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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스테디의 위엄, 명불허전 홍광호…지킬앤하이드[이예슬의 쇼믈리에]

등록 2024.12.28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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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리뷰

[서울=뉴시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 출연한 홍광호.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 출연한 홍광호.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이 순간"

의사이자 과학자인 헨리 지킬은 결단을 앞두고 있다. 아버지를 비롯한 정신질환 환자들에게 쓰일 약물의 임상실험을 앞두고 있지만 이사회의 반대로 실험이 무산된 것. 이대로 실험을 포기할 순 없다. 자신을 약물 실험 대상으로 삼기 전 부르는 넘버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뮤지컬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이 넘버 만큼은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곡이다. 뚜렷한 기승전결, 중독성 강한 멜로디 라인, 웅장하고 장엄한 엔딩이 위험한 실험을 앞둔 지킬 박사의 복잡한 심정을 표현한다.

20주년을 맞은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 중이다. 199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뒤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에서 공연해 온 이 작품은 어느 나라보다 한국에서의 인기가 뜨겁다. 평균 객석 점유율 95%, 누적 관객수 180만 명을 돌파한 스테디셀러 뮤지컬이다.

[서울=뉴시스] '지킬앤하이드'에 출연한 홍광호.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킬앤하이드'에 출연한 홍광호.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미 극의 완성도는 보장이 된 작품인 만큼 '누가' 연기하느냐가 티켓팅의 관건이 되는 작품이다. 환자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실험도구로 쓴 선한 지킬과, 약물 실험을 통해 내면에 잠재된 사악함이 인격화된 하이드가 처절하게 싸우는 1인2역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관객들은 숨죽이고 지켜본다.

2008년 첫 합류해 5번째 시즌에 참여한 홍광호는 장인의 경지에 다다른 모습이었다. 홍광호의 지킬앤하이드는 마치 그 자체가 지킬이며 하이드로 보일 정도. 때로는 폭발적인 성량으로 대극장을 쩌렁쩌렁 울리고, 때로는 맹수가 사냥 전 숨을 가다듬듯 그르렁거리며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선과 악의 싸움을 보여줬다.

두 인격의 공존은 '트랜스포메이션'부터 시작된다. 지킬 박사가 자신의 몸에 주사한 후 악의 하이드가 깨어나는 지점이다. 맑고 깨끗한 지킬의 목소리로 시작한 노래가 야수 같은 하이드의 목소리로 변한다. 둘의 처절한 대립을 나타내는 '컨프론테이션'에서는 한 배우가 표현하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표정연기와 노래, 동작이 맞아떨어져 소름이 돋았다. 한 쪽은 머리를 묶은 지킬로, 한 쪽은 풀어헤친 하이드로 나와 1인2역을 순식간에 넘나드는 고난이도의 장면이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컨프론테이션'.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컨프론테이션'.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시즌에서는 LED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공간을 더 현실적으로 구성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1800여개의 메스실린더를 가득 채운 지킬의 실험실이 무대 뒤쪽에서 앞으로 빠르게 등장하는 장면은 무대예술의 백미다.

★공연 페어링 : 피트 위스키

공연을 보고 한동안 지킬의 애처로운 눈빛과 하이드의 야수 같은 표정과 포효하는 목소리가 뇌리를 맴돌았다. 강렬하면서도 여운이 오래 가는 뮤지컬이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실험실 모습.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실험실 모습.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마치 스모키함이 강한 피트 위스키를 마신 것 같은 얼얼함이다. 피트 위스키는 맥아를 말리는 과정에서 이탄으로 훈연해 향을 입힌 위스키를 말한다. 제품에 따라 훈연향, 소독약, 짜고 매운 향까지 느낄 수 있어 캐릭터가 꽤 강하다.

강하게 느껴질 수 있는 피트향이 살아있으면서도 과일과 꽃의 향, 곡물의 구수함 등 복합적인 맛이 잘 어우러지는지 여부가 중요한 쉽지 않은 술이다.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듯한 지킬앤하이드처럼.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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