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두명의 선교사 군산 땅 밟던 날, 조선인은 변하기 시작했다

등록 2025.03.26 15:26:18수정 2025.03.26 17:46:2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한교총, 한국 선교 140주년 '기독교 근대문화유산 탐방'

군산 최초 선교지, 강경 신사참배 거부탑, 공주 영명고

전킨·드루, 군산 들어와 교육·의료·서구 문물·신앙 전파

첫 침례교 발상지 강경…첫 신사참배 거부 운동 일어나

공주선 여성 교육 선도…유관순 열사 등 지도자 배출


[서울=뉴시스] 군산 선교 기념탑 (사진=한국교회총연합 제공) 2025.03.2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군산 선교 기념탑 (사진=한국교회총연합 제공) 2025.03.25..  *재판매 및 DB 금지


[공주·군산=뉴시스] 이수지 기자 = 기독교는 일제강점기 교육, 의료, 독립운동, 신앙적 저항 등 한국 근현대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1895년 3월 미국인 목사 윌리엄 전킨과 의사  알렉산드로 D 드루가 조선의 호남땅(군산)을 밟던, 이 '역사적' 순간을 기점으로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삶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교회와 병원이 생겼고 일제의 폭압에 교사와 학생들이 들고 일어났다. 조선인들은 신사 참배를 거부했으며, 배움에 대한 갈망이 높아지면서 선교사들이 가르치는 교회당에는 학생들이 넘쳐났다. 그렇게 선교사들은 조선인들의 삶과 의식을 바꿔 놓고 있었다.

한국교회총연합이 지난 24~25일 '한국 선교 149주년 기념 '근대문화유산 탐방'을 군산, 강경, 공주에서 진행했다.   '

이번 탐방은 '우리에게 근대 문화는 어떻게 왔을까'를 주제로 군산에서는 군산 선교 기념탑, 군산 최초 선교지, 군산제일고등학교, 구암교회, 군산 3·1운동 100주년 기념관을, 강경에서는 강경 침례교회, 신사참배 거부 기념탑, 병촌성결교회 등을, 공주에서는 공주기독교박물관, 공주 영명고등학교를 순례하는 일정이다.



군산은 개항 후 서구 문물이 유입되면서 기독교가 자리 잡은 대표 지역이다. 특히 교육과 의료 선교의 중심지로서 신앙이 사회적 실천으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를 보여주는 곳이다.

강경은 일제강점기 신사참배 거부 운동이 전개된 지역으로 기독교인들이 신앙의 양심을 지키려고 저항했던 역사 현장이다.

공주는 구한말 여성 교육을 선도하며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지도자를 배출한 곳으로 기독교 신앙을 전파하고 지역 사회를 위한 교육과 복지 활동을 펼친 중심지였다.

한교총 대표회장 김종혁 목사는 "기독교 신앙은 단순한 개인의 믿음에 머물지 않고, 한국 사회의 교육, 의료, 독립운동, 신앙적 저항 등 다양한 분야에서 깊은 영향을 미쳤다"며 "우리가 물려받은 신앙의 유산을 깊이 새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군산 첫 선교지 (사진=한국교회총연합 제공) 2025.03.2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군산 첫 선교지 (사진=한국교회총연합 제공) 2025.03.25.  *재판매 및 DB 금지


교육과 의료 선교의 중심지 군산

"1895년 이곳에 와서 피와 땀과 눈물로 돌작 밭을 일구어 복음의 씨앗을 뿌림으로 오늘날 군산이 옥토 밭이 되게 한 선교사들의 선교 정신을 본받아 앞으로 오는 세대에도 그 정신을 이어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군산시 구암동 서래교 인근에 세워진 군산 선교 기념탑은 19세기 조선에 도착한 선교사들이 타고 다녔던 배를 닮았다.

군산 선교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벽면에는 윌리엄 전킨, 알레산드로 다말 드류 외에 알렉산더 존 A. 알렉산더 (1875~1929), 윌리엄 데이비스 레이놀즈,윌리엄 포드 불(1876~1941), 리니 데이비스 (1862~1903), 윌리엄 해리슨(1866~1928) 등 7인의 선교사들 사진 옆에 이같은 문구가 새겨 있다.

7m 높이의 계단형 조형물로 조성된 이 기념탑 중앙에는 군산시와 군산시 기독교 역사를 담은 타임캡슐도 묻었다. 타임캡슐에는 한국 근대사 전반에 큰 영향을 준 선교 역사에 대한 자료와  유물, 군산시 시정 전반을 기록할 기록물, 자료, 영상 등이 보관됐다. 이를 공개하는 날은 2095년 4월 5일이다.
[서울=뉴시스] 군산 선교기념탑 주변 벽면에 설명된 7인의 선교사들 (사진=한국교회총연합 제공) 2025.03.25.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군산 선교기념탑 주변 벽면에 설명된 7인의 선교사들 (사진=한국교회총연합 제공) 2025.03.25.  *재판매 및 DB 금지


군산 최초 선교지였던 수덕산 일대에는 전킨 선교사와 드류 선교사가 호남에서 처음 배로 선교지에 도착한 곳을 나타내는 표지석과 두 선교사들이 초가집을 사서 선교를 시작한 곳을 나타내는 기념비가 있다.

전킨 선교사가 1903년 세운 군산 영명학교의 맥을 잇는 군산제일고등학교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교육의 변천사를 보여준다. 높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3·5 만세운동을 이끌었던 영명학교부터 현재 제일고등학교까지 120여년 변천사를 볼 수 있는 역사관이 보인다.

일제강점기 군산제일고등학교와 함께 3·1운동에 나선 교회도 있다. 전킨 선교사와 드류 선교사가 구암동에 세운 구암교회는 군산 주민들이 일제로부터 겪은 아픔을 위로받고 일제에 저항한 독립운동의 결집지였다.

구암교회 건물 옆 샛길을 따라 올라가면 초기 선교사들의 묘역이 나온다. 7인의 선교사 중 전킨 선교사 부부, 드류 선교사 부부, 해리슨 선교사 부부, 풀 선교사 부부의 묘지들이다. 이 묘역은 이들 선교사들의 고향에서 흙을 가져다가 유골함에 담아 조성됐다.

전북기독교총연합회 서종표 목사는 "전킨 선고사는 자신이 죽으면 궁멀(군산 구암동)에 묻어 달라'고 요청했다"며 "군산에 70여 명의 선교사들이 오셨는데 그중에서 4분만 대표적으로 모셨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 온 선교사들이 남북한 합해 6000명이데 이중 600명이 이 땅에 묻혔다"며 "이분들은 모든 걸 포기하고 희생하고 이 땅에 묻혔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강경 침례교회 (사진=한국교회총연합 제공) 2025.03.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경 침례교회 (사진=한국교회총연합 제공) 2025.03.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일제강점기 신사 참배 거부 운동 거점 강경

엘라딩기념선교회 선교사들은 주로 강경과 공주에서 선교를 시작해 1895~1901년 수십 명에게 전도했다. 1895년 침례교 선교사인 E C 폴링 목사 부부는 1896년 2월 지병석의 집에서 예배를 드렸고 이곳에서 한국 침례교가 시작됐다.

한국 첫 침례교 발상지 강경에는 선교사 폴링이 예배당으로 사용한 예배당이 있다. 강경 옥녀봉으로 가던 길에 세워진 이 예배당은 석조물이 아닌 'ㄱ'자형 초가집이다.

전 강경근대역사문화원장 윤석일 목사는 "교회에 들어가는 문이 두 개"라며 "남자와 여자가 들어가는 문이 달랐고 가운데는 휘장을 쳐서 남자와 여자가 구분해서 예배를 드렸다"고 설명했다.

"중요하건 이 교회에서 신사 참배를 최초로 거부하는 운동이 일어났다는 것"이라며 "이 교회에 다니는 학생들 57명을 포함해 일반 학생 60여명이 신사 참배를 거부했다"고 강조했다.

"학교에서 조선종독부로부터 조선 역사를 그만 가르치고 일본 역사를 가르쳐라는 명을 받았는데 학생 8명이 거부해 이 학교가 폐학되는 아픔을 겪었다"며 "그 정신문화가 소중하다"고 덧붙였다.

강경성결교회에는 최초의 신사참배 거부 기념탑도 세워져 있다.
[서울=뉴시스] 공주제일교회 (사진=한국교회총연합 제공) 2025.03.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공주제일교회 (사진=한국교회총연합 제공) 2025.03.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교육과 복지 활동의 중심지 공주

공주에는 개신교, 가톨릭, 유교, 불교 관련 종교 문화유산을 둘러 볼수 있는 길인 '공주 종교 문화유산의 길'이 있다. 개신교 문화유산으로 공주 영명중고등학교와 공주기독교박물관으로 탈바꿈한 공주제일교회 구 예배당을 탐방할 수 있다.

1903년 여름 의료 선교사 윌리엄 맥길(1859~1918), 윌버 스웨어러(1871~1916), 프랭크 윌리엄스(1883 ~ 1962)는 공주에 교회, 학교, 선교부, 선교사들의 사택을 건립했다.

맥길 선교사의 집은 현재 공주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 자리에 지어졌다, 공주 선교부를 공주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는 높은 언덕에 벽돌건물로 건축했다. 
[서울=뉴시스] 공주제일교회 (사진=한국교회총연합 제공) 2025.03.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공주제일교회 (사진=한국교회총연합 제공) 2025.03.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박물관 1층에 들어서면 입구에 건립 당시 첨탑에 걸렸던 종이 한국 전쟁 때 총격을 맞은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다. 정면에서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재단을 가운데 두고 초기 교회들을 재현한 모형들과 당시 선교사들과 주민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현재 이곳은 결혼식, 세미나, 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하로 내려가면 왼쪽에 작은 기도방 6개를 연대기별로 공주 기독교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 공간들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가운데 전시 공간에는 유관순 열사가 친구들과 함께 촬영된 사진으로 가장 유력하게 추정되는 사진이 걸려 있다.
[서울=뉴시스] 공주제일교회에 전시된 유관순 열사 사진 (사진=한국교회총연합 제공:) 2026.03.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공주제일교회에 전시된 유관순 열사 사진 (사진=한국교회총연합 제공:) 2026.03.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기독교 140주년 기념대회 상임대회장 소강석 목사는 "당시 외국인 선교사들은 '민족주의 운동도 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내린 건 사실이고 그 원칙을 치려고 노력했다"며 "선교사들이 기독교 학교나 교회 현장에서 볼 때 일제 만행이 도에 지나치고 너무 반인권적이고 반근대적이고 반민주적이라 생각해 학생들에게 성경에 있는 자유, 인권, 사랑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이 스스로 각성해 민족운동과 3·1운동이 일어나도록 했던 것이 바로 선교사들의 가르침과 정신이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많이 본 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