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지배력만 높이는 '자사주 마법' 그만…연말부터 개정안 시행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신주 배정 금지
24일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31일부터 시행
보유·처리계획 공시도 강화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상장법인들이 취득한 자사주를 주주환원 목적으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말부터 자사주 제도가 개선된다.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신주 배정을 제한하고 자사주 관련 공시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2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주권상장법인의 자기주식 제도 개선을 위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개정된 제도는 3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자사주는 회사가 본인이 발행한 주식을 재취득해 보관하는 주식을 말한다. 자사주 취득은 기업의 이익을 주주에게 현금으로 돌려준다는 점에서 배당과 더불어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인식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회사가 매입한 자사주가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오용되는 등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통한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추진해온 일반주주 보호 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자사주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추진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확산 등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시장 참여자와 기업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올해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 및 소각 금액이 지난 20일 기준 전년 대비 각각 2.3배, 2.9배 증가했다.
이번 자사주 제도 개선은 자사주를 매입한 상장사들의 자발적인 주주 환원 노력이 실제로 일반주주 보호와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교하고 세밀하게 개선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선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을 제한한다. 현재 자사주에 대해선 의결권, 배당권, 신주인수권 등 거의 모든 주주권이 정지되나 인적분할에 대해선 그간 법령과 판례가 명확하지 않아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이 이뤄져 왔다.
이로 인해 자사주가 주주 가치 제고가 아닌 대주주 지배력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는 비판이 있었다. 소위 '자사주 마법'으로도 불린다. 다른 주주권과 달리 인적분할시 신주 배정의 경우를 특별히 취급한다는 것이 글로벌 정합성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분할 회사 A가 자사주 30%를, 대주주 a씨와 일반주주 b씨가 각각 40%,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때 대주주 a와 일반주주 b의 의결권 비율은 57%:43%가 된다. 자사주에 대한 의결권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인적분할로 신설회사 B가 생기면 A사와 주주들에 30:40:30대로 신주를 배정하게 된다. B사의 주주 구성은 A사(30%), a씨(40%), b씨(30%)로 이뤄지게 된다.
이 경우 B사에 대한 대주주 의결권은 A사 지분을 포함해 70%가 되고 일반주주 의결권은 30%가 된다. a씨의 B사에 대한 영향력이 70%가 되면서 A사에 대한 영향력(57%) 대비 13%p 확대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개정 시행령은 상장법인의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대해 신주 배정을 할 수 없도록 명확히 규정했다. 또 동일한 취지에서 상장법인이 다른 법인과 합병하는 경우에도 소멸되는 법인이 보유하는 자사주에 대해 신주 배정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아울러 자사주의 보유와 처분 등 과정에서 공시를 대폭 강화했다. 자사주 취득 이후 기업의 보유 규모, 처분·소각 등 처리 계획 등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보임에도 이에 대한 충분한 공시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정 시행령은 임의적인 자사주 보유·처분에 대한 시장의 감시와 견제 기능이 작동할 수 있도록 상장법인의 자사주 보유 비중이 발행주식 총수의 5% 이상이 되는 경우, 자사주 보유 현황과 보유 목적, 향후 처리 계획 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공시하도록 하고, 모든 상장법인이 자사주 처분시에는 처분 목적과 처분 상대방 및 선정 사유, 예상되는 주식 가치 희석 효과 등을 구체적으로 공시하도록 했다.
또 신탁으로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에도 직접 취득 방식과 동일하게 자사주 취득 금액이 당초 계획·공시된 자사주 매입 금액보다 적은 경우 사유서를 제출하게 했다. 계획된 자사주 매입 기간 종료 이후 1개월 경과 전에는 새로운 신탁계약 체결이 제한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주권상장법인의 자사주가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오용되지 않고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래의 취지대로 운용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금융위는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제도 개선 사항이 시장에 원활히 정착될 수 있도록 하고 앞으로도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추가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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