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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이해진이 'AI 주권' 외치는 이유…세계는 '쩐의 전쟁'

등록 2024.07.15 07:10:00수정 2024.07.15 08: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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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소수 AI가 현재를 지배하게 되면…" 네이버 이해진의 우려

세계는 'AI 주권' 강화 중…각국 정부가 막대한 예산 투자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미래 30년 준비해야 할 시점"

지난 25일(현지시간) 이해진 GIO(맨 왼쪽),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운데), 최수연 네이버 대표(맨 오른쪽)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에서 만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한 모습.(사진=네이버 인스타그램)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25일(현지시간) 이해진 GIO(맨 왼쪽),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운데), 최수연 네이버 대표(맨 오른쪽)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에서 만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한 모습.(사진=네이버 인스타그램)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AI시대에는 각 지역의 문화, 가치를 존중하는 책임감 있는 다양한 AI 모델들의 등장이 필요하다."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가 지난 5월 AI 서울 정상회의(AI Seoul Summit)의 정상 세션에 참가해 강조한 말이다.

좀처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네이버 창업자가 지난 4일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소식을 전할 만큼, '소버린 AI(AI 주권)'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소버린 AI란 자국, 자체 인프라, 데이터, 인력 및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사용해 지역 언어와 문화, 가치관 등을 반영한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으로 구축한 AI 서비스를 의미다.

"극소수 AI가 현재를 지배하게 되면…" 이해진의 걱정

네이버는 2021년 초 '하이퍼클로바'라는 이름의 자체 LLM을 개발했고, 이후에도 기능을 계속 개선하며 지난해 후속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했다. 하이퍼클로바X는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의 사회·문화 맥락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덕분에 한국은 자체 LLM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 개발에 매진한 이유도 결국은 'AI 주권' 강화 때문이다.

이 GIO는 AI 서울 정상회의에서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는 소설 구절을 인용하며 "극소수 AI가 현재를 지배하게 되면 과거 역사, 문화에 대한 인식은 해당 AI의 답으로만 이뤄지게 되고, 결국 미래까지 해당 AI가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네이버는 많은 글로벌 국가들이 자체 소버린 AI를 확보할 수 있도록 어떤 형태든 기술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네이버는 국제 협력을 확대해 전 세계에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알리고 기술력을 공유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3월 사우디아람코와 제휴해 중동 지역에 최적화한 소버린 클라우드와 아랍어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소버린 AI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네이버가 24일 공개한 AI 글쓰기 도구 '클로바 포 라이팅'. 스마트 에디터에 하이퍼클로바X를 결합한 것으로 이날 블로그 이용자를 대상으로 사전 테스터를 모집한다. (사진=네이버TV '팀네이버 컨퍼런스 단 23'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네이버가 24일 공개한 AI 글쓰기 도구 '클로바 포 라이팅'. 스마트 에디터에 하이퍼클로바X를 결합한 것으로 이날 블로그 이용자를 대상으로 사전 테스터를 모집한다. (사진=네이버TV '팀네이버 컨퍼런스 단 23'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세계는 'AI 주권' 강화 중…막대한 예산 투자

각국 정부도 자국에 특화된 AI 모델 개발 지원에 나서며 AI 주권 강화하고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GPT-4 같은 파운데이션 모델 훈련을 위해 1억 파운드(약 1742억 원) 및 슈퍼컴퓨터에 9억 파운드(약 1조 5682억 원) 투입하기로 했다. 오픈AI·구글 등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형성 중인 AI 패권을 견제하고 영국 문화와 역사에 초점을 맞춰 설계한 ‘브릿GPT’ 개발이 목표다.

일본은 미국 기술 의존도를 줄이고자 약 725억 엔(약 6200억 원)의 자금을 기업들에 지원하고 엔비디아와 협력해 일본어 특화 LLM을 개발 중이다. 생성형 AI 인재 역량을 강화하고 일본어 모델 개발을 지원 및 자연재해 대응 및 기후 회복력을 위한 AI 도입을 확대하며 소버린 AI 개발 기업을 지원한다.

대만은 올 1월 중국의 AI 공세에 대응하고자 소버린 AI 개발에 약 7400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대만 사람들이 쓰는 번체자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AI 챗봇 ‘타이드(Taide)’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타이드는 현지 언론과 정부 기관에서 인정받은 콘텐츠를 활용·학습했다.

인도는 국가 AI 인프라 강화를 위해 약 12억 4000만 달러 규모의 자금 지원안을 지난 3월 승인했다. 최소 1만개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탑재하는 슈퍼컴퓨터 등을 구축할 계획이다. 토착 대형멀티모달 모델(LMM) 개발에 중점을 두어 기술 자립을 촉진하고 모든 사회 계측에 AI 기술을 민주화한다는 목표다.

싱가포르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국가 슈퍼컴퓨터센터(NSCC)를 엔비디아 H100 GPU로 업그레이드하는 등 다양한 소버린 AI 프로그램을 육성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 1월 개방형 LLM인 GPT-NL의 추가 개발을 포함하는 ‘생성 AI 계획’을 발표하고 자국과 유럽연합 차원에서 슈퍼컴퓨터를 포함한 대규모 과학기술 기반 시설 투자를 추진한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 사파이어볼룸에서 'AI 클라우드 혁신 전략'을 주제로 열린 '제2회 뉴시스 IT 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4.07.11.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 사파이어볼룸에서 'AI 클라우드 혁신 전략'을 주제로 열린 '제2회 뉴시스 IT 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4.07.11. [email protected]


세계는 '머니 게임'…이종호 장관 "미래 30년 준비해야 할 시점"

이런 세계적인 흐름에 비해 우리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희동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1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회 뉴시스 IT포럼'에 참석해 "AI 기술은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스스로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상당히 인간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AI 인프라,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전 영역에서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전문인력, 연구개발(R&D)이 약하고, 투자가 부족하다. '머니 게임'인 AI시장에서 이미 미국과 우리의 투자 규모는 1000배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MS는 챗GPT 열풍의 장본인인 오픈AI에 일찌감치 130억 달러(약17조5600억원)를 투자하고 또 전략적 제휴를 맺었으며,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생성형 AI 분야에서 오픈AI의 주요 경쟁자인 앤스로픽에 총 40억 달러(약 5조 4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생성형 AI는 대부분 영어권 데이터가 기반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서구권 문화와 가치관이 내재화된 AI 서비스에 장기간 노출된다면 특정 국가 고유의 역사나 문화를 왜곡하고 사회적 갈등을 겪을 수 있으며 국가 정체성 상실이라는 부작용도 발생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 각국과 기업들은 자국 언어모델을 개발하는 노력을 전개하면서 자체적인 AI전략을 수립하고 연구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 중"이라며 "국내에서도 네이버·카카오 등 주요 기업 중심으로 자체 AI 서비스 출시가 이어지고 있는바, 이들 제품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준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뉴시스 IT 포럼에서 "이제는 AI와 클라우드의 융합이 주도하는 미래 30년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며 "AI G3 도약 기반 확립을 위해 AI·클라우드 생태계를 고도화해 국가 성장에 이바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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