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기로 편취한 돈 이체해도 별도 범죄로 처벌 못해"
불가벌적 사후행위 해당 여부 쟁점
1·2심은 별도 범죄로 보고 유죄 인정
대법 "새 법익 침해한다 보기 어려워"
[서울=뉴시스]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2024.12.27. (사진 = 뉴시스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사기로 편취한 금원을 다른 계좌로 이체해도 별도 범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새로운 법익 침해를 수반하지 않은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9년 7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지인 B씨에게 검찰 내부에 인맥이 있어 무혐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접근해 약 26억원과 명품 가방·벨트·지갑 등 물품 218개를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B씨는 강제추행 혐의로 입건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A씨는 피해자 사건이나 배당에 영향을 미칠 능력이 없었고, B씨로부터 받은 돈을 무혐의 처분을 받도록 하는데 사용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과 2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9년을 선고했다. 또한 추징금 약 26억원도 명령했다.
재판에선 A씨가 편취한 금원 중 B씨가 받은 대출금 부분이 문제가 됐다.
A씨는 B씨로부터 공인인증서, 이체에 필요한 비밀번호 등을 받아 대출금을 편취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행위가 특가법상 사기,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봤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해당 행위가 법익 침해가 증가했다거나 새로운 법익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려워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불가벌적 사후행위란 이미 주 범죄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면 사후에 일어난 행위에 대해서는 별도로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경우를 말한다.
타인의 물건을 절취한 경우 절도죄가 인정돼 범죄 행위로 지배권을 획득한 물건을 망가뜨려도 별도로 재물손괴죄로 처벌하지 않는데, 이러한 경우가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이미 취득한 이 사건 대출금의 일부를 피해자의 다른 계좌들을 거쳐 피고인이나 성명불상자 명의 계좌로 각 이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피해자에 대한 법익 침해가 증가했다거나 새로운 법익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려워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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