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학부모는 처음이라" 인성교육 어려움 겪는 엄빠들[초점]

등록 2024.06.01 08: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보고서 발간…"제도적 지원 필요"

학부모 2622명 설문조사, 91.8% '인성교육 필요' 공감

'학부모는 처음이라" 인성교육 어려움 겪는 엄빠들[초점]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아이가 중·고등학생이 되고 나니까 가정에서 인성교육을 한다는 게 잔소리로 받아들이고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학부모 A씨)

"잘못했던 육아방식이 제가 좋다고 생각하는 걸로 일방적인 케어를 해왔다는 점이다. 이제 소통하려고 하니까 연습 부족, 소통 방법도 잘 모르겠고 아이는 귀찮아하고 '엄마가 갑자기 왜 이렇지?'하고 낯설어하고…" (학부모 B씨)

경기지역에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있는 어느 학부모들의 말이다. 이 중 A씨는 "대화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주로 밥 먹는 시간에 얘기를 하는데 학원에 갔다가 와서 휴대폰을 보고 쉬고 싶은데 제가 말을 시키니까"라며 인성교육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같은 학부모들의 고민은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최근 발행한 '경기인성교육 모델과 연계한 가정의 인성교육 강화 방안 연구보고서'에 담겨있는 내용이다.

도교육연구원은 2023년 7월부터 10월까지 도내에서 유치원 및 초중고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6명과 도내 각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원 8명, 중·고등학생 5명, 학부모 지원 전문가 3명 등 총 20여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심층 인터뷰에서 학부모들은 공통적으로 가정 인성교육의 어려움으로 직장생활로 인한 시간 부족과 중등 자녀와의 갈등을 꼽았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령기 이전부터 가정 인성교육을 실시해왔지만, 이를 우리 가정의 사적 영역으로 여겼다. 이 때문에 학부모마다 가정 인성교육 내용과 방법이 다르게 나타났다.

또 가정 인성교육을 일상생활 속 짧은 대화나 언어를 통한 훈육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이로 인해 자녀 성장수준에 알맞지 않는 교육방법으로 행동개선이 되지 않거나 이를 아이들이 잔소리로 받아들여 갈등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해당 연구보고서에서 학생 인터뷰 사례로 제시된 내용에는 "(부모님께서) '네 일을 책임져라'고 강조한다"며 "약간 혼나면서 듣는 것 같다"는 답변이 나왔다.

특히 학부모들은 식사시간에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를 주된 가정 인성교육 방법으로 여기는 이른바 '밥상머리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반면 학생들은 주로 바람직하거나 잘못된 태도를 알려주는 것을 인성교육 상황으로 인식했다.

이번 심층 인터뷰에서는 연령에 맞지 않는 가정 인성교육 접근방식이 부모와 학생 간 소통을 단절시키는 한 요인으로 제시됐다.

학부모들은 가정 인성교육 방법으로 '소통과 대화'를 꼽지만 중등학생들은 부모의 '소통과 대화' 방식이 초등학생 때와 달라지지 않았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형식을 사용한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소통과 대화를 회피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한 학생은 "시간 날 때 부모님하고 이야기를 하면 말을 끊거나 무조건 '아니다'라고 말하기보다 일단 말을 끝까지 들어보고, 이를 공감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학부모 지원 전문가들은 가정 인성교육의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원인을 ▲부모들이 자녀와 지낼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고 ▲교육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 지원가는 "필요성은 다 느끼지만 인성교육에 대해 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며 "본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니까 '내가 지금 인성교육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합의된 것이 있어야 학부모들도 하나의 규칙을 우리 가정에서 실천할 텐데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교사 간 상호 신뢰가 깨진 것도 가정의 인성교육 어려움을 배가시키고 있다.
'학부모는 처음이라" 인성교육 어려움 겪는 엄빠들[초점]

부모 입장에서 담임교사와의 진솔한 상담 등을 통해 자녀의 학교 생활과 문제, 해결점을 모색할 수 있지만 두 주체 간 믿음이 낮아져 원활한 상담 진행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지원가는 "(학부모는) 아이를 내 시각으로만 본다. 그런데 아이를 제대로 봐야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며 "아이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교사와) 서로 많이 만나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보고서에서는 '가정 인성교육'을 주제로 학부모 26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해당 설문조사에서 학부모 91.8%는 '인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특히 자녀가 '개인의 이익만 앞세울 때'(30.8%) 인성교육 필요성을 가장 느끼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공공장소에서 기초질서를 지키지 않을 때'(22.4%), '학교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19.7%), '어른 말을 존중하지 않을 때'(11.4%) 등 순을 보였다.

학부모들이 가정 인성교육이 어려운 이유로 '자녀와의 가치관 차이'(23%)를 가장 많이 택했고, '자녀와의 소통 시간 부족'(18.1%), '자녀의 발달과정 특성 이해 부족'(13.9%), '자녀와 소통방법 모름'(10.3%)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학부모들이 가정 인성교육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이를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 많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보고서에는 가정 인성교육 강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인성교육진흥법'에서는 학교의 역할과 교사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필수 교육시간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정 인성교육에 대한 내용은 미비한 실정이다.

만일 학교나 교육청에서 마련한 학부모 교육에 참여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직장인 학부모의 경우 학교 행사들이 주로 주중에 이뤄지기 때문에 연차 휴가를 쓰지 않으면 참여가 쉽지 않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정책적으로 학부모 교육 참여를 위한 유급휴가를 인정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기업에서 유치원 및 초중고 자녀가 있는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청과 연계해 학부모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이같은 경우 교육청과의 협력이 요구된다. 

해외 사례에서는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가정의 교육력 향상을 위해 방문형 가정교육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중국도 2022년부터 '가정교육촉진법'이 시행돼 부모가 별거 중이나 이혼 시에도 상호 협력해 가정교육 의무를 다하도록 국가적으로 이를 유도하는 정책을 운영 중이다.

사회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스웨덴의 경우 관대한 육아휴직 정책이 지원돼 부모가 자녀를 돌보기 위해 유급휴가를 쓸 수 있다. 자녀당 480일의 육아휴직을 받을 수 있다.

이번 보고서의 연구책임자인 진숙경 연구위원은 "인성교육진흥법에 보면 교사들은 인성교육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 가장 핵심이 실은 가정인데 거기에 대한 책임성은 없다"며 "인성교육진흥법이 우리 사회 전체에 대한 좀 더 포괄적인 법이 되려면 학부모가 학교 활동에 참여할 때는 기업이 유급휴가를 주도록 하는 등 법적인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조건에서도 큰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이를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찾아가는 학부모 교육이나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교육을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상담 전문가를 활용해 학부모가 온라인에 인성교육 관련 사항을 문의하면 댓글을 달아주거나 이것으로 궁금증이 해소가 안 되면 직접 대면상담을 연계해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