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구조개선법 위기에…정부, '비리사학 먹튀' 지적 수용하나
재정 정상화 위한 규제특례·해산장려금 근거
野 "재정난 책임 있는 사학 설립자에 장려금?"
정부·여당 "좀비대학 양산" 위기론 강조하지만
통과 어렵자 교육부 "야당 방안 수용 검토 중"
野 일각 강경 반대 기류…이번 주 재심사 유력
[서울=뉴시스] 지난 2017년 8월10일 오후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열린 '서남대학교 폐교 반대 투쟁 총학생회 기자회견'에 참가한 서남대 학생들이 정상화 촉구 피켓을 든 모습. 서남대는 같은 해 12월 교육부의 대학 폐교 명령에 따라 이듬해인 2018년 2월말 문을 닫았다. (사진=뉴시스DB). 2023.11.26. [email protected]
운영자가 스스로 대학을 청산하면 남은 재산 일부를 돌려주는 '해산장려금'에 대해 교육부가 더불어민주당의 '먹튀 방지' 조항을 수용하려는 분위기다. 다만 야당 일각의 강경 반대론이 여전해 법안이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
26일 교육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사학구조개선법)은 지난 23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심의됐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계속 심사' 상태에 놓여 있다.
'사학구조개선법'은 교육부가 현 정부에서 적극 추진해 왔다. 지난해 9월30일 이태규 국민의힘 교육위 간사가 대표 발의한 법안이 정부안으로 평가된다. 이후 같은 당 정경희 의원과 민주당 강득구·문정복 의원도 각각 법안을 대표 발의해 현재 총 4건이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재정난에 빠진 사립대학이 정상화할 수 있도록 규제 특례를 부여하고, 여의치 않으면 설립자 등 경영진의 자발적인 청산을 유도하기 위해 추진됐다.
법안이 처음 발의된 지 이미 1년이 넘었지만 교육계 입장 차로 난항을 겪었다. 지금껏 공청회와 상임위인 교육위 법안소위가 6차례 열렸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최대 쟁점은 '해산장려금'이다. 정 의원의 법률안을 통해 제안되면서 논쟁에 불이 붙었다.
법안은 한국사학진흥재단의 경영위기대학 진단을 받은 사립대학 측이 폐교나 해산 절차를 밟으려 할 때 남은 재산 일부를 공익법인, 사회복지법인, 사학진흥기금으로 넘길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귀속되는 대학의 남은 재산 중 최대 30%를 '잔여재산 처분계획서가 정한 자'에게 줄 수 있는데 이게 바로 해산장려금이다. 학교법인이 계획서를 쓰는 만큼 설립자·가족 등이 수혜자가 될 수 있다.
폐교된 대학의 교직원들이나 사학 구성원들은 그 원인이 운영진의 전횡에 있다고 지적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8년 2월 말 문을 닫은 옛 서남대다.
옛 서남대는 설립자인 이홍하 전 이사장이 2013년 교비 33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비리 사학의 대명사로 꼽혔다. 이씨는 자신이 설립한 한려대(폐교), 광양보건대, 신경대(현 화성의과학대) 등의 교비 등 1000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 그는 2016년 대법원에서 징역 9년형을 확정 받고 지난달 25일 만기 출소했다.
야권에서 해산장려금을 반대하는 이유다. 부실에 책임 있는 이들에게 재산을 돌려줄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시스] 이태규 국민의힘 간사와 위원장을 대신해 회의를 주재하던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지난 10월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대치하자 의원들의 발언을 제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3.11.26. [email protected]
이미 대학 전체 모집정원은 입학 자원을 역전했다. 학령인구 '데드 크로스'라 불린다. 2021년 등록 기준 전체 대학 정원 4만586명이 미달했다. 사립대 등록금 의존율은 50~60% 수준으로, 2011년 대학생 시위로 도입된 등록금 인상 규제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았다.
지난 8월 말 학교법인의 파산으로 문을 닫은 경남 진주시 한국국제대의 사례도 거론된다. 퇴직 교직원 59명이 법원에 파산 신청을 제기했는데 이들이 못 받은 임금만 자그마치 100억원에 달했다.
과거 지방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종합대학이 무너지면 지역 경제도 크게 흔들렸다. 사학구조개선법은 운영진이 대학을 정리하고 사회복지법인 등으로 전환해 지역에 계속 기여할 수 있다는 구상도 담고 있다.
야당의 반대에 대해 교육부 한 간부는 "해산장려금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며 "폐교나 학교법인 해산을 결정할 사람들(설립자 등)에게 유인책이 없다"고 했다.
다만 이 간부는 "사학 출연자들이 과도하게 많은 재산을 가져가는 것은 우려하고 있다"며 "위법 부당한 행위를 저지른 이들이 재산을 챙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입법 과정에서 놓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따라서 교육부는 민주당 문정복 의원의 법률안에 담긴 '먹튀 방지' 조항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위법 행위로 재정 환수 등의 조치를 받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영진에 장려금을 못 준다는 조항이다.
야당에선 대학 구조개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만큼 교육부에 절충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학구조개선법 자체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지방대 위기를 대학 구성원들에게 떠넘기는 방식이라는 강경 반대론도 있다. 지역 균형 발전 차원의 '마스터플랜'부터 내놓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회 교육위는 아직 다음 법안소위 일정을 정하지 못했지만 이번 주 초에 재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교육계와 정치권에서는 만약 이번 회기에서 사학구조개선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국회의원 총선거(내년 4월10일)를 앞두고 있어 끝내 다시 심의하지 못하고 임기 만료에 따라 법률안이 폐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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