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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드 망명에 시리아 권력 공백…'중동 역학관계' 더 꼬이나

등록 2024.12.09 15:46:51수정 2024.12.09 19: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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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 수도 점령해 정부 축출…중동에 파장 예상

러시아·이란·튀르키예, 카타르서 회의…상황 논의

트럼프 대응 미지수…과거 시리아 철군 검토도

[이스탄불=AP/뉴시스] 8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시리아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축하하고 있다. 2024.12.09.

[이스탄불=AP/뉴시스] 8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시리아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축하하고 있다. 2024.12.09.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이 망명을 떠나면서 향후 권력 공백에 따른 혼란이 예상된다.

8일(현지시각) 이슬람주의 연합 반군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과 튀르키예 지원을 받는 시리아 민병대 '시리아국가군'(SNA)은 이날 다마스쿠스를 점령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시리아에서 탈출해 러시아로 망명했다. 이로써 50년 넘게 시리아를 통치해 온 아사드 가문의 독재가 종식됐다.

아사드 정권 아래 억압받은 국민들은 환호했다. 반군은 수도로 진격하는 과정에서 '인간 도살장'으로 불리는 세이드나야 교도소를 점령해 수감자 수백명을 석방했다.

세이드나야 교도소는 국제앰네스티가 2011년 반정부 봉기 이후 6년 동안 1만3000명이 처형된 곳으로 파악하는 악명 높은 곳이다.

아사드 망명에 시리아 권력 공백…'중동 역학관계' 더 꼬이나


시리아 권력 공백으로 중동 전역엔 다른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가자지구 전쟁 이후 꼬여버린 중동 역학관계가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이번 진격을 이끈 HTS는 대원 총 2만5000명가량 규모 조직으로, 점령지 전체를 통치할 수준의 인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한 서방 외교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2011년 리비아 독재자였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축출된 후 발생한 내분과 분열을 언급하며 "(반군의) 크고 빠른 승리를 보겠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라고 우려했다.

일단 이란, 러시아, 튀르키예, 이스라엘, 아랍 정부들은 중동 국가의 혼란이 심화할 경우 자국 이익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시리아에 최소 병력 900명을 주둔 중인 미국도 사태 전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사드 정권이 무너진 뒤 몇 시간 만에 기자회견을 열어 반군을 포함한 모든 단체와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이슬람국가(ISIS)가 공백을 이용해 재기하려는 걸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베오그라드=AP/뉴시스] 8일(현지시각)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 있는 시리아 대사관 앞에서 한 남성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사진을 찢으며 시리아 정부의 붕괴를 축하하고 있다. 2024.12.09.

[베오그라드=AP/뉴시스] 8일(현지시각)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 있는 시리아 대사관 앞에서 한 남성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사진을 찢으며 시리아 정부의 붕괴를 축하하고 있다. 2024.12.09.


러시아와 이란,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카타르에서 회의를 가져 서로 다른 반군 세력이 진격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외교적 경로를 논의했다.

미 국무부 고위 고문을 지낸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이번 회의에서 각국이 시리아 상황 향방과 서로에 대한 기대를 합의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마이클 코프먼 수석 연구원은 시리아 정권이 붕괴하면 러시아는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두 기지를 유지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이 지역에 전력을 투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국제문제연구소의 시리아 전문가 나타샤 홀도 뉴욕타임스(NYT)에 "러시아에게 시리아는 전통적으로 미국 영향력 아래였던 이 지역에서 강대국이 되기 위한 발판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앙카라=AP/뉴시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지난 2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하고 있다. 2024.12.09.

[앙카라=AP/뉴시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지난 2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하고 있다. 2024.12.09.


이스라엘과의 여러 차례 공습과 '저항의 축' 초토화로 힘이 빠진 이란으로선 이번 사태에 당혹감을 드러내면서도 개입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 "시리아 운명과 미래를 결정하는 건 전적으로 시리아 국민의 책임으로, 파괴적인 간섭이나 외부 강요는 없다"고 선 그었다.

반군을 지원하고 시리아에 자국군을 파견한 바 있는 튀르키예는 시리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취임을 6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당선인은 국제 분쟁에서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 게 최선의 전략이라는 방침을 내걸고 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임기 시절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검토했다가, ISIS 격퇴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조언으로 이를 철회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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