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기준금리보다 세배 뛰었다
지난해 기준금리 0.5%p 오를 때 신용대출은 1.66%p 뛰어
금통위원 "가계에만 이자부담, 기업·가계 불균형 확대 우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연초부터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LG에너지솔루션 일반공모 청약증거금으로 신용대출이 급증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당국의 고강도 대출규제에 따른 가수요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25일 서울의 한 은행에 내걸린 대출상품 홍보 현수막. 이날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합계는 지난 20일 기준 718조4,829억원으로 지난해 말(709조529억원) 대비 9조원 이상 늘어났다. 올해 5대 은행이 가계에 공급할 수 있는 총 대출규모는 31조5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약 30%가 14영업일 만에 동이 난 셈이다. 2022.01.25. [email protected]
1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3.66%로 1 년 사이 0.83%포인트나 올랐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63%로 1.0%포인트 올랐고, 신용대출 금리도 5.12%로 1.66%포인트나 뛰었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폭이 0.5%포인트 였던 점에서 볼 때 가계대출 금리 인상폭은 기준금리보다도 최고 3.3배나 높다. 지난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사상 최저 수준이었던 연 0.5%의 기준금리를 8월과 11월 두 차례 각 0.25%포인트씩 인상한 바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으로 가계대출 금리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가계대출 금리는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을 이미 회복해 2018년 8월(3.66%)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주담대는 2014년 5월(3.63%) 이후 7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반면 기업대출 금리는 지난해 말 기준 3.14%로 1년 전보다 0.45%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대기업이 2.86%로 0.45%포인트 올랐고, 중소기업은 3.37%로 0.47%포인트 인상됐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폭 보다도 더 낮은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가계대출 금리는 시장금리 상승 영향과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축소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기업대출의 경우 은행들이 우량 차주에 대한 대출을 늘리면서 덜 오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대한 태도를 완화해 기업대출 상당수가 상업용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2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4000억 줄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반면 기업대출은 전월 말 보다 13조3000억원 늘어난 1079조원으로 집계돼 1월 증가액 기준으로 역대 가장 큰 폭 늘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예금취급기관의 부동산업 대출은 321조4520억원으로 전 분기에 비해 13조8360억원(4.5%) 늘었다. 전 분기(12조1290억원) 보다 증가폭이 확대된 것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늘어난 기업대출 상당부분이 상업용 부동산 투자로 흘러간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매입자금은 시설자금으로 잡히는 데, 전체 부동산업 대출의 60% 이상이 상가, 오피스텔 등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금으로 파악되고 있다. 3분기 부동산업 중 시설자금 대출액은 207조7550억원으로 전체 부동산업 대출의 64.6%를 차지했다. 시설자금은 대부분 부동산 매입 자금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한은 내부에서도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이 가계에만 집중되고 있고, 자칫 부실 대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 나오고 있다.
한 금통위원은 "지난해 기업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 비슷한 상승폭을 보인 반면 가계대출금리는 기준금리의 상승폭을 웃도는 상승세를 나타냈다"며 "대출규제의 영향까지 가중돼 금리상승에 따른 부담이 가계부문에 집중되는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이 위원은 "지난해 기업대출 중 상당 규모가 상업용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됐는데 이자비용 조차 감당 못하는 취약 중소기업이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상황에서 기업에 필요 이상의 많은 자금이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기업부문에 대해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가계부문에 이자부담을 지우는 것은 기업과 가계 간의 불균형을 확대시키는 동시에 예기치 못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도 "부동산업에 대한 기업대출 규모가 크게 확대되는 등 부동산 수요가 주택에서 상업용 건물 등으로 옮겨가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더라도 아직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관련 동향에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