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500명이하 속도조절 필요"…학술대회 주장
"정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미봉책에 불과" 주장
"정부가 겁박만 일삼아선 전공의 끌어내지 못해"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지난 7일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최소화를 위해 8일부터 간호사들도 응급환자 심폐소생술 및 응급약물 투여를 가능케 한다는 내용의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서울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수술부로 들어가고 있다. 2024.03.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해 의사단체가 강력하게 반대하는 가운데 의대 정원을 늘리되 규모, 방법, 속도 등을 조절해야 한다는 외과의사들의 주장이 나왔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회장은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스위스호텔에서 열린 춘계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세라 회장은 "의대 증원에는 찬성한다"면서도 "2000명 증원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8%로 묶인 건강보험료율을 인상하고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을 제대로 부담한다는 전제하에 약 500명 정도의 증원은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서울시의사회에서 진행한 의대 증원 관련 설문 결과를 제시하며 "약 25%가 증원에 찬성했으며, 다수가 500명 이하 규모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필수의료 지원에 10조원 플러스 알파를 투자한다는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제대로 된 재정 지원 계획이 빠진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문제의 핵심은 기피 과의 낮은 수가이고, 정부가 이를 수십 년간 바꾸지 않고 방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조치를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겁박만 일삼아선 자발적으로 의업을 포기하고 숨어버린 전공의들을 끌어내지 못한다"며 "구속이나 처벌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건 협상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잘못된 열쇠를 가지고 문을 열려고 시도하면 성공할 수 없다"라며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게 현 의료체계가 잘못됐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우선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들을 향해서는 자정 노력을 촉구했다. 이 회장은 "필수의료를 살리고, 기피 과와 타과 사이에 균형을 맞추며 전공의들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의사 스스로 자정을 하자는 의미의 '메디컬 프로페셔널리즘'을 제안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의료 정책을 개선하는 작업에 정부뿐 아니라 의사들의 노력도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 현장을 떠나지 않거나 복귀한 전공의들에 대한 명단 공개와 악성 댓글이 잇따르는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환자의 생명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현장에서 밤낮으로 헌신하는 분들을 공격하고, 집단행동 참여를 강요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인으로서 힘들고 지치더라도 오늘도 묵묵히 현장을 지키고 계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조사하고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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