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이후 돌아올 유족, 힘 되길" 공항 남아 재정비 나선 봉사자들
첫날부터 급식봉사, 세월호 참사 봉사자도 공항 남아
구호품 봉사 60대 "장례 이후 돌아올 유족 맞을 준비"
[무안=뉴시스] 박기웅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고 이튿날인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주차장에서 광주 남구자원봉사센터 관계자들이 도시락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2024.12.30. [email protected]
[무안=뉴시스]박기웅 기자 = "장례 치르고 돌아올 유족들을 위해 자리를 지켜야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마지막 희생자 일가족 3명이 유족에게 인도된 6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장례를 치르기 위해 잠시 떠난 유족들로 대합실에는 빈 텐트들이 덩그러니 남았다. 가족 소식을 듣기 위한 유족들이 모여 들던 2층 브리핑장도 고요했다.
유족들이 장례를 위해 자리를 비웠지만 여전히 많은 자원봉사자들은 여전히 현장에 남아 곧 돌아올 그들을 위한 재정비에 구슬땀을 흘렸다.
브리핑장 여기저기 놓여 있는 간이의자를 모아 꼼꼼히 닦아 정렬하고, 쉘터(텐트)를 돌아다니며 미처 정리하지 못한 물품과 쓰레기를 묵묵히 치웠다.
현장에서 유족과 사고현장 수습 관계자 등을 위해 식사 봉사를 하고 있는 신진남(54·여)씨도 여전히 무안공항 한 켠을 지키고 있다.
무안 주민인 신씨는 모임 참석차 전남 강진으로 향하던 중 사고 소식을 접하고 무작정 공항으로 달려왔다.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기 전 현장에 도착한 그는 하나 둘 봉사단체가 도착한 뒤 매 끼니 음식을 만들고 있다.
신씨는 "참사 희생자 가운데에는 지인 분도 있다. 유족들에게 어떤 슬픔의 위로도 할 수가 없었다"며 "유족들이 아픔을 딛고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끝까지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족과 다른 봉사자들이 구호물품을 이용할 수 있게 나눠주는 일을 하고 있는 장송기(67)씨는 "전날부터 유족들이 장례를 위해 많이 공항을 빠져나갔다"며 "장례를 치르면 유족들은 곧 돌아올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발생 사흘째인 3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자원봉사단체 및 비영리단체들이 먹거리 등 구호물품을 나눔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31. [email protected]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현장에서 봉사 활동을 했다는 그는 "이번 참사 희생자에 어린 아이들이 있다고 하는데 마음이 아리다"며 "대형 참사가 되풀이 돼 안타깝다. 확실한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한적십자사 자원봉사자인 홍준길(68)씨 역시 묵묵히 돌아올 유족들을 다시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참사 당일 봉사단체와 함께 구호물품과 쉘터(텐트), 담요 등 생필품을 챙겨 공항을 찾아온 홍씨는 "연말 여행을 떠났던 일가족들이 사고를 당해 더더욱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어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유족들의 아픔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해야 할 일"이라며 "서로의 슬픔과 아픔의 시간을 나눠 짊어질 수 있었으면 한다.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참사 이후 현재까지 5509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 유족 지원과 교통 안내, 식사 지원, 환경 정화, 재난 심리 상담, 방역, 식사 지원 등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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