김정민(54)은 한국인 최초로 이탈리아 밀라노·로마·피렌체·베네치아(17,18,19,20회)에서 판소리 완창 공연을 한 명창이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 카네기홀 등 국내외에서 판소리 완창을 22차례 선보이는 등 판소리를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올해 판소리 완창 10주년을 맞은 그는 오는 21일 서울 건국대 새천년홀 대공연장에서 강연식 국악콘서트를 개최한다.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콘서트를 앞두고 분주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김정민 명창을 만났다.
김정민은 소리꾼이었던 외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국악과 가까이 지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가야금을 배웠고, 음악에 푹 빠졌다. "묘한 게 있더라고요. 가야금을 배운 지 1년 정도 됐을 때였나, 비가 왔어요. 빗소리와 가야금 음률이 어우러지며 온 사방에 울려퍼졌죠. 그때 '아, 내가 이걸 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판소리 공부는 고등학생 때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경민요·정가·판소리를 하는 선생님들이 '목이 좋다'며 저를 제자로 데려가려 하셨어요. 그러다 판소리를 보게 됐는데 사설에 얹어 이야기를 하고, 공연을 하는데 너무 너무 멋있는 거에요. 그때 세계적인 프리마돈나가 되겠다는 혈서를 썼죠."
늦은 시작이었지만 타고난 자질을 바탕으로 치열하게 노력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 때 '남원 명인 명창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중앙대 한국음악학과로 진학, 판소리를 전공했다.
그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홍보가' 보유자 박송희 명창을 사사했다. 김정민의 흥보가는 동편제 판소리다. 전남 운봉·구례·남원·곡성 등 섬진강 동쪽 지역에서 발달한 소리다. 잔 기교 보다 소리 자체를 통성으로 힘 있게 내지르며 소리 끝이나 아니리 끝을 여운없이 탁 그친다.
명창 김정민 2019년 이탈리아 공연. (사진=김정민 명창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체코슬로바키아 세계연극제 모노드라마 부문 대상, 송만갑 판소리 고수대회 명창부 대상 대통령상, 자랑스런 대한국민 문화예술부문 대상,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봉사상 금상 등을 수상했다.
김정민은 3시간 이상 판소리 완창을 2013년부터 10년간 22차례 해냈다. 판소리 역사상 최단 기간, 최다 공연 기록이다.
지난해 6월에는 이탈리아 3대 극장인 '테아트로 달 베르메'에서 적벽가를 완창, 1436석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 '판소리 4바탕 4대목' 공연에서도 전석 매진을 달성했다.
"가사도 모르는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는데 객석에서 숨소리 하나 안 들렸어요. 3시간 완창을 마치고 나니 기립박수가 터져나왔죠. 공연이 끝나고나니 행사 관계자가 '오페라의 본고장은 이탈리아가 아니라 한국'이라고 감탄을 하더라고요. 자신들은 소프라노·메조소프라노·알토·테너·바리톤으로 나뉘어 있는데 한국인은 혼자서 여러 파트를 다 해내는 게 너무 신기하고 놀랍다는 거죠."
김정민은 이탈리아 판소리 완창을 기점으로 다큐멘터리 '오페라솔로'를 촬영하고 있다. 2021년 이탈리아 순회공연 당시 관객으로 참여했던 레오나르도 치니에리 롬브로조 감독이 판소리와 김정민의 일대기를 다큐로 제작하고 싶다고 의뢰했다. 레오나르도 치니에리 롬브로조 감독은 오는 21일 건국대에서 열리는 국악콘서트도 필름에 담을 예정이다.
베네치아 공연 위해 이탈리아 찾은 명창 김정민. (사진=김정민 명창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김정민은 국악 대중화를 위해서도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1994년에는 판소리를 소재로 한 영화 '휘모리'에 출연,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세미 트로트 싱글 '꽃비', 정통 트로트 싱글 '똑똑' 등 트로트 앨범도 내놨다. 국악을 대중들에게 고급스럽고 쉽게 전파하기 위해 MBC,KBS,EBS 등 국내 방송에서 강연 '우리소리 우습게 보지마라'로 국악을 알렸다.
"판소리판의 환경이 사실 너무 열악해요. 어릴 때부터 수많은 시간을 들이고 투자해 국악을 공부한 후배들이 너무 힘들죠. 오랜시간 활동해온 소수만 계속 무대에 서고, 젊은 소리꾼들은 무대를 찾기가 힘든 경우가 많아요."
김정민의 꿈은 100년 전 현대무용가 최승희처럼 판소리로 세계를 제패하는 것이다. "재즈 등 세계의 주류가 된 음악들도 모두 어떤 국가의 민속음악에서 출발했잖아요. 이제 판소리가 그렇게 될 때라고 생각해요."
프랑스에 국악 알리는 명창 김정민. (사진=김정민 명창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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