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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과학자 힘 실리자 '포항공대·카이스트 의대' 거론…현실성은?

등록 2023.10.19 08:00:00수정 2023.10.19 08: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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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수도권 집중, 지방 의료인력 부족…명분은 충분

실습 위한 수련병원, 의료과정운영학교 인증 필요

진료 아닌 연구 초점…"선호도는 일반 의대보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의대생들이 지난 8월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심혈관조영실에서 보건복지부 필수의료 의대생 실습지원 사업 관련 심혈관조형실 시술 실습 참관을 하고 있다. 2023.08.0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의대생들이 지난 8월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심혈관조영실에서 보건복지부 필수의료 의대생 실습지원 사업 관련 심혈관조형실 시술 실습 참관을 하고 있다. 2023.08.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의사과학자 양성과 최근 의대 정원 증원 방침이 맞물리면서 이공계특성화대학인 포항공대나 카이스트에 대해서도 의대 신설이 거론되고 있어 그 현실 가능성에 관심이 모인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포항공대와 카이스트 의대 신설이 거론되는 배경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1998년 제주대 의대 설립 이후 25년 동안 의대 신설이 없었다. 현재 전국 40개 의과대학에 1000명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는 의대 정원을 모두 배분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의대를 설립하는 대안도 제기되는 이유다.

또한 2006년부터 17년째 3058명으로 동결 중인 의대 정원 가운데 33.8%(1035명)가 수도권에 쏠렸다는 점도 있다. 포항공대는 경북, 카이스트는 대전에 있어 지방 의료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대 증원 논리와도 맞닿는다.

여기에 지난해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국정과제로 선정해 추진 중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대전 카이스트 캠퍼스, 4월 'MIT 디지털바이오 석학과의 대화', 6월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전략회의' 등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의 중요성을 줄곧 피력한 바 있다.

의사과학자의 정체성은 의사보다 과학자에 가깝다. 의사 면허는 있지만 일선 병원에서 진료행위를 하기 보다는 의학 지식을 활용해 과학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데 초점이 있다. 정부는 의학·과학 융합 인재인 의사과학자가 신약 개발이나 바이오 분야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지난 3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의사과학자 숫자가 굉장히 적다. 그래서 카이스트나 포스텍(포항공대) 같은 과학대학에 의대를 신설해서 의사과학자를 양성한다든가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며 "국가적인 해소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지난 2020년 9월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가운을 입은 병원 관계자들이 병원을 나가고 있다. 2020.09.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지난 2020년 9월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가운을 입은 병원 관계자들이 병원을 나가고 있다. 2020.09.04. [email protected]


그렇다면 이공계에 특화된 포항공대나 카이스트가 의대생을 배출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압축하면, 가능은 하지만 절차는 까다롭다.

대학설립 운영·규정에는 의학계열 관련 학과·학부·전문대학원을 두려면 수련병원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수련병원은 간단히 말해 의대생 실습을 위한 병원이다. 의대 교육 과정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인프라인 셈이다.

수련병원은 꼭 대학병원이 아니어도 된다. 성균관대 의대와 삼성병원처럼 협력을 맺는 형태도 가능하다. 포항공대나 카이스트가 의대 설립을 위해 꼭 병원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다만 수련병원은 전공의법 시행령상 병상 100개 이상을 보유해야 하며 연간 퇴원환자 2000명 이상의 진료실적과 함께 일정 이상의 규모, 시설, 장비 등을 갖춰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의료과정운영학교 인증'도 받아야 한다. 의료과정운영학교 인증을 받은 대학을 졸업하고 관련 학사 학위가 있어야 의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여기에 이 같은 절차를 모두 거쳐 포항공대나 카이스트에 의대를 설립하더라도 수험생들이 '의사과학자'를 매력적인 직업으로 느낄지는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일단 임상 대신 연구 위주라는 점에서 일반 의대보다는 선호도가 떨어질 것 같다"며 "포항공대나 카이스트가 양성하겠다는 의사과학자는 연구 인력이기 때문에 지금의 의료인력 부족과 무슨 관계가 있는 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우선 명확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의대를 가려는 이유가 정년이 없고 수입이 많다는 것 때문인데, 의사과학자는 사실상 연구원에 가깝고 의사 면허는 무용지물일 수 있기 때문에 선호도는 낮을 것 같다"며 "차라리 더 공부해서 일반 의대를 노리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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