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성범죄 신고에 경찰 긴급출동…대법 "공무집행방해 해당"
1·2심 무고 인정…공무집행방해는 무죄 판단
대법 "즉각 대응 필요…위계에 의한 방해 해당"
[서울=뉴시스]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2024.12.05. (사진 = 뉴시스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해 경찰관들이 긴급 출동했으나 무고로 밝혀졌다면 위계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은 무고,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22년 11월 배달원이 머리채를 잡고 가슴을 만진 뒤 도망갔다며 신고했으나 허위로 드러나 무고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모바일 채팅앱에서 만난 B씨에게 '배달원인 척 상황극을 하자'며 접근했으나, 경찰에 '배달이라고 해서 문을 열었는데 머리채를 잡고 가슴을 만지고 도망갔다'며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성범죄 수사를 위해 경찰관들을 출동시키고, 임시숙소 숙박비와 스마트워치를 지급받는 등 피해자 보호조치를 받아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재판에선 허위 신고로 경찰이 인력이 투입되고 보호조치가 이뤄졌다면 위계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A씨의 무고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한 보호관찰과 함께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 다만,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죄피해자로서 보호를 받을 목적으로 허위의 신고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범죄피해자의 신고가 허위인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범죄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이루어질 수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2심에서도 무고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200시간도 명령했다.
2심은 위계공무집행방해는 무죄 판단을 유지했지만 경범죄처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허위의 신고로 많은 경찰 인력이 투입돼 주변 수색, 영상 확인, 피해자 지원 업무 등을 했으나 이는 피의자를 확정하고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제반 증거가 있는지 수집·조사하는 수사기관의 본래 직무 범위에 속하는 것"이라며 "법령에 의해 위임된 공무원의 적법한 직무에 관해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한 것이라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경찰이 신고의 거짓 유무를 검토할 여유 없이 다른 업무 보다 우선해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신고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혐의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범행 장소가 신고자의 주거지여서 즉각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며 "범행 발생 시점이 신고 직전이었으므로 신속한 출동에 따른 범인 수색 및 검거조치가 요구됐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마치 성범죄 피해를 당한 것처럼 112 신고를 함으로써 신고 접수 담당 경찰관으로 하여금 긴급히 대응해야 할 위급한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오인하게 했다"며 "이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위계로써 경찰관의 112 신고에 따른 사건처리 업무, 범죄 예방 업무, 범죄피해자 보호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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