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이 낫네…은행-비은행 대출 금리차 12년 최저
상호금융 대출금리, 시중은행보다 낮아…역전 현상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0월 말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79.3%로 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된 28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부착돼 있는 대출 안내 모습. 잔액 기준으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75.5%로 2014년 4월(76.2%) 이후 7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내년 1분기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향후 금리가 오를 경우 '빚투(빚 내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부동산 등에 투자한 이들의 부채 상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1.11.28. [email protected]
2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시중은행의 가중평균금리는 3.46%, 비은행 가운데 금리가 가장 높은 상호저축은행은 9.47%로 은행과 비은행간 대출 금리 차이가 6.01%포인트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12월(5.3%포인트) 이후 11년 10개월 만에 격차가 가장 크게 좁혀진 것이다.
예금은행과 상호저축은행 대출금리 격차는 지난 2019년 8월 8.18%포인트로 8%포인트를 넘어선 후 7%포인트 대를 지속해 오다 올해 6월 부터 6%대로 좁혀졌다.
또 비은행 가운데 대출 비중이 가장 높은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의 대출금리는 지난 10월 3.47%로 1금융권(3.46%)과 0.1%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격차가 가장 좁혀진 것이다. 올 3분기 기준 비은행 중 상호금융의 대출 비중은 60.4%에 달한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2금융권인 상호금융은 3.22%, 1금융권인 예금은행은 3.26%로 2금융권의 대출금리가 1금융권보다 더 낮은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2년 1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같은 현상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 압박에 시중은행이 우대금리 혜택을 줄이면서 대출금리를 큰 폭으로 올린 반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2금융권은 우대금리를 유지하거나 더 늘렸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내년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를 현재 6%에서 4~5%로 정했다. 저축은행은 올해 21.1%에서 14.8%로 더 조였고, 상호금융은 4.1% 수준에서 논의중이다. 또,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도 6%대에서 4~5%대로 강화키로 했다.
한은에 따르면 10월 기준 예금은행의 전년동기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은 9.2% 였고, 비예금은행은 9.0%다. 비예금은행 가운데 상호저축은행이 24.3%, 상호금융이 8.9%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 팀장은 "시중은행은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맞추기 위해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출 금리를 올린 데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비싼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로 중금리 대출 취급이 늘어나 상승폭이 크게 나타났다"며 "반면 상호금융, 상호저축은행 등 비은행은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규제 강도가 덜해 대출금리 인상 속도가 시중은행보다 느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 팀장은 "고금리 대출을 취급하는 상호저축은행의 경우 올해 최고금리가 인하되고,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 대출 활성화로 전체적으로 기존 금리보다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1금융권에서 대출이 막혀 옮겨간 차주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은 최근 시중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올려 대출금리를 낮추는 등 대출금리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어 역전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 팀장은 "최근 시중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올리는 등 대출금리를 낮추고 있고, 비은행에 대한 대출 규제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은행과 비은행간 대출 격차가 다시 벌어질 수는 있다"면서도 "비은행은 대출총량 관리를 위해 은행만큼 강하게 대출금리를 규제하지 않고 있고, 특히 상호금융의 경우 조합원 위주로 대출을 시행하고 있어 대출금리를 올리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시중은행보다 대출 금리가 낮게 유지될 가능성도 높지만 좀 더 분위기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고신용자들이 1금융권을 주로 이용하고, 중·저신용자들이 2금융권을 찾는 다는 점에서 대출금리 역전 현상은 자칫 대출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나 이사 수요 등으로 대출을 한 실수요자들의 대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출 이자 부담에 고신용자들이 소비를 줄이게 되면 실물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최근 가계대출 금리 상승이 상대적으로 고신용층에서 크게 나타나고 있고, 은행 금리가 비은행 금리보다 빠르게 오르며 은행과 비은행 간의 금리 격차가 축소됐다"며 "이러한 특징들은 시장 원리에 비춰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 수 있고, 이 같은 현상으로 인해 가계대출의 질적 개선이 다소 저해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언급했다.
반면 한은은 고신용자에게 적용됐던 우대금리가 축소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크게 우려할 만 하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고신용자에게 주로 제공됐던 금리우대 혜택이 축소되면서 고신용자의 대출금리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며 "그동안 고신용자의 대출금리가 낮게 적용되면서 이들 차주들이 조달비용 대비 높은 수익을 기대하며 대출을 크게 늘렸던 측면이 있다. 다만 아직 가계대출금리 차별화 움직임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