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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구르의 고향' 카스…'당근정책'으로 이슬람문화 보존[中신장 르포③]

등록 2024.10.2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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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농촌 정책과 구시가지 열악한 환경 개선 프로젝트

위구르 가장 "신농촌 정책으로 살림살이 나아졌어요"

[카스=뉴시스] 문예성 기자= 17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카스 구시가지의 한 노천 술집 앞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춤을 추고 있다. 중국어로 ‘카스고성’이라고도 불리는 구시가지는 카스 내 3.6㎢의 지역으로 위구르족 주민들이 2000년 넘게 모여 살면서 이슬람 문화와 전통을 보존한 곳이다. 위구르족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신장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2024.10.20 sophis731@newsis.com

[카스=뉴시스] 문예성 기자= 17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카스 구시가지의 한 노천 술집 앞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춤을 추고 있다. 중국어로 ‘카스고성’이라고도 불리는 구시가지는 카스 내 3.6㎢의 지역으로 위구르족 주민들이 2000년 넘게 모여 살면서 이슬람 문화와 전통을 보존한 곳이다. 위구르족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신장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2024.10.20 [email protected]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 수도 베이징까지 비행기로 2시간, 이후 환승해 4시간 날아가면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성도(省都)인 우루무치에 도착한다. 우루무치에서 다시 중국 최서단 도시인 카스(카슈가르)로 가려면 비행기로 2시간 더 가야 한다.

위구르족 자치구인 신장은 한때 거센 민족 분리독립운동으로 중국 최대 ‘소수민족 화약고’로 불렸다. 미국 등 서방이 위구르족 인권문제를 이유로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데 이 곳이 바로 그 곳이다.

공감언론 뉴시스는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세계 각국 주요 언론과 함께 신장지역의 주요도시인 우루무치와 카스를 방문했다. 신장자치구와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공동주관한 ‘글로벌 미디어 서밋’에 한국 언론으로서 유일하게 참석, 행사 뿐 아니라 ‘위구르족의 고향’으로 불리는 카스도 취재했다.

이슬람 문화가 지배적인 카스는 정치적 민감도가 높은 곳이다.중국 당국이 외국인, 특히 언론인에게 우루무치와 카스 취재를 허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은 이번 행사를 통해 자신들이 신장을 안정적으로 통제한 결과 즉 ‘성과’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안내에 따라 취재했지만, 뉴시스는 현지 주민 등과의 대화 등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현장 모습을 취재했다. 중국 신장 르포를 3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우루무치·카스=뉴시스] 문예성 기자 = 중국 정부가 과거에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강압적인 통제 이른바 '채찍 정책'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당근 정책'을 펴고 있다. 소수 민족 주민에게 ‘경제 발전’의 실리를 제공하고 유화책을 펴는 시도를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현지 당간부의 안내에 따라 카스 인근 마을 '파하타이커리향(鄕)'에서 만난 40대 위구르족 가장 오스만 압둘라는 당국의 ‘신농촌 정책’으로 살림살이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3명의 자녀를 둔 오스만은 과거 아내와 농사를 지어 가족의 월수입이 약 4000위안(77만원)이었는데 지금은 2배가 넘는 1만 위안(192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오스만은 연구팀에게 농지를 넘기고 지금 트럭기사로 일하면서 매월 7000위안을 벌고, 그의 아내가 집 근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음식점에서 알바를 하면서 매월 3000위안을 번다. 농지를 내놓은 명목으로 일부 수입이 들어온다고 했다.

오스만 집 벽에는 촌 당위원회가 발급한 ‘2023년 아름다운 가정’ 상장과 함께 ‘당의 말을 듣고, 당을 은혜를 잊지 않으며, 당을 따라간다’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카스=뉴시스] 문예성 기자= 16일 신장자치구 카스 인근 파하타이커리향(響)에서 40대 주민 오스만 압둘라(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외신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3명의 자녀를 둔 40대 가장인 오스만은 당국의 ‘신농촌 정책’으로 살림살이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2024.10.20 sophis731@newsis.com

[카스=뉴시스] 문예성 기자= 16일 신장자치구 카스 인근 파하타이커리향(響)에서 40대 주민 오스만 압둘라(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외신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3명의 자녀를 둔 40대 가장인 오스만은 당국의 ‘신농촌 정책’으로 살림살이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2024.10.20 [email protected]

파하타이커리향은 ‘도향천(稻鄕泉)마을’로도 불린다. 도향천은 ‘벼를 재배하는 마을 샘물’이라는 뜻인데 이 지역은 물자원이 풍부해 신장위구르자치구내에서도 드물게 벼 재배가 가능한 곳이다.

2019년 이 마을은 광둥성 선전시의 한 연구팀과 함께 ‘알칼리성 토지 벼 재배 공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선전시 연구팀은 염분과 알칼리성에 내성이 강한 일명 '해수 벼'를 재배하면서 알칼리성 토양 대처에 선진적인 경험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 마을의 토지가 알칼리성인 것이다.

이 마을 당위원회 서기에 따르면 농사를 원치 않는 현지 농민들은 농지를 연구팀에 넘겨줘 연구팀이 대규모 기계화 재배를 하도록 했고, 농사를 계속하기를 원하는 농민들에게는 연구팀이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협력의 주요 포인트다.

[카스=뉴시스] 문예성 기자= 중국 신장자치구 카스 인근 파하타이커리향(響)에서 지난 16일 40대 주민 오스만 압둘라의 집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 포스터에는 ‘당의 말을 듣고, 당을 은혜를 잊지 않으며, 당을 따라간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40대 가장인 오스만은 당국의 ‘신농촌 정책’으로 살림살이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2024.10.22 sophis731@newsis.com

[카스=뉴시스] 문예성 기자= 중국 신장자치구 카스 인근 파하타이커리향(響)에서 지난 16일 40대 주민 오스만 압둘라의 집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 포스터에는  ‘당의 말을 듣고, 당을 은혜를 잊지 않으며, 당을 따라간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40대 가장인 오스만은 당국의 ‘신농촌 정책’으로 살림살이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2024.10.22 [email protected] 

이 프로젝트로 인해 과거에 비해 수확량이 크게 늘어났고, 당국은 또 현지에 첨단 도정공장을 설립해 재배와 가공의 일체화를 실현했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이 밖에 새로운 쌀 브랜드를 만들고 전문 판매경로를 통해 이 지역에서 매년 생산되는 약 9000t의 쌀은 한 톨도 남김없이 전국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당국은 부연했다.

이번 취재에서 확인한 또다른 큰 '당근'은 ‘카스 구시가지 개조 프로젝트’다.

[카스=뉴시스] 문예성 기자= 16일 신장자치구 카스 인근 파하타이커리향(響)에 있는 ‘알칼리성 토지 벼 재배 기지(윗 사진), 현지 도정공장 설비(아래 왼쪽)와 생산된 쌀(아래 오른쪽). 이 마을은 2019년 광둥성 선전시의 한 연구팀과 함께 ‘알칼리성 토지 벼 재배 공조 프로젝트’를 시작해 수익을 확대했다. 2024.10.20 sophis731@newsis.com

[카스=뉴시스] 문예성 기자= 16일 신장자치구 카스 인근 파하타이커리향(響)에 있는 ‘알칼리성 토지 벼 재배 기지(윗 사진), 현지 도정공장 설비(아래 왼쪽)와 생산된 쌀(아래 오른쪽). 이 마을은 2019년 광둥성 선전시의 한 연구팀과 함께 ‘알칼리성 토지 벼 재배 공조 프로젝트’를 시작해 수익을 확대했다. 2024.10.20 [email protected]

카스는 중국 최서단에 위치한 오아시스 도시로, 2018년 기준 인구가 71만명이고, 전체 인구의 86%가 위구르족이다. 위구르인들은 카스를 ‘마음의 고향’이라고 부르며, "카스를 방문하지 않았으면 신장을 와봤다고 말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한다. 

중국어로 ‘카스고성’이라고도 불리는 구시가지는 카스 내 약 3.6㎢의 지역으로 위구르족 주민들이 2000년 넘게 모여 살면서 이슬람 문화와 전통을 보존한 곳이다. 위구르족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신장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2015년 7월 당국은 이 곳을 최고 등급인 ‘국가 5A급 관광지’로 지정했는데 만리장성, 자금성 등 330여개 주요 관광명소와 동급이 된 것이다. 

[카스=뉴시스] 문예성 기자= 17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카스 구시가지 야경. 중국어로 ‘카스고성’이라고도 불리는 구시가지는 카스 내 3.6㎢의 지역으로 위구르족 주민들이 2000년 넘게 모여 살면서 이슬람 문화와 전통을 보존한 곳이다. 위구르족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신장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2024.10.20 sophis731@newsis.com

[카스=뉴시스] 문예성 기자= 17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카스 구시가지 야경. 중국어로 ‘카스고성’이라고도 불리는 구시가지는 카스 내 3.6㎢의 지역으로 위구르족 주민들이 2000년 넘게 모여 살면서 이슬람 문화와 전통을 보존한 곳이다. 위구르족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신장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2024.10.20 [email protected]

문화와 전통이 보존됐지만, 수천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구시가지의 열악한 환경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카스지역 개선 및 보존 프로젝트 기념관’의 해설사는 과거 구시가지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비가 오면 무조건 물에 잠겼고 쓰레기는 바람이 불어야 사라지고, 빗물과 오물은 말라서 사라졌다“고 소개했다.

이런 가운데 2008년 당국은 구시가지를 개조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우선 현지 주민들을 다른 지역으로 잠시 이주시키고 비용을 지원해 가옥을 개조하도록 했다.

[카스=뉴시스] 문예성 기자= 16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카스 구시가지의 한 특산물 가게 앞에서 주민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국어로 ‘카스고성’이라고도 불리는 구시가지는 카스 내 3.6㎢의 지역으로 위구르족 주민들이 2000년 넘게 모여 살면서 이슬람 문화와 전통을 보존한 곳이다. 위구르족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신장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2024.10.21 sophis731@newsis.com

[카스=뉴시스] 문예성 기자= 16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카스 구시가지의 한 특산물 가게 앞에서 주민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국어로 ‘카스고성’이라고도 불리는 구시가지는 카스 내 3.6㎢의 지역으로 위구르족 주민들이 2000년 넘게 모여 살면서 이슬람 문화와 전통을 보존한 곳이다. 위구르족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신장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2024.10.21 [email protected]

또한 천편일률적인 개조보다는 각 가정이 자신들의 특색 있는 가옥으로 개조하도록 적극 지원했고, 이를 통해 가옥의 다양성을 보장했다는 것이 당국의 주장이다.

당국은 2009년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해 2017년까지 구시가지는 현재 모습으로 변모했다고 주장했다.  

구시가지 주민들은 당연 이 프로젝트의 최대 수혜자다. 주민들은 개선된 주택을 기반으로 기념품 가게나 음식점, 카페, 민박 등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카스=뉴시스] 문예성 기자= 17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카스 구시가지에 있는 관광명소 '마이마이티의 집' 입구에서 안내 직원이 중국 관광객과 대화를 나누고 피곤한 듯 이마를 짚고 있다. 중국어로 ‘카스고성’이라고도 불리는 구시가지는 카스 내 3.6㎢의 지역으로 위구르족 주민들이 2000년 넘게 모여 살면서 이슬람 문화와 전통을 보존한 곳이다. 위구르족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신장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2024.10.21 sophis731@newsis.com

[카스=뉴시스] 문예성 기자= 17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카스 구시가지에 있는 관광명소 '마이마이티의 집' 입구에서 안내 직원이 중국 관광객과 대화를 나누고 피곤한 듯 이마를 짚고 있다. 중국어로 ‘카스고성’이라고도 불리는 구시가지는 카스 내 3.6㎢의 지역으로 위구르족 주민들이 2000년 넘게 모여 살면서 이슬람 문화와 전통을 보존한 곳이다. 위구르족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신장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2024.10.21 [email protected]

카스로 이주한 한족들이 지역 상권을 장악하면서 위구르 주민들의 불안이 커졌는데 구시가지의 개선과 발전으로 이런 불안이 다소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가 방문한 구시가지의 유명 민박인 ‘구리의 집(古麗的家)’이 바로 당국이 주장하는 성공사례 중 하나다. 

주민 중 한 명인 사라마이티구리는 구시가지가 5A급 관광지로 지정되자 직장을 그만 두고 민박을 시작했다. 그의 민박은 구시가지에서 최초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한 민박으로 알려졌다. 현재 온가족이 함께 민박, 음식점, 카페가 포함된 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있고, 소유한 민박은 3개로 늘어났다. 

[카스=뉴시스] 문예성 기자= 16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카스 구시가지의 민박인 ‘구리의 집(古麗的家)’에서민박 주인인 사라마이티구리(왼쪽에서 세번째)와 그의 가족이 민족 악기 연주와 춤을 선보이고 있다. 중국어로 ‘카스고성’이라고도 불리는 구시가지는 카스 내 3.6㎢의 지역으로 위구르족 주민들이 2000년 넘게 모여 살면서 이슬람 문화와 전통을 보존한 곳이다. 위구르족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신장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2024.10.20 sophis731@newsis.com

[카스=뉴시스] 문예성 기자= 16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카스 구시가지의 민박인 ‘구리의 집(古麗的家)’에서민박 주인인 사라마이티구리(왼쪽에서 세번째)와 그의 가족이 민족 악기 연주와 춤을 선보이고 있다. 중국어로 ‘카스고성’이라고도 불리는 구시가지는 카스 내 3.6㎢의 지역으로 위구르족 주민들이 2000년 넘게 모여 살면서 이슬람 문화와 전통을 보존한 곳이다. 위구르족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신장에서는 물론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2024.10.20 [email protected]

구리의 가족은 총동원해 외신 기자들 앞에서 민족춤 공연을 선보이면서 ‘올바른 정책’의 수혜자임을 보여주려 했다. 

신장에서 만난 대부분 사람들은 고강도 감시와 통제의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안전하고 안정적인 삶에 만족하는 것으로 보였다. 중국 정부가 주장하는 ‘사회 안정, 경제 발전, 민족 단결’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다양한 민족을 '하나의 민족'으로 통일하는 것을 진정한 ‘민족 화합’으로 볼 수 있을까. 위구르인들이 지금은 독립 대신 실리를 택했지만, 강압적인 통제에 진심으로 복종한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중국 정부가 '채찍' 대신 꺼내든 '당근'이 어느 정도 효과를 지속할 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끝)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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