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추락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러시아 대공 포화 피격설”-WSJ
항공보안 업체 “추락 영상, 항공기 손상, 방공망 가동 상황 등” 근거로 분석
추락 악터우는 러-우 드론 교전 지역, 3시간 전 인근에서 드론 격추
우크라 “그로즈니에 긴급 착륙하는 대신 카자흐스탄으로 보내” 주장
[서울=뉴시스] 아제르바이잔에서 러시아 체첸공화국으로 향하던 아제르바이잔항공 여객기가 추락한 가운데 러시아 방공미사일 요격설이 러시아 독립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메두자, 메디아조나 등은 25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항공 민항기 미사일 격추설을 타전했다. 사진은 해당 기체 꼬리 부분을 영상으로 촬영한 모습. (사진=Fighterbomber 소셜미디어 영상 갈무리) 2024.12.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우크라이나 관리들과 항공 전문가들은 25일 추락한 엠브라에르 190 아제르바이잔항공 여객기의 사고 원인은 러시아의 대공 포화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이 여객기는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체첸공화국 그로즈니로 가던 여객기는 카자흐스탄 악타우시에서 3km 가량 떨어진 지역에 추락해 승무원 5명과 승객 62명 등 67명 중 30여명이 사망했다.
여객기는 짙은 안개로 목적지인 그로즈니로 가지 못하고 마하치칼라로 방향을 바꾼 뒤 다시 악타우시로 선회한 뒤 갑자기 급하강했고 새 떼에 부딪혀 비상착륙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지상에 추락한 뒤 동강난 기체에서 발견된 피격 구멍 등으로 또다른 요인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 여객기가 항로를 바꿔 카스피해를 동쪽으로 비행한 후 도달한 카자흐스탄 서부의 악타우는 최근 몇 주 동안 모스크바의 방공망이 우크라이나 드론과 교전했던 곳이다.
항공 보안 회사 오스프리 플라이트 솔루션(Osprey Flight Solutions)은 추락 영상, 항공기 손상, 최근 군사 활동을 평가해 항공사에 보낸 경고에서 “해당 항공기는 러시아 군사 방공 시스템에 의해 격추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오스프리의 최고정보책임자인 맷 보리는 “러시아 남서부의 영공 보안 환경과 잔해 영상은 항공기가 어떤 형태의 대공포화에 맞았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가 안보 담당자 안드리 코발렌코는 X(옛 트위터) 게시물에서 “비행기가 러시아 방공 시스템에 의해 격추됐다”며 비행기에 눈에 띄는 손상이 있다고 언급했다.
코발렌코는 “러시아는 그로즈니 상공을 봉쇄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비행기는 러시아에 의해 손상되었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그로즈니에 긴급 착륙하는 대신 카자흐스탄으로 보내졌다”고 주장했다.
[악타우=AP/뉴시스] 카자흐스탄 비상사태부가 제공한 사진에 26일(현지시각) 카자흐스탄 악타우 인근 아제르바이잔항공 엠브라에르-190 항공기 추락 현장에서 구조대가 잔해 주변을 조사하고 있다. 2024.12.26.
아제르바이잔과 카자흐스탄의 추락 사고 원인에 대한 해석도 엇갈리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항공은 여객기가 새 떼와 충돌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악천후로 비행기가 방향을 돌렸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여객기의 블랙박스가 회수돼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여객기가 그로즈니에 착륙할 예정이었던 시간 25분 전 악타우 공항의 항공 교통 관제사에게 비상 착륙이 필요하다고 알렸다고 밝혔다.
30분 후, 현지 시간 정오 직전 여객기는 악타우 공항에서 약 3.2km 떨어진 들판에 추락했다.
비행 추적 서비스인 플라이트레이더24 닷컴는 해당 지역에서 GPS 교란이 심해 비행기 위치를 추적할 수 없게 되었고 이로 인해 우회가 복잡해졌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항공 전문가들은 카자흐스탄 비상사태부가 올린 영상에서 비행기 꼬리 부분에서 발견된 구멍이 미사일 공격이나 방공 시스템의 작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스프리의 보리 씨는 사고 영상에서 확인된 동체 파손 모습은 조류 충돌과는 양상이 다르다고 말했다.
다른 영상에는 2개 엔진을 장착한 제트 여객기가 하강하기 전 위험할 정도로 가파른 각도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기복이 심한 비행 경로와 착륙 직전 위험할 정도로 가파른 하강 각도로 갑자기 아래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면 조종사들이 조종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항공기를 추적하는 에어로트랜스포트 데이터뱅크의 설립자 알렉산드르 아브레인은 “비행기가 여러 가지 제어 문제를 겪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여객기는 방향을 틀어 비행한 러시아 북코카서스는 러시아 국방부가 25일 밤까지 우크라이나 드론 59대를 격추했다고 밝힌 곳이다.
비행기 추락 불과 3시간 전에도 그로즈니 서쪽 블라디캅카스 상공에서 드론이 격추되었다고 그 지역 주지사 세르게이 메냐일로는 말했다.
앞서 15일 우크라이나 드론이 그로즈니 러시아 국가 경비대를 공격했고 적어도 두 대의 드론이 방공망에 의해 격추됐다.
최근 러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상업 항공편이 피해를 입었다. 모스크바 동쪽 약 800km 떨어진 카잔공항은 추락사고 전까지 운항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25일 사고 이후 아제르바이잔 항공은 그로즈니와 마하치칼라행 항공편을 중단했다.
러시아 당국은 종종 SA-22 대공 시스템을 사용해 지대공 미사일과 30mm 대포 탄약을 장착한 드론을 방어한다.
이달 초 타스 통신은 러시아 국방부가 제작한 SA-22 시스템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무인 항공기를 격추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러시아 독립 언론도 25일 방공미사일 요격설을 보도했다.
메두자는 현장 영상과 러시아 블로거 주장을 근거로 “비행기 꼬리 부분에 대공미사일 타격이 있었다는 증거를 분명히 보여준다”며 “추락 사고에서 살아남은 일부 승객은 외부에서 큰 파편이 항공기에 부딪혔다고 알렸다”고 보도했다.
메디아조나도 여객기가 추락한 날 오전 체첸공화국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방공체계가 작동했다는 점을 거론해 요격설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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