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②"추워도 몸 녹일 곳 없어"…환경미화원의 새벽
12월 환경미화원 작업 현장 동행
"너무 추우면 편의점 잠깐 들어가"
가장 기온 낮은 새벽 시간대 작업
"쓰레기 얼면 무거워져 양손 써야"
[서울=뉴시스] 이태성 기자 = 어둠이 짙게 깔린 지난해 12월27일 자정께 서울 구로구 일대의 모습. 민간 위탁사 소속 환경미화원이 길가에 놓인 각종 폐기물을 수거하고 있다. 2023.12.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 구로구청과 생활쓰레기 수거운반 위탁 대행 계약을 체결한 용역업체 소속 손모(57)씨는 8년째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다. 매년 돌아오는 겨울이지만 추위와의 사투는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12월27일 자정께 뉴시스와 만난 손씨는 "옷을 세 겹 껴입고 손과 발에 핫팩을 부착해도 한파에 그대로 노출되는 근무 환경이라 추위가 가시지 않는다"며 "전동차는 히터를 틀 수도 없어 너무 추울 때는 편의점에 잠깐 들어가곤 한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자신의 몸에서 냄새가 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최대한 짧게 편의점 안에 머무른다고 했다.
자정 무렵 체감온도는 0도였지만 바람이 다소 강하게 불어 더 춥게 느껴졌다. 작업자들이 냄새를 막기 위해 낀 마스크에는 숨결이 닿아 생긴 얇은 얼음이 달려 있었다.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만들어졌고, 안경에는 김이 서리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이태성 기자 = 어둠이 짙게 깔린 27일 자정께 서울 구로구 일대의 모습. 민간 위탁사 소속 환경미화원이 길가에 놓인 각종 폐기물을 수거하고 있다. 2023.12.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겨울철 추위는 환경미화원들의 업무 난이도까지 올렸다. 손이 얼어 작업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물론, 전동차가 들어가는 골목은 경사진 곳이 많아 자칫하면 빙판길에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손씨는 "겨울에 두꺼운 방한 장갑을 끼면 손이 둔해진다"며 "한 번 일할 걸 두 번, 세 번 해야 하니까 일의 능률이 안 오른다"고 말했다.
상차 팀에서 일하는 황보창민(43)씨도 비슷한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사람들이 활동하는 시간대를 피해 추워도 밤 시간 대에 환경미화원들이 일을 하는 것"이라며 "하루 중 가장 추운 시간에 일하면서 손에 땀이나 장갑이 젖으면 쇠붙이 같은 데 달라붙어서 일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이태성 기자 = 어둠이 짙게 깔린 지난해 12월27일 자정께 서울 구로구 일대의 모습. 민간 위탁사 소속 환경미화원이 길가에 놓인 각종 폐기물을 수거하고 있다. 2023.12.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황씨는 "겨울에는 손이 트다 못해 얼어서 발갛게 되기도 한다"며 "여기에다 쓰레기가 얼어 딱딱해져 있으면 쉽게 들어 올릴 수도 없어 더 힘들다"고 말했다. 한 손으로 들 수 있던 쓰레기도 굳으면 무게가 늘어나 두 손으로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잠들어 있을 시간인 자정께 환경미화원들의 일과는 한창이었다. 보통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는 전동차 팀이,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상차 팀이 작업한다.
그들은 달리는 차량과 보폭을 맞추기 위해 뛰다시피 걷고, 비좁은 골목길 구석구석을 다니며 쓰레기를 수거하며 어둠과 추위 속 9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처럼 늦은 밤 작업을 하며 환경미화원들이 추위나 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늦은 밤이 아닌 낮 동안 쓰레기 수거를 하는 '주간 근무제'를 일부 지자체가 도입하고 있지만 확산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인천시의 경우 지난 2020년 연수구를 시작으로 주간근무제를 도입했다. 오전 0시(자정)부터 오전 8시이던 근무시간을 오전 4~6시부터 오후 1~3시로 바꾸는 게 골자다.
다만 여전히 주민 편의와 업무 효율을 문제로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야간, 새벽시간대 환경미화 업무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